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성은·이효진 기자] '정기국회의 꽃'인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는 혼란 속에 있습니다. 정부 조직 개편에 따른 상임위원회 명칭 변경은 물론 피감기관 조정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여기에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화재로 사흘 동안 '자료 요구 사이트' 접속도 차질을 빚었습니다. 추석 연휴 전 국감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국회 보좌진들에게는 날벼락입니다.
안호영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흘이나"…국감 앞두고 전산 오류에 '허무'
2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다음 달 13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할 예정입니다. 추석 연휴 직후 바로 국감에 돌입하는 셈입니다. 사실상 단 나흘 남았습니다.
국감을 준비하는 보좌진들은 피감기관에 자료를 요구하고 받은 자료로 질의서를 작성합니다. 국감 실적은 의원들의 공천 평가에 반영되는 걸로 알려졌습니다. '맹탕 국감'을 막기 위해서인데, 지난 2023년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이 실적 미반영을 결정하자 국정 전반에 대한 감사와 비판 기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보좌진의 경우 국감이 일종의 '포트폴리오'로 작용하기에 국감 준비에 열을 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연휴 직전 마지막 금요일이었던 지난 26일, 국정자원 대전 본원 화재로 보좌진들의 손이 묶였습니다. 화재로 정부24, 국민신문고 등 대국민 서비스를 비롯해 647개 행정 전산 시스템이 마비됐습니다. 국회도 타격이 컸습니다. 국회에서 정부로 자료를 요구할 때 사용하는 '국회 의정자료전자유통시스템' 로그인에 필요한 행정전자서명 서비스가 가동 중단된 것입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국회 메일 시스템도 로그인 장애가 발생했다. 사진은 국회 메일 시스템 사이트와 로그인 장애 공지 화면. (사진=국회 보좌진 제공)
화재 발생 직후 발생한 로그인 오류는 사흘 뒤인 이날 아침 해결됐습니다. 해당 기간 보좌진들은 정부 기관에 국감 관련 새로운 자료를 요청하거나 기존 자료에 대한 답변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A 의원실 보좌관은 "추석 전 국감 준비를 어느 정도 완료해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일을 못 한 주말) 이틀은 너무 크다"고 강조했습니다.
정부원격근무서비스(GVPN)도 멈췄습니다. 메일이 연결된 외부 접속망에 문제가 생긴 건데, 해당 서비스도 이날 복구됐습니다. B 의원실 선임비서관은 "국회 메일이 안 되다가 오늘에서야 됐다"며 "국감 직전엔 집에 가서도 일을 해야 하는데 인터넷망이 안 돼 불편을 겪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아직 해결되지 않은 건 모바일 신분증 먹통입니다. 화재 여파로 모바일 신분증에 오류가 발생해 국회 출입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현재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고, 대부분 문제가 해결된 상황"이라며 "국회 자체 문제는 모바일 신분증 정도만 남았다"고 밝혔습니다.
상임위 개편에 국감은 어디서?…보좌진도 '혼란'
국정자원 화재 이전부터 국회는 상임위 개편으로 어지러웠습니다. 정부 조직 개편안은 새 정부 취임 초부터 언급됐지만 법안은 국감 직전에 겨우 통과됐습니다. 지난 26일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고, 이에 맞춘 '국회법 개정안'도 28일 가결됐습니다. 이르면 오는 30일 국무회의에서 공포될 전망입니다.
기존 기획재정위원회는 '재정경제기획위원회'로, 환경노동위원회는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로, 여성가족위원회는 '성평등가족위원회'로 거듭나게 됩니다. 기획재정부가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로 쪼개지고,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실이 환경부로 이관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탄생하는 개편에 맞춘 명칭 변경입니다.
특히 산자위에서 환노위로 이동하는 에너지 기관들은 어디에서 감사를 받아야 하는지 가르마가 명확하게 타지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에너지 기관에 대한 국감을 준비하던 산자위 소속 의원실의 보좌진도, 갑자기 에너지 기관을 다루게 된 환노위 소속 의원실 보좌진들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산자위를 담당하는 한 민주당 보좌관은 이번 국감 피감기관과 관련해 "아직 정확하게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다"면서 "환노위로 넘어가는 기관이라도 산업과 겹치는 부분은 산자위에서 다룰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상임위 국민의힘 보좌관도 "비효율적이지만 만일의 상황을 위해 에너지 기관 국감을 대비하고 있다"며 "국감 일정은 어느 정도 나왔는데 서로 조율이 안 돼 일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산자위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에너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등이 대거 이탈함에 따라 허무하다는 아쉬움도 흘러 나옵니다. 에너지 분야에 관심을 두고 전문성을 키워갔던 의원들은 "산자위에 있어야 할 이유가 줄었다"며 상임위 이동을 고민하는 분위기입니다.
반면 환노위 보좌진들은 급하게 에너지 기관을 파헤치기 시작했습니다. 환노위 소속 민주당 선임비서관은 "환노위 소관 기관의 자료를 모두 받아 질의서를 쓰는 상황에서 에너지 기관이 추가돼 당혹스럽다"고 말했습니다.
환노위 소속 의원도, 보좌진도 갑자기 떨어진 '에너지 기관 국감'에 깊이 있는 질의가 가능하겠냐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해당 선임비서관은 "에너지 기관 국감 일정을 넣기 위해서 환경 관련 기관의 감사 일정을 빠듯하게 배치한 것으로 안다"며 "하루에 너무 많은 기관을 다루면 준비하는 보좌진도 힘들지만, 질의하는 의원들도 부담"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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