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단식 12일째…임단협 갈등 최고조
2026-01-16 14:37:13 2026-01-16 14:37:13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KB국민은행 임금·단체협약(임단협)이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김정 노조위원장의 단식 농성이 벌써 12일째 접어들었습니다. 최근 김 위원장의 건강이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단식 12일째, 위태로운 농성 현장
 
김정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임단협 타결을 촉구하며 12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내 농성 천막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1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신관 로비에는 노조가 설치한 천막 농성장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지난 5일 단식에 돌입한 김정 위원장은 체중이 급격히 줄고 기력이 크게 떨어져 거동이 어려운 상태로, 천막 안에 누운 채 농성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농성장을 지키던 노조 관계자는 "단식하며 버틴 지 열흘이 넘었다"며 "어제부터는 의식이 혼미해질 정도로 기운이 없어 안정을 취해야 하는데 매우 걱정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투쟁 국면으로 전환이 되면 주요 갈등을 보이는 사안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재로서는 임단협 교섭을 계속 진행하고 있어 대외적으로 이렇다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금융노조 전체적으로 봐도 가장 길었던 단식농성이 10일을 넘긴적이 없는데 상황이 많이 위태롭다"고 덧붙였습니다.
 
KB국민은행 노사는 현재까지 임단협 타결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가운데 통상 임단협 시기가 늦은 우리은행을 제외하면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한 곳은 KB국민은행이 유일합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이미 지난해 말 교섭을 마무리했습니다. 
 
임단협을 두고 단식농성을 이어가는 만큼 이번 갈등의 핵심은 성과급과 인사제도 개편으로 보입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5일 치러진 8대 국민은행 노조위원장 결선투표에서 52.84%(4914표)의 득표율로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당시 핵심 공약으로 P/S(이익 배분 성과급) 상한 300% 폐지와 최대 600% 지급 등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공약은 성과급 300% 상한 폐지입니다. 그동안 실적과 관계없이 성과급을 기본급의 300%로 묶어두었던 제한을 없애고, 성과급 600%와 특별격려금 1000만 원을 쟁취하겠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아울러 '3대 적폐 및 차별 폐지'를 내세우며 페이밴드(승진 시 임금 인상 제한)와 임금피크제의 완전 폐지를 약속했습니다.
 
특히 경쟁자였던 2위 후보와 근소한 표 차이로 연임에 성공한 만큼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조합원들과의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연임 성공에 따라 강경한 임단협 투쟁이 불가피했다는 평가도 나오는 대목입니다.
 
KB국민은행 사측은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경영 원칙상 수용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고 노사 간 간극이 있어 현재 조정 중"이라는 입장입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노사 간 시각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교섭을 여러차례 지속하고 있으며 성실히 임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타 시중은행 임단협 '순항'
 
다른 시중은행들은 성과급과 근무제도 개선을 묶어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습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노사는 지난해 12월 말 2025년 임단협을 극적으로 타결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일반직·전문직·관리직원의 임금 인상률을 3.1%, 사무인력 등은 3.3%로 합의했고, 성과급은 기본급 350% 수준을 현금으로 나눠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가결산 기준 총 경영성과급은 최소 380% 이상으로, 시중은행 가운데 최고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그동안 일부를 우리사주로 지급하던 방식을 없애고 전액 현금 지급으로 전환했습니다.
 
하나은행은 PS제도 특성상 성과급 구조가 다르지만, 특별성과급을 기본급의 280%로 결정했고 특별격려금 200만원 지급에 합의했습니다. 두 은행 모두 4.5일제는 이뤄내지 못했지만,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물꼬는 텄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우리은행은 이달 중순부터 임단협 교섭을 본격화 할 예정입니다. 우리은행 노조 내부에서는 아직 사측에 제안할 정확한 성과급 규모를 결정한 것은 아니라 사측과 긴밀한 협의가 중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리딩뱅크인데 보상은 제자리"
 
은행권 안팎에서는 KB국민은행 노사 갈등의 배경으로 '실적 대비 낮은 보상'에 대한 누적된 불만을 꼽습니다. 지난해 역대급 이익을 달성했는데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설명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4대 시중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2조14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2%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순이익 증가 폭이 가장 컸던 곳은 KB국민은행으로 전년 대비 28.5% 늘어난 3조3645억원을 기록하며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신한은행은 3조3561억원, 하나은행은 3조1333억원을 거뒀고, 우리은행만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한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 등을 이유로 유일하게 순이익이 감소했습니다.
 
KB국민은행 내부에서는 매년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인상 폭이 실적에 비해 낮다는 불만이 누적돼 왔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새 지도부 출범 이후 노조의 투쟁 강도가 높아지면서 이번 임단협은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노사 관계의 시험대로 번지는 모습입니다.
 
지난해에도 KB국민은행 노사는 '2024년 임단협' 타결을 위해 교섭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은 바 있습니다. 당시에도 노조는 척막농성에 성과급 300%에 1000만원 현금을 요구하며 총파업 결의라는 카드까지 꺼내들었습니다. 최종적으로 총파업 하루 전 교섭에서 사측이 성과급 300%에 200만원 현금 지급, 우리사주 100만원 지급 등을 제시하며 극적으로 합의에 이르렀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새 지도부 출범 이후 노조의 투쟁 강도가 높아지면서 이번 임단협은 단순한 임금 협상을 넘어 노사 관계의 시험대로 번지고 있지만 300% 넘는 성과급 비율을 사측이 협의해줄지 의문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신한은행과 하나은행까지 임단협을 마무리했고 우리은행도 산식에 따라 통상 받는 성과급 비중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KB국민은행만 남아 임단협 체결에 대한 압박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금융당국의 시선을 고려하면 성과급을 30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데에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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