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OCI, 자본잠식 자회사 정리…합병으로 효율화 속도
수천억원 적자·차입금 압박에 무너진 독립 경영
조직 단순화·자금 효율성 확보 노려…재무 안정화
2025-09-30 06:00:00 2025-09-3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9월 26일 15:14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OCI(456040)가 적자와 자본잠식에 빠진 자회사 피앤오케미칼을 흡수합병하기로 했다. 겉으로는 경영 효율화와 사업 시너지 효과 기대를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수천억원대 차입금과 지속적인 손실로 모회사에 부담이 된 자금을 정리하고 운용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합병은 OCI가 신사업 확장 과정에서 드러난 시행착오를 재정비하는 동시에, 재무 안정화와 수익성 개선이라는 현실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OCI중앙연구소.(사진=OCI)
 
피앤오케미칼, 4백억 매출에도 2백억 ‘순손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OCI는 최근 이사회를 열고 자회사 피앤오케미칼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합병 방식은 신주 발행이 없는 무증자 합병으로, 존속회사는 OCI이며 피앤오케미칼은 소멸된다. 합병기일은 12월1일, 합병 등기는 12월2일로 예정돼 있다. 합병 반대 의사 통지 접수는 10월13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며, 이번 건은 소규모합병에 해당해 주식매수청구권은 부여되지 않는다.
 
OCI는 합병 목적을 두고 “과산화수소 등 제품 사업에 시너지를 창출하고 별도 조직을 운영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줄여 궁극적으로 경영 효율화를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고자 한다”고 공시를 통해 설명했다. 겉으로는 조직 통합을 통한 효율화지만, 속내에는 부실 자회사를 정리하고 OCI의 재무 부담을 덜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피앤오케미칼은 2020년 OCI가 포스코퓨처엠과 함께 설립한 합작사다. 철강 부산물을 활용해 고부가가치 화학 소재를 생산한다는 목표 아래 출범했으며, 설립 당시 지분 구조는 포스코퓨처엠 51%, OCI 49%였다. 그러나 사업 초기부터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했고, 지속적인 적자가 이어졌다. 포스코그룹도 그룹 차원 구조조정 과정에서 피앤오케미칼을 정리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OCI는 소재 영역 확장의 기회로 보고 지난해 포스코퓨처엠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사들여 피앤오케미칼을 완전자회사로 편입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회사는 올해 3월과 5월 두 차례 유상증자를 단행했지만 재무구조 악화는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피앤오케미칼의 자산총계는 1824억원, 부채총계는 1834억원으로 자본총계가 –10억원을 기록하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당기순손실 역시 218억원에 달했다. 매출은 423억원을 냈지만 이익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이다.
 
OCI 입장에서는 피앤오케미칼을 별도 법인으로 유지할 이유가 딱히 없다. 이미 100% 지분을 보유한 완전자회사이자 연결 종속회사이기 때문에 재무제표상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합병을 통해 조직을 단순화하고 관리 비용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회사는 또 과산화수소 등 기존 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해 향후 수익성 개선을 노린다는 계획이다.
 
 
내부 자원 통합…금융비용 절감 효과 기대
 
특히 이번 합병은 OCI가 올 초부터 이어온 자금 지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피앤오케미칼은 올해 3월과 5월 각각 200억원씩 총 400억원의 유상증자를 받았고, 이외에도 모회사로부터 일정 한도 내 자금 대여를 받아 긴급한 유동성을 충당해왔다. 지난 5월에는 250억원 한도 내 자금 대여 계약을 체결했고 9월 말 기준 차입액은 100억원이다. 지난해에도 세 차례에 걸쳐 159억원을 빌린 뒤 일부만 상환해 총 대여금이 150억원에 달하는 등 모자회사 간 자금거래가 빈번했다.
 
이는 피앤오케미칼이 외부 차입금 상환 압박을 버티기 어려운 재무 구조에 놓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피앤오케미칼의 총 차입금은 1771억원으로, 전년 대비 12.8% 증가했다. 올해에만 상환을 앞둔 차입금이 935억원에 달하며, 내년부터 2030년 이후까지도 매년 수백억원씩 갚아야 한다. 유상증자와 대여금 지원의 상당 부분이 이 같은 차입금 상환 목적에 쓰였다.
 
이 때문에 이번 합병은 단순한 법적 절차 이상의 효과를 갖는다. OCI가 직접 자회사 차입금 부담을 흡수하게 되면서 피앤오케미칼의 독립적인 자금 조달 구조를 정리하고, 자금 운용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회사는 불필요한 자금 대여 과정을 거치지 않고 내부 자원을 통합해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금융비용 절감과 함께 단기적으로는 OCI 연결 손익 안정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IB토마토>는 이번 합병으로 금융비용 절감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OCI 측은 "구체적인 비용은 밝히기 어렵다"면서도 "다만 합병을 통해 자금조달 비용과 불필요하게 중복되는 판관비 등을 감축할 수 있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OCI는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피앤오케미칼을 흡수합병하게 되지만, 유의미한 재무적 영향은 미미하거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피앤오케미칼은 OCI가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로 이미 연결 실적에 손익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OCI 측은 "합병 이후 지속적인 실적 개선 노력을 통해 (피앤오케미칼로 인해 발생한) 차입금을 점진적으로 감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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