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금리 인상에도…커지는 '환율 공포'
BOJ, 기준금리 0.75% 인상…30년 만에 최고치
글로벌 금융시장, '엔 캐리' 촉각…"청산"·"제한적"
원·엔 동조화에 환율 전환점…수급 구조 해결해야
2025-12-19 16:15:46 2025-12-19 16:15:46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행(BOJ)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원화의 향방에 관심이 쏠립니다. 통상 원화는 엔화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데, 엔화 가치가 오르면 원화 가치도 동반 상승할 가능성이 큽니다. 시장에서 원화의 변동성 확대를 우려하면서도 환율 안정 기대감이 엿보이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싼 이자로 엔화를 빌려 전 세계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한꺼번에 청산될 경우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 다시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위험도 있습니다. 엔화의 움직임이 원·달러 환율 흐름의 분수령이 될 전망인 가운데, 시장에서는 근본적으로 달러 수급 불균형 문제가 해결돼야 환율 안정을 기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0.5%' 벽 깬 일본은행…고개 드는 '엔 캐리' 청산 악몽
 
일본은행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11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습니다. 기준금리인 단기 정책금리는 현재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올랐는데, 지난 1995년 9월 이후 약 30년 만에 최고 수준입니다. 앞서 일본 기준금리는 1995년 4월 1.75%에서 1.0%로 내린 후 같은 해 9월 1.0%에서 0.5%로 추가 하향 조정된 바 있습니다. 이후 단 한 번도 0.5%를 넘은 적이 없었습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달 기준금리 인상을 사실상 예고했습니다. 그는 지난 1일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여전히 낮다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습니다. 일본은행은 이날 기준금리 인상 배경으로 임금과 물가가 함께 완만하게 상승하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는 점을 꼽았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은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을 숨죽이며 지켜보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습니다. 일본 금리 인상에 따른 엔 캐리 트레이드의 향배 때문입니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한꺼번에 청산될 경우 자본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매우 큽니다. 실제 지난해 7월 일본은행의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과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맞물리자 8월 들어 대규모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이 이뤄졌고, 이는 글로벌 시장에 '블랙 먼데이' 쇼크를 불러왔습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이 엔 캐리 트레이드 악몽을 우려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번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사실상 예고된 만큼, 지난해와 같은 혼란은 벌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금리 인상을 시사했기에 그 효과가 시장에 이미 반영된 데다, 일본 정부가 대규모 재정 부양책을 준비하면서 재정건전성 우려로 엔화가 지속적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대미 투자로 인한 구조적인 달러 수요도 투자를 급격히 청산하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힙니다.
 
19일 일본 도쿄에서 한 시민이 일본의 10년 만기 국채 수준과 엔화와 미국 달러 간 환율을 표시하는 화면 앞을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엔화 따라가는 원화에 '일시적 하락' 기대…'외환 수급 구조' 개선 절실 
 
한국 역시 엔화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이날 임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금융·외환시장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습니다. BOJ의 통화정책 변경이 엔화 가치는 물론 원화 가치 변동성까지 확대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선제적으로 점검하려는 취지입니다. 한은은 외환건전성부담금을 내년 6월까지 면제하기로 하는 등 환율 안정책도 내놨습니다. 
 
통상 원화는 엔화와 동조화 현상을 보이는 통화로 꼽힙니다. 엔화 강세면 원화도 강세를 보이는 만큼, 엔화 흐름에 따라 일시적인 원·달러 환율 하락 가능성도 있습니다. 실제 지난 1월24일 BOJ가 기준금리를 0.5%로 인상했을 당시 원화가 강세를 보이며 달러·원 환율이 전날보다 6원 하락한 1431.3원에 마감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역시 전 거래일 대비 2.0원 내린 1476.3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시장에서는 엔화 강세가 환율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지만, 엔 케리 트레이드 청산 시 환율 상승 위험 요인도 있어 우려감도 함께 나옵니다. 무엇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급등 배경엔 수급 불균형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릅니다.
 
앞서 정부는 환율 안정을 위해 국민연금, 수출 대기업, '서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 등을 전방위로 관리했지만 고환율의 흐름을 꺾진 못했습니다. 여러 차례의 시장 안정화 조치에도 통하지 않자, 지난 18일에는 외환 건전성 규제 완화 조치까지 내놨습니다. 그동안 달러의 국내 유입을 제한했던 방침을 바꿔 시중에 달러 유동성을 늘리도록 정책 방향마저 바꾼 것입니다.
 
커지는 환율 공포에 전문가들은 외환 수급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외환당국의 유동성 공급 확대 조치가 단기 숨 고르기에는 도움이 될 수 있으나, 고환율 흐름을 근본적으로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이유에서입니다. 
 
문다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민연금과 한국은행이 외환스와프 연장을 발표하는 등 당국의 환율 안정 의지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환율 상방 압력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고 있다"며 "구조적인 환율 상승 압력이 있는 가운데,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심리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은 구조적 상승 구간의 초입부"라며 "적어도 향후 몇 년 동안은 지금과 같은 환율 쏠림 현상이 자주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