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업 푼다지만…대출보증은 되레 감소
HUG '사업비 대출보증' 승인 60건대→48건 '뚝'
보증 신청도 줄어…유동성 악화로 무산되기도
대못 규제 풀었지만…"대외여건상 활발한 사업 어려워"
2023-10-16 06:00:00 2023-10-16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김성은 기자] A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지난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사업비 대출보증을 위한 상담을 받았으나 결국 무산됐습니다. 유동성 부족으로 HUG 측에서 현금흐름 개선을 요청했으나 조합이 이를 수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B주택재개발 사업장의 경우 올해 대출보증을 신청했지만 승인까지 이어지진 못했습니다. 공사기간 중 조합원이 분담금을 납부하지 않아 HUG가 분담금 납부일정 변경 등을 요청했지만 개선되지 않으면서 대출보증은 반려됐습니다.
 
정부가 원활한 주택공급을 위해 정비사업 규제를 대폭 풀었지만 사업비 대출보증을 받은 사업장은 되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출보증 신청 자체가 줄어든 것과 더불어 보증심사 과정에서도 사업성과 재무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무산된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1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학용 국민의힘 의원(경기 안성시)이 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정비사업지 '사업비 대출보증' 승인건수는 24건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앞서 정비사업지 대출보증 승인은 △2019년 68건 △2020년 66건 △2021년 67건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 지난해 48건으로 떨어졌습니다.
 
HUG 관계자는 "지난해 승인건수는 감소했지만 보증금액은 큰 변화가 없다"면서 "사업장에 따라 보증금액은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부동산 시장 기울자 정비사업 '주춤'
 
정비사업 추진 시 HUG 등의 보증을 받아 사업자금을 충당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후 새 아파트 수분양자들이 내는 분양대금과 조합원이 납부하는 분담금으로 대여금을 갚는 구조입니다. HUG는 수익성을 판단해 보증 여부를 결정하죠.
 
최근 정비사업장의 대출보증 승인건수 뿐만 아니라 신청건수도 줄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대출보증 신청 감소는 사업을 적게 한다는 뜻"이라며 "정비사업 관련 규제를 풀었는데도 이 정도라면 전반적인 시장 상황이 안 좋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지난해까지 신청건수와 승인건수는 동일했지만 올해 들어 28건의 신청 중 4건이 무산 또는 반려됐습니다.
 
HUG는 개별 사업지에 대한 현황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는데 사업수지 악화, 행정소송, 조합 희망 분양가와 인근 시세 간 차이 등 때문으로 전해졌습니다.
 
지난해 청약을 받은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프레온(둔촌주공)' 견본주택 내부 모습. (사진=뉴시스)
 
정비사업 여건은 지난해부터 악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연 1%대의 기준금리가 3%대로 급격히 오르면서 부동산 매수세는 빠르게 얼어붙었습니다. 미분양 아파트가 쌓이고 집값 기대감이 꺾인 상태에서 정비사업 추진도 주춤해졌습니다.
 
레고랜드 사태 등의 여파로 자금 조달 문턱도 높아졌죠. 사업성 악화로 돈 빌리기가 어려워졌고, 이자 부담도 커진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불리는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 포레온(둔촌주공)' 청약 결과, 시장 예상치를 하회하는 5.4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계약 포기가 많았던 소형 평형대의 무순위 청약이 이뤄지기도 했습니다.
 
사업 과정에서는 자금 경색으로 애를 먹었습니다. 일반분양 계약금을 받아 7231억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비를 상환할 계획을 세웠으나, 초기 계약률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HUG 보증을 통해 자금을 조달했습니다.
 
"규제 풀려도 쉽지 않네"
 
현 정부는 정비사업 활성화를 통해 주택공급을 늘리겠다고 공약했는데요. 정부가 지난해 8월 내놓은 270만가구 공급대책을 보면, 정비사업 물량은 52만가구로 20%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를 위해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 축소 등 정비사업 대못 규제를 차례로 풀었습니다. 다만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는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외여건 악화로 정비사업 추진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서울의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과 금융비 상승 등으로 부담이 큰 데다 분양 시 완판 여부도 아직 불확실하다"면서 "사업성이 좋은 곳들은 시장이 좋아질 때를 기다리고 있지만, 입지나 교통여건이 안 좋은 곳들은 추진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백아란·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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