'중대재해와의 전쟁'…산단 사고 일상화부터 끊어야
산단공 관리 산단, 중대사고 총 133건
중대사고 사망 110명·재산 피해 1453억
노동안전 종합대책 내민 정부, 실효성 관건
"정부 대책과 산단 공동 대응, 동시 작동해야"
"중처법 실효성도…경제적 불이익 부과 필요"
2025-09-29 17:56:40 2025-09-29 18:09:17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중대재해와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사고의 일상화'로 전락한 산업단지의 구조적 문제가 지적되고 있습니다. 최근 5년간 전국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중대사고로 100명이 넘게 목숨을 잃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고위험 산단에 대한 맞춤형 관리와 산단 단위의 공동 대응 네트워크 강화,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강화 등을 핵심 과제로 꼽고 있습니다. 
 
 
29일 김원이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이 관리하는 67개 산업단지에 총 133건의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5년간 산단 내 사고 '사망 110명'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원이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이 관리하는 67개 산업단지에 총 133건의 중대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산단공 연도별 집계를 보면 2020년 26건, 2021년 25건, 2022년 26건, 2023년 23건, 지난해에는 24건을 기록했습니다. 
 
매년 20건 이상의 사고가 꾸준히 일어난 데다, 올해 상반기에도 9건이 발생한 상태입니다. 5년간 전국 산업단지에 발생한 중대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는 110명 규모입니다. 재산상 피해도 1453억원 규모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특히 2022년의 경우 사망자 22명, 부상자 46명, 재산 피해 930억원으로 인명·물적 피해가 극심했습니다. 사고 유형을 보면 산업재해가 75건(56.3%)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화재 31건(23%), 폭발 15건(11%), 유해화학물질 누출은 12건(9%)으로 집계됐습니다. 
 
주요 사고 발생지는 울산 미포(20건), 창원(15건), 여수·온산(13건), 포항(12건), 광양(10건) 등 대규모 제조·화학물질 취급 단지에 집중됐습니다. 석유화학, 정밀화학, 에너지 소재를 취급하는 미포·온산·여수·광양 등의 경우는 고위험 지대로 꼽히는 곳입니다. 
 
예컨대 여수산단에서는 2021년 12월 배관 연결 작업 중 폭발로 작업자 3명이 숨진 바 있습니다. 2022년 9월 구미산단에서는 배관 차단 작업 도중 유해가스 누출로 3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지난해 8월에는 울산산단 황산저장시설에서 용접 중 폭발이 발생해 노동자가 추락사하는 등 유사 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29일 김원이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이 관리하는 67개 산업단지에 총 133건의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노동 안전 드라이브 '실효성 관건'
 
고용노동부도 지난 15일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통해 안전 사각지대 해소에 주력하기로 방침을 정한 상태입니다. 축약하면 공동안전관리자 제도 활성화, 고위험 사업장 집중 점검, 산단 단위 비상대응 체계 구축, 교육·훈련 강화 등이 핵심 골자입니다. 
 
더욱이 소규모 사업장이 밀집한 산업단지에 공동안전관리자를 채용할 수 있도록 노사 협·단체와 협업할 방침입니다. 자부담률도 낮추는 등 안전관리자 선임 부담도 완화할 계획입니다. 
 
이번 대책이 실현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화재·폭발·유해물질 누출 사고 예방, 소규모 사업장 재해·사망 감소가 기대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노동자 안전 의식 향상, 기업 내 안전 문화 정착, 사고 발생 때 산단 단위 대응력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관건은 제도의 실효성 강화입니다. 특히 공동안전관리자 제도의 경우 단순한 공동안전관리자 채용만으로는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안전관리에 대한 한 전문가는 "여러 사업장이 비용 분담으로 한 명의 관리자를 운영해도 현장 방문 빈도와 점검 권한·실질적 조치 의무가 명확히 보장되지 않으면 형식에 그칠 수 있다"며 "산업단지 단위의 '안전지원센터'를 통해 실시간 점검하거나 교육·컨설팅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강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자부담률 완화도 있다. 소규모 사업장은 안전관리자를 두고 싶어도 재정 여력이 취약한 관계로 국고 지원이 요구되는 부분"이라며 "또 화학 등 고위험 업종이나 재해 다발 사업장에는 더 두텁고 무겁게 가져가야 한다. 산단 단위 안전협의체 설치 의무가 법적 근거로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요코하마·치바 석유화학단지의 산단 단위 공동방재협의회나 유럽연합(EU)의 세베소 지침 기반 안전 컨소시엄처럼, 산단 단위 상설 협의체와 공용 화학물질 데이터베이스에 대한 병행도 제언했습니다. 정부의 종합대책과 산단 단위 공동 대응 체계가 동시에 작동해야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조언입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9월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사고없는 일터, 안전 대한민국을 위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처법, 경제적 제재 수단 필요"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한 실효성 강화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동영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중대재해처벌법은 단순한 법적 문제가 아니라 산업재해를 줄이기 위해 안전에 투자하는 비용과 시간을 사회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에 대한 국민적 합의의 문제"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산재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그동안 공기 단축과 비용 절감만이 산업계의 핵심 경쟁력으로 여겨졌던 방식에서 벗어나 '안전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며 "안전을 위한 초기 투자와 시간 소요를 감소해야만 장기적으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이러한 국민적 합의 없이는 중대 재해를 크게 줄이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입법조사관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징벌적 손해배상 규정과 법인 양법 규정에 머물지 말고 반복적이거나 중대한 산업재해를 발생시킨 기업에 실효성 있는 경제적 불이익을 부과하는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정액 벌금 제도는 기업에는 부담이 미미할 수 있다. 매출액이나 이익 또는 재산 규모에 연동해 고액의 벌금을 부과하고 이러한 공적 제재를 민간보험으로 전가하지 못하도록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기업의 경제적 기반을 직접적으로 압박할 수 있는 경제적 제재 수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29일 김원이 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한국산업단지공단(산단공)이 관리하는 67개 산업단지에 총 133건의 중대사고가 발생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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