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통 판박이…국가 전산망 서버 이중화·백업 절실
배터리·서버 근접 배치…구조적 취약점이 초래한 '예견된 참사'
주센터·백업센터 이중화 부실…전산망 마비 악화
"국가 전산망 데이터 관리 중복성 허용과 책임 규명 필수…안정성 강화 시급"
2025-09-29 15:41:52 2025-09-29 16:00:59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국가 전산망이 대규모 마비 사태를 겪으면서 서버 이중화와 백업 체계 강화 요구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국가 주요 업무가 한순간에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것을 두고 2022년 카카오(035720) 먹통 사태의 판박이라는 비판이 쏟아집니다. 당시 카카오 역시 데이터센터의 서버 이중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피해가 확산됐는데, 정부가 관리하는 국가전산망 역시 비슷한 구조적 취약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입니다. 아울러 중요한 시스템의 위험 대비를 불필요한 중복으로 치부해온 정부의 안일한 태도도 이번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제기됩니다. 
 
지난 26일 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배터리 화재로 정부 전산시스템 먹통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무정전·전원 장치(UPS) 리튬이온 배터리와 서버를 분리하는 작업을 하다가 화재가 발생하면서 화재 원인으로는 UPS 리튬이온 배터리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국정자원은 29일 행정안전부를 통한 질의답변에서 "시스템과 이격을 위해 지하로 (배터리) 이전 작업 중 화재가 발생했다"고 말했습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전산실 화재로 온라인 복지 서비스, 정부24 등 주요 업무 시스템이 중단된 29일 대구 중구 대구시청 동인청사 종합민원실에 민원인 이용 불편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표면상으로 지목되는 화재 원인은 배터리이지만 배터리와 서버의 근접 배치, 배터리실 미분리, 운영·안전관리 부실 등 구조적 취약점이 누적돼 사실상 예견된 참사였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UPS 리튬이온 배터리가 서버와 같은 공간에 설치돼 있었기 때문인데요. 사실상 한 공간에 몰아둔 형태여서 화재 발생 시 모든 전원 계통이 동시에 위험에 노출됐던 셈입니다. 
 
주센터와 백업센터 체제를 갖춘 이중화 구조가 부실했던 것도 문제점으로 지목됩니다. 국정자원은 대전·광주·대구 등 3개 센터 간 재해복구(DR) 체계를 갖췄다고 밝혔지만, 이는 스토리지 백업 등 부분적 기능에 그쳐 실질적인 자동 전환이나 신속 복구는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통신선·전력선 간의 연결성, 시스템 동기화, 전환 소프트웨어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해 백업 체계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이번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를 두고 지난 2022년 SK C&C(현 SK AX)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리튬이온 배터리 화재로 인해 발생한 카카오톡 먹통 사태와 판박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당시 정부는 카카오에 다중화 클라우드 서버 구축 등 강도 높은 대비책 마련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카카오는 재난 복구 시스템을 삼중화 이상으로 고도화하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 전산망이 동일한 문제를 반복했다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더욱이 이중화와 백업에 대한 목소리는 지난 2023년 국정자원에서 네트워크를 다른 네트워크에 연결해주는 장치인 라우터 불량으로 전산망이 마비됐던 당시에도 불거진 내용입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전산망 마비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29일 오전 광주 서구 양동 광주양동금호우편취급국에서 한 시민이 배송 정보가 담긴 기표지를 수기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가 전산망 안정성 강화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특히 이중화와 백업은 반드시 선결돼야 할 과제로 지목됩니다. 염흥렬 순천향대 정보보호학 명예교수는 "행정안전부가 준비하고 있듯이 사이트 내 이중화가 필요하고, 똑같은 시스템을 두 번 구축하는 사이트 간 이원화가 필요하다"며 "특히 1등급 정보시스템에 대해서는 실시간 백업이 가능한 체계로 구축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짚었습니다. 
 
단순히 시스템 개선에 그칠 것이 아니라 예산 집행 과정에서 인프라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사고 발생 시 책임 규명을 명확히 할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적으로 중복성은 비효율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전산망이나 핵심 데이터 관리와 같이 국가 운영을 좌우하는 분야에서는 일정한 중복성이 오히려 안정성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조건으로 봐야 한다"며 "민간기업에서 이러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지를 분명히 하는 것처럼 정부 시스템에서도 부실 사태를 키운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히 가려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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