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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09월 25일 16:29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애경케미칼이 고부가가치 제품과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사업 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2년간 매출이 5000억원 이상 줄어들며 외형 축소와 수익성 악화라는 이중고를 겪는 상황에서 신성장 동력 발굴과 연구개발(R&D) 강화, 그리고 생산능력(CAPA) 확충을 앞세워 반전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재무 여력은 녹록지 않다. 현금성자산 대비 단기간 내 갚아야 할 차입금 규모가 비대한 데다 유동성도 떨어진 상황에서 이 같은 투자가 자칫 수익성 개선이 되기도 전에 회사의 재무체력을 고갈시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애경케미칼)
가파른 외형 축소…중국발 공급과잉 직격탄
2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애경케미칼은 최근 몇 년 사이 외형과 수익성이 눈에 띄게 쪼그라들었다. 연결 기준으로 2022년 매출 2조1764억원, 영업이익 951억원을 기록했던 회사는 지난해 매출 1조6422억원, 영업이익 155억원으로 급락했다. 불과 1년 만에 매출이 5342억원 감소했고, 영업이익률도 4.4%에서 0.9%로 떨어졌다. 올해 상반기 역시 매출 7462억원, 영업이익 27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 77% 줄었다.
특히 가소제 사업부문의 실적 부진이 뼈아팠다. 국내 가소제 1위 업체임에도 중국발 과잉 공급으로 시장이 잠식됐다. 2022년 1조147억원이던 가소제 매출은 지난해 7813억원으로 줄었다. 내수 매출은 4692억원에서 1935억원으로 58%나 감소했다. 합성수지·계면활성제 사업부도 수출·내수 모두 부진을 겪고 있으며, 바이오에너지 사업 역시 매출이 2022년 3760억원에서 지난해 2640억원으로 축소됐다.
여기에 가격 담합 혐의까지 불거지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리스크도 커졌다. 애경케미칼은 DS단석 등과 함께 바이오디젤·바이오중유 가격 담합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단순한 실적 부진을 넘어 기업 이미지와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부담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제품 포트폴리오 다각화…재무체력 받쳐줄까
위기 타개를 위해 애경케미칼이 가장 공을 들이는 신사업은 아라미드 섬유 핵심 소재인 TPC(Terephthaloyl Chloride)다. 회사는 현재 울산공장 부지 내에 연간 1만5000톤 규모의 TPC 공장을 건설 중이며, 향후 시장 성장세에 맞춰 생산규모 확대도 검토하고 있다.
TPC 생산에는 ‘광 공법’이 적용된다. 이는 기존 방식과 달리 유해가스인 이산화황 배출을 억제하고, 발생하는 염화수소를 포집해 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고 효율적인 공법으로 꼽힌다. 점차 강화되는 글로벌 환경 규제에 대응할 수 있는 경쟁력 요소라는 평가다.
애경케미칼은 또 다른 성장 카드로 이차전지 음극재용 하드카본을 내세우고 있다. 회사는 자체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품질 신뢰성을 확보하는 한편, 고객사와 성능 검증도 병행 중이다. 애경케미칼의 하드카본은 구형에 가까운 구조 덕분에 코팅이 쉽고 균일한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애경케미칼은 전통 화학소재 사업 외에도 친환경·바이오 소재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인체에 유해한 프탈레이트 성분을 제거한 수소화 가소제, 바이오 원료를 활용한 바이오 가소제 개발을 추진 중이다. 기존 가소제의 가공성을 유지하면서 안전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폐 PET를 재활용해 친환경 가소제(NEO-T+)를 생산·판매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에틸렌 글리콜(EG)을 정제·재활용하는 등 자원 효율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재생 MMA 기반의 코팅수지, 생분해성 비료 코팅수지 등 고부가 친환경 제품군도 상용화해 공급을 늘려가고 있다. 이 같은 친환경 제품군 확대는 단순한 실적 개선 차원을 넘어 글로벌 고객사의 ESG 요구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신사업 연구개발과 CAPA 확장에 투입되는 자본적지출(CAPEX) 규모는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2년 만에 EBITDA(상각전영업이익)가 1280억원에서 53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든 만큼, 투자 여력 자체가 넉넉지 않은 점은 리스크다. 애경산업 매각으로 그룹 내 재편 압력이 커진 상황에서 애경케미칼이 홀로 재무 체력을 유지하며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현금성자산 대비 단기간 내 갚아야 할 부채 규모도 비대하다. 올 상반기 기준 단기차입금이 3358억원, 유동성장기차입금이 500억원에 달하는 반면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금및현금성자산은 803억원에 불과한 상태다. 차입금 상환에 쓸 현금도 모자란 상태에서 대대적인 신사업 확장에 나선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애경케미칼이 기존 범용 제품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탈피하고, 고부가·친환경 제품을 확대하는 전략 자체는 유효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신사업이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사이 기존 사업 부진이 이어진다면 재무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애경케미칼은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진행중인 신사업 확장 비용 중 많은 부분은 이미 장기시설대 차입금으로 약정이 완료돼 자금조달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도 장단기 차입금 규모를 조절해 나가며 보다 안정된 자금 조달 구조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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