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금융감독 독립성 위기 '현재진행형'
2025-09-30 06:00:00 2025-09-30 06:00:00
이명박정부 시절인 2011년 1월 저축은행 사태가 불거졌다. 삼화저축은행을 시작으로 저축은행들이 연속으로 영업정지를 받은 사건이다. 수년 전부터 저축은행 업권의 부실 징후가 뚜렷해졌음에도 정부가 정리를 미뤘다는 지적이 있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시끄러운 문제 처리를 뒤로 미뤘다는 것이다. 정부 입김이 작용할 때 금융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단적인 예다. 
 
최근 정부와 여당이 추진해온 '금융위원회 분리 및 금융감독원 쪼개기'가 무산됐다. 여당은 야당 탓으로 돌렸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까지 고려되는 상황에서 금융당국을 장기간 불안정한 상태로 방치할 수 없다고 했다. 
 
야당의 반대가 없었다 하더라도 금융감독체계 개편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금융위 설치법, 은행법 등 고쳐야 할 법안만 50여개, 고쳐야 할 조문도 9000개 이상에 달한다. 
 
이번 금융당국 조직개편은 애초부터 설득력이 떨어졌다. 정부는 당초 금융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가 금융감독도 총괄하고 있어 감독 기능이 약화했고, 이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감독 기능 강화를 위해서는 독립적인 조직이 필요하다며 금감원을 쪼개 금융소비자보호원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감독 업무를 수행하는 금감원과 금소원은 공공기관으로 지정하겠다고 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 공공기관이 되면 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롭기 어려워져 독립성 훼손이 불가피하고 이는 감독 기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이 권고한 독립성 원칙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조직개편을 강행하는 것은 금감원을 통제해야 하는 권력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인식은 곳곳에서 드러난다. 조직개편안 발표 당시 행정안전부는 "지금까지 금감원이 하는 역할에 비해 외부의 민주적인 통제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도 직원 간담회에서 "강력한 권한을 가진 금감원에 민주적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했다. 
 
금감원의 과거 행태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윤석열정부 실세였던 이복현 금감원장이 있을 때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징계권 남용 논란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백년대계로 꼽히는 금융시스템 개편이 힘의 논리에 매몰됐다는 인식을 버릴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은 정책과 감독 기능 분리,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만 있을 뿐 이해와 설득의 과정 없이 조직개편 속도에만 치중했다. 
 
금감원 공공기관 지정 문제는 여전히 남은 불씨로 꼽힌다. 전면 백지화를 못 박지 않은 만큼 추후 재추진될 여지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금감원은 무자본 특수법인 형태의 민간 조직인데, 정부 예산 통제가 더해진다면 감독기관의 독립성 강화는 요원해질 가능성이 크다. 독립성은 금융소비자와 시장 참여자의 신뢰를 지탱하는 핵심 자산이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이종용 금융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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