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총파업 '찻잔 속 태풍'…4.5일제 안갯속
2025-09-26 17:01:51 2025-09-26 18:23:52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가 주 4.5일제 도입을 주장하며 총파업에 나섰지만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노동시간 단축에 대해 금융권 안팎의 공감을 얻지 못하는 데다 연말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금융노조는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로 동화면세점 앞에서 총파업 대회를 열고 주 4.5일제, 임금 인상률 3.9% 등을 요구했습니다. 특히 이번 총파업에서는 주 4.5일제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노조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영업시간을 30분씩 늦추고 금요일은 오전에만 일하는 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반면 사측은 4.5일제 근무제 도입에 반대하고, 금융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안의 절반 수준인 2.4% 인상률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노조는 이달 1일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실시해 찬성률 94.98%로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한 뒤 이날 총파업에 돌입한 것입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주 4.5일제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꿀 의제"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실질임금 하락을 말하는 노조의 요구가 탐욕인가, 본인들의 돈벌이를 위해 점포를 없애고 역대급 이익을 창출하는 사측이 탐욕인가"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당대표도 이재명 대통령도 주 4.5일제를 강조하고 있다"며 대한민국 노동 대전환을 이뤄낼 것이라며 강조했습니다. 
 
시중은행 파업 참여율 1% 미만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노조 9.26 총파업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당초 금융노조는 전체 조합원 중 80% 수준인 8만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추산했으나 시중은행 지부에서 거의 참여를 하지 않으면서 실제 참여율은 그에 훨씬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신한은행 노조의 경우 이번 총파업에 전면 불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한은행 지부는 내부적으로 총파업 찬반 투표를 거쳐 찬성이 과반이 넘으면 참여할 예정이었는데, 노조 투표율이 50%에 미치지 않으면서 불참하기로 했습니다. 타 시중은행 지부의 경우에도 전체 직원 대비 현저히 적은 인원만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100여명 정도, 하나은행에서는 50여명가량 참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국민은행 전체 직원이 1만2000여명인 점을 감안하면 1%도 안 되는 인원이 참여하는 데 그친 것입니다. 
 
금융노조 위원장이 소속돼 있는 기업은행의 경우 상대적으로 참여율이 높았습니다. 총 1477명이 파업에 참석했는데 이는 전 직원의 15.7% 수준입니다. 은행권 영업점 운영에는 차질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노조 인원을 영업점에 배치했기 때문입니다.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 등 변수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한 주 4.5일제 도입 동력이 유지될 것인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오는 12월 금융노조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어 금융노조와 예비 후보들은 조만간 선거 준비에 돌입해야 합니다. 
 
김 위원장은 기업은행 출신으로 시중은행 조합원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문에 이번 총파업에 시중은행 조합원 참여 규모가 표심 바로미터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는데요. 시중은행 조합원 참여 규모가 1% 남짓한 만큼 내년 위원장이 바뀌면 향후 주 4.5일제에 대한 동력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이른바 '귀족노조'라고 불리는 비난 여론도 변수입니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이 넘는 은행원들이 주 4.5일제 도입을 걸고 총파업에 나선다는 것이 국민 정서와 동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5대 은행 직원 1인당 보수는 △하나은행 1억2000만원 △신한은행 1억1900만원 △KB국민은행 1억1800만원 △NH농협은행 1억1500만원 △우리은행 1억1400만원으로 집계됐다. 
 
앞서 금융권은 주 5일제를 도입하는 데도 사회적 합의에만 4년가량 걸렸고 경제계 전반의 공감 속에서 순차적으로 진행했던 바 있습니다. 당시 주 5일제는 외환위기 충격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고용 유연화를 함께 논의하며 추진했기에 추진 취지도 명확했습니다. 
 
이재명정부가 주 4.5일제 도입을 국정 과제로 내세웠지만 정작 관련 예산은 내년도 고용노동부 전체 예산의 0.1%도 채 되지 않는 324억원에 불과합니다. 법제화도 아직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안에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법과 주 4.5일제 지원사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본격적인 논의는 내년 이후로 넘어갈 전망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 4.5일제가 이뤄지면 좋겠으나 주 5일제도 시간이 오래 걸렸는데 더 오래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은행원 연봉이 높은데도 근무 시간을 줄인다는 비판적인 시간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금융노조가 3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파급력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노조는 주 4.5일제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가겠단 입장이지만 이를 두고 노조 이기주의라는 지적도 나오면서 총파업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금융노조 조합원들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열린 9.26 총파업 결단식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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