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현대바이오, 대규모 유증 반년 만에 CB…자금 사용처 '논란'
올해 초 주주배정 유증… R&D 비용만 498억원 확보
틀어지는 세부 임상 계획에 실제 사용 내역도 변동
유증과 CB 조달 자금 타깃 파이프라인 다르지만 '글쎄'
2025-09-30 06:00:00 2025-09-3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6일 15:3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이재혁 기자] 현대바이오(048410)사이언스가 올해 초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연구개발(R&D) 자금을 조달한 데 이어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R&D 비용 마련에 나선다. 각각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파이프라인이나 구체적인 적응증이 달라 문제가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앞서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의 사용내역을 살펴보면 실제로 임상에 투입된 비용은 당초 사측이 계획한 금액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도 회사가 내세운 'R&D'가 계획대로 진행될지 끝까지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사진=현대바이오사이언스 홈페이지)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이은 전환사채 발행…명목은 'R&D'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바이오는 최근 150억원 규모의 제11회차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하기로 결정했다. 사채의 만기일은 2028년 10월2일이며, 표면이자율은 1%, 만기이자율은 4%다.
 
이번 사채 발행을 통해 조달한 자금 중 일반운영자금 10억원을 제외한 140억원이 R&D 비용으로 사용된다. 현대바이오는 호흡기바이러스 치료제 비임상에 오는 2027년 상반기까지 3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전립선암 치료제 임상에 110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회사는 이달 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전립선암 치료제 CP-PCA07의 1상 임상시험계획(IND) 변경승인을 받았다. 변경 내용은 현대바이오가 모회사인 씨앤팜으로부터 CP-PCA07의 특허출원 기술에 대한 전용실시권을 부여받아 임상 의뢰자를 씨앤팜에서 현대바이오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이로써 현대바이오는 임상의 실행 주체로서 IRB 승인·임상·개시·분석·공시 등 전 과정을 직접 수행하게 된 만큼 R&D 비용의 증가가 예상된다.
 
현대바이오의 R&D 비용은 매년 줄어들다가 최근 들어 반등하고 있다. 연구개발비용 합계는 2022년 165억원에서 2023년 63억원, 2024년 31억원까지 줄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도 총 투입비용을 넘어선 32억원이 사용됐다. 여기에 더해 지난해 말 14명이던 연구개발인력은 올해 6월 말 기준 24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반등하는 R&D 비용과 늘어난 인력, 향후 새로운 임상 수행에 따른 추가 소요 비용까지 고려했을 때 현대바이오의 CB 발행을 통한 R&D 비용 조달은 합리적인 의사 결정으로 보인다.
 
다만, 현대바이오가 지난 2월 대규모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R&D 비용을 조달한지 반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은 이번 사채 발행의 필요성을 되짚어보게 하는 대목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현대바이오의 현금곳간에는 현금및현금성자산 112억원과, 단기금융상품 240억원 등 총 352억원이 채워져 있다.
 
 
 
예상보다 빠른 유증 공모자금 소진 속도…어디에 쓰였나?
 
회사가 지난 2월 유증을 통해 모집한 금액은 859억원으로,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목표했던 948억원 대비 90억원이 줄었다. 발행조건 확정 공시에서 현대바이오는 실제 모집 금액 중 260억원을 채무상환자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599억원을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인건비 등 필수운영자금을 최초 신고서 제출 당시 대비 90억원 삭감하면서까지 R&D 비용 498억원을 고스란히 살리는 결정이었다.
 
세부 사용 계획을 살펴보면 회사는 췌장암 치료제 '폴리탁셀'의 국내 임상1상에 2026년말까지 105억원, 2026년 3분기부터 2027년 2분기까지는 국내 2상과 호주 1상에 235억원 등 총 338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또한 'CP-COV03'의 경우 코로나19 임상 3상에 2026년 1분기까지 82억원, 뎅기열 임상 2/3상에 2025년 한 해 동안 30억원, 롱코비드 임상1b상에 2026년 2분기까지 46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증과 CB 발행 사이 회사의 임상 관련 공시를 살펴보면 지난 4월 베트남에서 뎅기에 대한 CP-COV03의 2/3상을 승인받은 소식 외엔 파이프라인 임상 계획이 다소 틀어지고 있는 중이다.
 
우선 4월 CP-COV03의 코로나 임상3상이 반려됐는데, 회사는 6월 반려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공시하며 사실상 국내에서의 후기 임상 철회를 공식화했다. 올해 반기보고서에는 동남아시아 등 해외 임상을 위해 준비 중이라고 명시된 상태다.
 
또한 지난달에는 폴리탁셀의 국내 임상1상을 자진취하했다. 사측은 기존 항암제와 병용투여를 반영한 임상 디자인으로 변경하고자 이 같이 결정했으며, 빠른 시일 내 IND를 재신청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당초 임상 계획이 변경됨에 따라 파이프라인별로 투입되는 자금을 조정해 추가 자금 소요를 충당할 수는 없었는지 하는 의문이 든다. 다만 사측의 입장에선 지난 2월 유증을 통해 조달한 R&D 자금의 소진 속도가 예상보다 빨라 추가적인 자금조달의 압박을 느꼈을 수도 있다.
 
공모자금 사용 내역을 살펴보면 회사는 올해 상반기 동안 유증 공모금액 859억원 중 489억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조달금액에서 채무상환용 자금 260억원을 제외하고, 사용 내역에서 실제 채무상환에 쓰인 230억원을 제외하면 총 599억원 중에서 259억원을 2분기만에 소진한 셈이다. 이는 유증 당시 계획한 상반기 운영자금 투입금액 139원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그런데 사측은 신약개발관련 지식재산권 확보하기 위한 무형자산 취득에 190억원을 사용했으며, 운영자금으로는 69억원을 사용했다고 기재해 실제로 예상보다 임상비용이 적게 투입된 것으로 보인다. 사용 계획과 실제 사용 내역간의 괴리는 주식가치 희석 리스크를 동반한 신주 발행 기반 자금조달을 연이어 맞닥뜨린 주주들의 입장에서 회사가 연거푸 제시한 'R&D 비용 조달'이란 문구에 쉽게 수긍하지 못할 수 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이와 관련해 <IB토마토>는 현대바이오 측에 파이프라인별 임상 투입비용 조정 여부 등에 대해 문의하고자 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재혁 기자 gur9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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