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 전락한 상가)서울 대단지도 '반값 세일'…"상권 침체 심각"
유찰 반복에 경매 급증…재건축·재개발서 상가 기피 뚜렷
2026-01-16 16:04:55 2026-01-16 16:04:55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서울 아파트 대단지 내 상가가 분양 시장에서 줄줄이 고전하고 있습니다. 한때는 대단지 배후 수요와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앞세워 노후 대비 투자처로 각광받았는데요. 최근에는 분양가를 절반 가까이 낮춰도 주인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어 오프라인 상권 침체가 구조적인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최근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온비드를 통해 고덕강일지구와 서초 내곡 일대 도시형생활주택 상가 19실을 분양했지만 모두 유찰됐습니다. 해당 상가들은 앞선 두 차례 입찰에서도 매각에 실패했습니다. 분양 조건 역시 크게 낮아졌습니다. 일부 점포는 최초 예정가 대비 2억원 이상 가격이 조정됐고, 소형 상가는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매수 희망자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대규모 주거 단지를 배후에 둔 입지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관심이 식었다는 점이 상징적이라는 평가입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서울 대형 재건축 단지에서도 그대로 나타납니다. 지난해 입주를 시작한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은 1만2000가구에 육박하는 국내 최대 규모 단지로 주목받았지만, 단지 내 상가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보이고 있습니다. 전체 상가 477곳 가운데 절반이 훌쩍 넘는 물량이 전월세 계약을 맺지 못한 채 공실로 남아 있습니다. 입주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공실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평가입니다.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 내 상가 모습. (사진=뉴스토마토)
 
강남권 역시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서초구 잠원동 일대 신축 재건축 단지 상가에서는 1층 주요 동선에 위치한 점포마저 공실이 적지 않습니다. 일부 단지는 상가 호실의 상당수가 부동산 중개업소로 채워질 정도로 업종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높은 분양가와 임대료 탓에 일반 자영업자가 감당하기 어렵고, 결국 한정된 업종만 남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런 흐름은 재건축 사업 전략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송파구 잠실동 우성4차 재건축 단지는 기존 정비계획에 포함돼 있던 상가를 짓지 않는 방향으로 계획을 변경했습니다. 상가 일반분양을 통해 수십억 원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미분양과 공실 위험을 감수하기보다 아예 상가를 배제하는 쪽을 택한 것입니다. 여의도와 서초, 목동 일대 재건축 단지에서도 상가 면적을 대폭 줄이거나 지상 상가를 없애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노량진 일대 재개발 구역도 비슷한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일부 구역은 상가 면적을 줄이는 대신 주택 분양 면적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주거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반면, 상가는 공급 대비 수요 불확실성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실제로 상가를 줄이는 것이 사업 리스크를 낮추는 선택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입니다.
 
비대면 소비 일상화…교육·생활밀착형 업종도 고전
 
상가 침체의 근본 원인으로는 소비 구조 변화가 꼽힙니다. 온라인 주문과 택배, 배달 서비스가 일상화되면서 오프라인 점포를 이용하는 빈도가 크게 줄었습니다. 이에 따라 상가에 입점해 대면 영업을 하려는 자영업자 수요 자체가 감소했습니다. 출산율 하락으로 학원 수요까지 줄어들면서 단지 내 상가의 대표 업종이었던 교육·생활 밀착형 업종도 예전만큼 힘을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그래프=뉴스토마토)
 
공실률 통계 역시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서울 집합상가 공실률은 2023년 3분기 8.3%에서 지난해 3분기 9.3%로 상승했습니다. 공실이 늘어도 임대료가 쉽게 내려가지 않으면서 상가 소유주들은 버티기에 나서고, 결국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에 부쳐진 서울 아파트 상가는 141건으로, 전년 대비 41% 늘었습니다. 그러나 경매 시장에서도 매각률은 낮아 가격을 크게 낮춰도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분양과 임대가 막히자 조합과 시행사들은 상가 일반분양분을 통매각으로 넘기거나 할인 분양을 시도하고 있지만 효과는 제한적입니다. 일부 단지는 통매각 입찰마저 유찰되며 상가 처분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결국 상가를 최소화하거나 아예 제외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바꾸는 사례가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전문가들은 대단지라는 이유만으로 상가의 안정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진단합니다. 오프라인 소비 감소, 공급 과잉, 고분양가 구조가 맞물리며 과거의 ‘단지 상가 불패’ 공식은 사실상 깨졌다는 것입니다. 향후 서울 주거지 개발에서는 잠실과 둔촌, 노량진 사례처럼 상가의 역할과 규모를 재조정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온라인 소비가 일상화된 데다 임대료와 인건비 등 영업 비용이 계속 오르면서 상가에서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내기가 어려워졌다”며 “최근 단지 내 상가 침체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인 변화로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이어 “아파트 상가는 단지 내 수요에만 의존할 경우 집객에 한계가 있다”며 “외부 유동 인구와의 상권 연결성이 부족하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현재 시장 환경에서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에서도 분양성과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상가 비중을 줄이려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주거는 주거 기능에 집중하고, 소비는 외부 상권이나 업무지역에서 해결하는 방향으로 생활 패턴이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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