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지배구조 모범관행' 뒷북 검사 '되풀이'
2026-01-15 15:45:30 2026-01-15 21:53:02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금융감독원이 이달 8개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 점검에 착수합니다. 은행권 지배구조의 실질적 작동 여부를 들여다보겠다는 취지지만, 회장 장기 집권을 위해 모범 관행을 악용한 사례가 발생한 뒤에야 특별 점검에 나서는 '뒷북 대응'을 반복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지배구조 모범관행 형식적 이행 그쳐"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KB·신한·하나·우리·NH·BNK·DGB·JB금융 등 8개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합니다. 사외이사의 실제 활동 내역을 중심으로 회장 승계 절차, 이사회 독립성, 사외이사 평가 체계 등이 점검 대상입니다.
 
이번 점검은 2023년 말 금감원이 마련한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 관행’이 형식적으로만 이행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당시 금감원은 업계·학계와 함께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마련했고, 은행권은 2024년부터 적용했습니다. 
 
금감원은 모범 관행 이행 이후 은행권 지배구조가 관련 내규 정비, 위원회 구성 개선, 체계적 절차 마련 등 외형적·제도적 측면에서 상당부분 개선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최근 일부 지주에서 회장 연임에 유리하도록 내부 규정을 바꾸거나, 후보 검증 절차를 사실상 형해화하는 사례가 확인됐다고 특별점검 취지에 대해 밝혔습니다.
 
금감원이 파악한 모범 관행을 형식적으로 이행한 사례를 보면 △롱리스트 선정 직전 이사 재임 가능 연령인 만 70세 규정을 현 지주회장에게 유리하게 변경한 뒤 연임이 확정된 경우 △BSIM(Board Skill Matrix, 이사회 구성 집합적 정합성 확보를 위한 관리지표)상 전문성 항목을 자의적으로 해석 △사외이사 평가 시 외부평가기관 등 객관적 평가지표를 활용하지 않고 단순히 설문 방식으로만 평가 등이었습니다. 
 
다만 이번 특별점검을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뒷북 검사'라는 반응이 나옵니다.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055550)), 우리금융지주(316140)BNK금융지주(138930) 회장들의 연임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3월 주주총회 절차만 남겨둔 상태입니다. 지난해 6월 이후 새 정부 출범 이후 6개월이라는 시간이 있었지만, 이제야 문제 파악에 나선 것입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나이 규정까지 바꾸며 줄줄이 '셀프연임'
 
전임 금감원장 시절에도 금감원은 금융지주 지배구조 모범 관행을 손질하겠다며 매 분기 또는 반기마다 이사회·경영진 면담을 진행했지만,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 논란은 늘 있었습니다. 
 
김기홍 JB금융지주(175330) 회장은 2019년 최초 선임 이후 지난해 3연임에 성공했는데, 당시 JB금융 이사회가 회장 연령 제한을 기존 만 70세에서 재임 중 70세가 도래할 때 회장직을 유지할 수 있게 규정을 바꿔 논란이 일었습니다. JB금융 지배구조 내부 규범에는 사내이사 선임과 재선임시 연령을 만 70세로 제한하고, ‘재임 중 만 70세가 도래하면 최종 임기를 정기 주총까지 제한한다’는 문구가 있었는데 이를 ‘선임·재선임 시점에만 만 70세 미만이면 된다’고 수정한 것입니다.
 
회사 측은 경영 연속성과 안정성을 고려해 변경했다고 설명했지만 '셀프 연임' 비판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금감원의 대응은 미지근했습니다.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특정 인물의 연임 여부가 직접 관여할 문제는 아니지만 상당히 전 단계에서 허들을 만들면 좋았겠단 아쉬움은 있다"면서 "모범 규준의 정신은 가급적 특정인의 연임, 선임을 위한 모양으로 안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것이고 주총에서 판단 받을 문제"라고 밝히는 데 그쳤습니다.
 
하나금융지주(086790)의 경우 지난 2024년 12월 함영주 회장의 첫 임기 만료를 3개월 앞두고, 이른바 '70세 룰'을 변경했습니다. 1956년 11월생인 함 회장은 기존 규정대로라면 만 70세가 되는 올해 퇴진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임기 중 만 70세가 도래해도 임기를 끝까지 마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면서 2028년 3월까지 회장직을 이어갈 수 있게 됐습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금감원은 최근 현장점검에서 특정 금융사의 모범 관행 '꼼수 이행' 사례를 적발했는데요. BNK금융의 경우 현 빈대인 회장의 연임을 유리하게 하려고 다른 후보군 접수 기간을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명절 연휴 및 공휴일을 제외함에 따라 실질적인 후보자 접수 기간은 닷새에 불과했습니다.
 
지배구조 모범 관행에는 사외이사 역할 강화 내용도 있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난해에는 사외이사 전문성 강화를 명분으로 금감원과 주요 금융지주가 업무협약(MOU)을 맺기도 했지만, 이사진 변화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당시 사외이사 전문성 강화라는 목적만 강조했고, 독립 문제는 소홀히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외이사는 회장을 추천하고 주요 안건을 심의하면서 유일하게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기구입니다. 하지만 회장 측근 또는 지지 세력으로 채워지다 보니 사실상 '거수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사외이사 구조 개혁 없이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 관행이 온전히 기능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이번 점검에 대해 "늦었지만 점검 자체는 필요하다"면서도 "핵심을 건드리지 않으면 또 한 번의 형식적 점검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김 대표는 “교수·변호사 일색의 사외이사 구조로는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노조 추천, 우리사주조합 추천, 국민연금 등 공적 주주 추천 등 다양한 경로가 제도화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금감원이 이달 중 8개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특별점검에 착수한다. 은행권 지배구조의 실질적 작동 여부를 들여다보겠다는 취지지만 사실상 뒷북 검사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사진은 금융감독원 건물 외경.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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