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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최윤석 기자]
고려아연(010130)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지 벌써 1년이다.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양측 협력 증권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고려아연 측에 선
미래에셋증권(037620)·KB증권·하나증권은 명실상부 자금조달 파트너로 격상됐다. 반면 MBK파트너스의 협력 증권사인
NH투자증권(005940)은 신뢰도 문제로 거리두기 중이다.
"미래에셋·KB·하나, 자금조달 파트너로"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오는 10월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2년물과 3년물, 5년물로 나뉘어 모집되는 이번 발행에선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7000억원까지 증액이 가능하다.
이번 고려아연 회사채 발행에선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하나증권이 대표 주관을 맡았다. 앞서 이들 증권사는 지난해 9월부터 이어지고 있는 MBK파트너스와의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 편에 섰다.
(사진=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10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사무를 담당했고 KB증권은 온라인 공매매수 청약 창구 증권사로 참여했다. 하나증권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의 영풍정밀 공개매수를 지원했다.
MBK파트너스 간 경영권 분쟁에서 고려아연은 올해 초만 해도 영풍-MBK 연합보다 열위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려아연 측 증권사에 대해서도 단기적인 수수료 수익을 내는 데 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고려아연 측은 해외 계열사를 이용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시키는 방법으로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이어 홈플러스 사태로 MBK의 신용위기가 불거지고 집중투표제 의무화 도입으로 최윤범 고려아 회장 경영권 수성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들 증권사들은 단순 업무 협력에서 자본조달 파트너로 격상됐다.
실제 지난 4월 발행된 7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에서도 해당 증권사들은 대표 주관사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통해 KB증권은 4월부터 채권자본시장(DCM) 주관실적 1위 자리를 탈환할 수 있었고, 미래에셋증권도 다소 부진했던 채권 주관실적을 회복했다.
MBK파트너스와 거리 두기 시작한 NH투자증권
MBK파트너스에는 NH투자증권이 있었다. ‘밀월관계’란 말이 나올 정도로 MBK와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NH투자증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NH투자증권은 2013년부터 MBK파트너스의 주요 딜에 참여해왔다.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 인수 당시 인수합병(M&A) 자문을 시작으로 5000억원 규모 인수금융 투자확약서(LOC)를 발급해 딜을 이끌었다.
(사진=NH투자증권)
이후 NH투자증권은 MBK파트너스 주요 인수거래에 참여했다. 2015년 홈플러스 인수에도 NH투자증권은 전체 거래금액 7조2000억원 중 60%에 달하는 4조3000억원의 선순위 대출을 제공한 금융사 중 하나였다. 특히 고려아연 공개매수에는 매입 자금 1조5657억원 중 75%에 달하는 1조1775억원을 제공한 것으로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이 같은 끈끈한 파트너십은 올해 초 홈플러스 사태로 촉발된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좌절로 고비를 맞았다. 당초 NH투자증권은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무난히 인수할 것으로 예상하고 9개월이란 짧은 인수금융 만기를 적용해 대출을 실행했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길어지면서 NH투자증권은 자금회수 문제와 평판 리스크에 직면했다.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메리츠금융그룹이 1조3000억원 차입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은 것에도 영향을 받았다.
물론 당장 협력 관계가 틀어지지는 않는다. 실제로 지난 5월 NH투자증권과 MBK파트너스는 6000억원 규모 브릿지론 리파이낸싱에 합의하고 신규 계약을 체결키도 했다. 만기 내년 5월까지로 이자율은 6.2%이다.
다만 메리츠금융그룹 사태를 교훈 삼아 안전장치를 추가했다. 담보유지비율(LTV)을 75%로 설정한 것이다. MBK파트너스는 6000억원 규모 대출을 유지하기 위해 담보 자산 평가가치가 최소 8000억원 이상이 되도록 유지해야 한다. MBK파트너스는 해당 대출에 대해 고려아연 지분 8.10%를 담보로 제공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일각에서 MBK파트너스와 관계에 대해서 지속적인 언급이 있지만, 결코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없다"라며 "다만 MBK파트너스가 NH투자증권의 인수금융 서비스를 이용한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자금조달 협력에서 경영 파트너로
일반 기업과 증권사 간 파트너십은 시장에서 일반적인 일이다. 하지만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같은 상황에서 증권사는 마냥 사업 확대만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자칫 법적 분쟁에 휘말릴 수 있고, 그 과정에서 이뤄지는 검찰과 금융당국의 조사 또한 부담이다.
실제로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은 고려아연이 지난해 추진한 2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서도 주관사를 맡으면서 금융감독원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당시 유상증자 계획 사전 인지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NH투자증권도 지난 4월 검찰로부터 고려아연과 영풍·MBK 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 이용 관련해 압수수색을 받았다. 이어 지난 7월엔 금융위원회가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주관 과정을 들여다 보기도 했다.
윤종하 MBK파트너스 부회장(좌)과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이사(우)(사진=연합뉴스)
증권업계에선 고려아연 사태 이후 기업 경영권 분쟁 파트너십 관련 투자은행(IB) 전략이 새롭게 논의되고 있다. 이전까지는 단순히 자금조달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이 쟁점이었지만 고려아연 사태 이후 지속적인 파트너십과 그에 따른 리스크가 변수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사태 이후 증권사들이 경영 전반에 걸친 협력자로 그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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