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내년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들의 영업이익이 올해보다 60% 가까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반도체와 조선, 자동차 등 수출 산업이 성장을 주도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열풍에 올라탄 기업들의 실적이 가파른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남산공원에서 바라본 을지로 마천루 전경. (사진=뉴시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10대 그룹 상장 계열사(증권사 분석치 3곳 이상) 80곳의 내년 영업이익은 총 285조418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이는 올해 예상치인 178조9766억원과 비교해 59.5% 증가한 것으로, 전년도 133조5272억원과 비교하면 2배 많은 수준입니다.
가장 압도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곳은 단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입니다. 국내 반도체 쌍두마차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D램과 낸드 등 범용 메모리 가격과 수요가 급증하면서 실적 견인차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가 38조8280억원으로 나왔는데 내년에는 114% 뛴 83조242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89조원, 순이익은 72조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9%, 87% 오를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시장에서는 내년 영업이익이 10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제기되는 상황입니다.
SK하이닉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42조6784억원으로 작년 최고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내년 영업이익은 75.8% 증가한 75조원으로 예측됐습니다. 내년부터 엔비디아향 HBM 물량뿐만 아니라 구글의 AI 반도체 ‘텐서처리장치(TPU)’, 주문형 반도체(ASIC)까지 전방위적으로 메모리 수요가 폭증하면서 슈퍼 사이클(장기호황)을 이끌고 있어섭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글로벌 HBM4 수요의 90% 이상을 공급할 것으로 예상돼 메모리 장기 호황 사이클은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습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계열별로 보면 전반적으로 반도체와 자동차, 방위산업 등 경쟁력 있는 부문이 실적을 주도하는 반면 석유화학이나 전통 소매·유통업 회복은 지연되는 모습입니다.
실제 SK의 내년 영업이익은 155% 급증한 4조4692억원으로 전망됐는데 SK바이오사이언스(-828억원), SK아이이테크놀로지(-907억원), SKC(-374억원)의 경우 적자를 지속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관계사 손실, 금융비용 등 영업외 요인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던 롯데지주는 내년 영업이익이 5024억원으로 올해 전망치(3552억원)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다만 롯데케미칼의 경우 매출의 7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 범용 석유화학 제품의 비우호적인 산업 환경으로 적자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으며 이차전지 소재·부품 관련주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의 영업손실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도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은 올해보다 6% 오른 13조3936억원으로 추정됐습니다. 대미 수출 물량이 9월을 저점으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환율 효과와 최근 트럼프 행정부가 연비 규제 완화와 전기차 세액공제 폐지 움직임을 보이는 점도 실적 상승 요인으로 지목됩니다.
LG의 내년 연간 영업이익은 1조8818억원으로 올해보다 24%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올해 하반기 LG전자 등 계열사별로 희망퇴직 비용이 반영되면서 내년부터는 고정비가 줄어들고, 미국 관세를 반영한 가격 인상 효과, 운임지수 하락 흐름 등을 고려할 때 수익성 개선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밖에 한화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오션 등 계열사의 성장으로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4조8166억원, 내년 연간 영업이익은 6조1357억원으로 완만한 상승세를 그릴 것으로 나왔고 HD현대도 HD현대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마린솔루션 등 방산과 조선업종의 성장에 힘입어 내년 영업이익이 7조2025억원으로 올해 추정치(5조6672억원)보다 2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습니다.
변용진 iM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을 최선호주로 제시하며 “내년에도 미국 함정 테마로 지속적인 상승 모멘텀이 지속되는 가운데 상대적 부진했던 수주마저 개선되며 펀더멘털은 더 견고해질 것으로 전망”이라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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