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홈플러스…이마트·롯데마트 반사이익?
경쟁사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로 고객 쏠릴 가능성
중장기적 측면에서는 업계 전반 반등 쉽지 않다는 분석도
2025-03-07 10:12:14 2025-03-07 10:12:59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향후 대형마트업계 역학 구도 변화에 관심이 쏠립니다. '대형마트 3강' 한 축을 담당하는 홈플러스는 당분간 영업 위축이 불가피할 전망인데요. 이에 경쟁사인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자연스럽게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특히 이들 기업은 본연의 역할을 강조하며 추가 출점 의지를 밝힌 만큼, 대형마트업계의 판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재편될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입니다.
 
홈플러스, 정상영업한다지만…거센 후폭풍 시작
 
7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신용등급 하락 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4일 오전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습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신용등급이 낮아져 향후 단기자금 측면에서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단기자금 상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말 홈플러스의 기업어음과 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낮춘 바 있습니다. 평가사들은 홈플러스의 이익 창출력 약화, 현금 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 부담을 등급 강등 이유로 꼽았는데요.
 
홈플러스 측은 부동산 자산이 4조7000억원에 달해 이에 회생계획이 확정되면 금융채권자들과의 조정도 크게 어렵지 않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회생절차 신청과는 상관없이 홈플러스의 대형마트, 익스프레스, 온라인 채널 등 모든 영업이 정상적으로 운영된다고 강조했는데요.
 
문제는 이 같은 설명에도 홈플러스의 경쟁력 축소는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홈플러스는 오는 6월 3일까지 법원에 회생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데요. 이 과정에서 보유자산의 유동화가 진행되면 자연스레 영업력이 약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게다가 이미 시장에서는 후폭풍이 거세게 부는 상황입니다. 주요 상품권 제휴사들은 변제 지연 등을 우려하며 상품권 사용을 중단하고 나섰는데요. 신라면세점, CJ푸드빌은 지난 4일부터, HDC아이파크몰, 엔터식스는 5일부터 상품권 사용을 막았습니다.
 
여기에 LG전자 등 일부 기업은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제품의 출하를 일시 정지했습니다. 이는 회생 절차 진행 흐름에 따라 납품 대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진데 따른 결정입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이라는 사실보다도 유동성 악화 사정이 시장에 공개되고 이로 인한 불안감 확대가 더 큰 타격이다"라며 "홈플러스가 기업 정상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여론을 안정시키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조언했습니다.
 
이마트·롯데마트, 이탈 고객 흡수 가능성↑
 
이처럼 홈플러스가 위기를 맞으면서 경쟁 업체인 이마트와 롯데마트 역시 이 같은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데요. 일단 이들 업체의 경우 대대적으로 마트를 공격적으로 출점하는 계획을 세운 데다 홈플러스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당수 수요층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단기적으로는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이마트의 경우 정용진 회장이 직접 나설 정도로 점포 경쟁력 강화를 천명한 상황인데요. 이마트는 지난달 문을 연 '트레이더스 마곡'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 '이마트 푸드마켓 고덕점'을 오픈합니다. 또 하반기에는 인천에 '트레이더스 구월' 매장을 개장할 계획으로, 최대 상권인 수도권에만 올해 3개의 매장을 연다는 계획입니다.
 
이마트는 올해 3곳에 이어 오는 2027년까지 신규 점포를 3곳 이상 추가로 더 열겠다는 방침입니다. 아울러 신규 부지도 5곳 이상 확보해 점포 신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롯데마트 역시 매장 경쟁력 제고에 나섰는데요. 롯데마트는 올해 초 매장의 80%를 식료품 매장으로 채운 '롯데마트 천호점'을 개점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올해 상반기 '롯데마트 구리점'도 새롭게 오픈할 예정입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는 국내 할인점 2위 업체지만 영업 능력은 점차 약화하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기업회생절차 과정에서 홈플러스의 시장 점유율이 하락하거나 점포 구조조정 등이 가파르게 진행된다면 이마트, 롯데마트 등 할인점 경쟁사들의 기존점 성장률이 반등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사실 온라인으로 빠질 수요층은 다 빠졌다 봐야 한다. 대형마트의 주요 타깃은 연령이 어느 정도 있는 수요층이다"라며 "이들이 발길을 어디로 돌리겠나. 당연히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수혜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장기적 측면에서 대형마트업계가 뚜렷하게 반등하기는 쉽지 않다는 회의론도 제기되는데요.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가격 경쟁력이 높은 온라인 채널의 성장세가 지속되며 (대형마트 등) 할인점 채널의 근본적인 매력도가 하락하는 점은 우려 요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앞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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