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명을 다한 헌법’ 때문에, 8년에 걸쳐 국정농단과 ‘윤석열의 난’이 연달아 발생했다. 한 사람의 권력자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된 박정희정권의 독재자 정치 잔영이 아직도 과잉된 위임 민주주의 형태로 우리 헌법에 많이 남아 있다. 시대에 맞는 민주주의의 보완과 국민주권의 제도화를 위한 개헌은 불가피하다.
첫째, 4년 연임 대통령제로의 개헌이다. 국민이 대통령 선출권만 갖고 심판권은 없는 현행 헌법의 5년 단임 대통령제는 한번 당선되면 그만인 속성이 있어서 공약 사항의 규범력과 정치적 구속력 상실을 초래하고 책임 추궁과 심판의 대상을 실종시켜버린다.
재신임을 묻는 선거로부터 자유로운 단임제는 제왕적·동양 덕치적 군왕론이 투영되는 퇴행적 대통령상을 조장함으로써 비민주적인 전근대적 정치 문화를 불식시키지 못했다. 과연 4년 뒤에 대통령 선거에서의 심판과 평가가 기다리고 있다면 국민의 눈치를 살피지 않는 대통령이 있을까. 4년 연임제는 제1의 민주주의 보완이다.
둘째, 국민주권의 제도화를 위한 개헌이다. 국민소환과 국민발안 등 직접정치 채널 마련은 물론이고 ‘국민과 지방분권 주체로서 주민’에 대한 헌법 규정의 명문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대한민국 사람들은 주민·시민 또는 인민(people), 즉 주권자로서의 권리와 인권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 채 오직 국민으로만 살아왔다. ‘좋은 국민’은 애국심으로 무장되어 국가와 조국을 위한 존재로만 여겨져왔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갖는 자로 헌법에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대한국민은 국민으로서의 지위와 함께,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주민으로서의 지위도 동시에 보장받아야 한다. 지역 주민으로서의 위상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모든 것을 중앙정치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지역 발전의 책임은 중앙정치보다는 지역 주민에게 먼저 있다는 것이 지방분권 정신의 첫 출발이며, 지방분권의 헌법화는 국가 발전의 새로운 비전과 동력 확보이다.
현행 헌법은 지방선거와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있지만 국민주권 시대의 지방분권과는 거리가 매우 먼 개념의 지방 단체 자치의 확장에 불과할 뿐이다. 즉 지방 자치의 주인이 주민이 아니라 지방 단체인 셈이다.
셋째, 개헌 방법과 시기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 과제 123건 중 제1호 의제로 개헌을 확정했다. 4년 연임제·결선투표제·감사원 국회 이관을 기본적으로 포함하고 있으나, 진짜 개헌 실현을 위해서는 수많은 개헌 사항을 선별할 방법과 개헌 시기가 더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을 선택한 국민들은 대한민국을 바꾸고 싶은 만큼 개헌 열망도 강하다. 이에 국회 중심의 개헌 방식을 기본 전제로는 하지만 대통령에게는 국민 헌법 개정 의견을 취합할 책무가 있다 할 것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가칭 ‘국민참여개헌추진위원회’를 설치해 헌법 개정권자인 국민이 직접 참여하는 개헌 추진을 보장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국민참여개헌추진위원회’의 방안을 정부의 개헌 의견으로 확정해 국회의 개헌특위에서 수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상식적인 얘기지만 개헌안 공고·의결·투표 등의 기계적인 절차보다는, 국민·국회·정부 등 다각도의 의견 수렴과 구체적인 개헌안 작성에 더 많은 시간이 투여되어야 할 것이다.
동시에 대통령은 헌법 개정이 밥상을 만들기보다는 누가 밥상을 들고 가느냐의 정치적 다툼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개헌 시기 결정에 있어서 과감할 필요가 있다. 지방선거·총선일과 겹치다 보면 자칫 선거 유불리 논쟁에 휘말릴 수 있다. ‘수명을 다한 헌법’을 버리고 새 헌법을 마련하기 위해 최적의 날짜를 별도로 정하는 것, 결코 소모적인 정치 비용이 아닌 그 이상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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