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법원이 7일 ‘내란수괴’ 윤석열씨 구속을 취소했습니다. 구속 피의자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판단해 인권친화적이란 평가가 나오면서도, 왜 ‘피의자 윤석열’ 사건에서만 인권친화적이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씨를 석방할 때 발생하는 사회적 혼란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란 비판도 있습니다. 검찰은 항고 여부를 고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씨가 지난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10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는 이날 윤씨의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였습니다. 지난 1월26일 내란수괴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윤씨는 2월4일 구속 사유가 없다며 구속취소를 청구했습니다. 재판부는 2월20일 구속취소를 심사한 뒤 15일 만인 이날 결정을 내렸습니다.
재판부의 구속취소 사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검찰이 윤씨를 재판에 넘기기 전 윤씨의 구속기간이 만료됐다는 겁니다. 윤씨 측 ‘불법 구금’ 주장을 인정한 셈입니다.
이는 구속기간 계산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형사소송법상 검사는 구속된 피의자를 10일 이내 기소해야 합니다. 1월15일 체포된 윤씨의 구속기간 만료일은 1월24일 자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윤씨가 구속적부심사를 청구하면서 변동이 생겼습니다. 형사소송법상 법원이 구속 적법성을 따지는 시간은 구속기간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법원이 수사 관련 서류를 넘겨받아 수사기관이 수사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한 겁니다.
문제는 구속적부심 기간을 계산하는 단위를 '날'로 볼 건지, '시간'으로 볼 건지였습니다. 형사소송법상 “법원이 구속영장청구서 등을 접수한 날부터 구속영장을 발부해 검찰청에 반환하는 날까지의 기간”이라고 나와있습니다. 윤씨 구속영장은 1월17일 오후 5시46분 청구돼 1월19일 오전 2시53분 발부됐습니다. 검찰은 관행대로 '날'로 해석했습니다. 이 경우 구속기간 만료일은 3일(72시간) 늘어난 1월27일 자정이 됩니다.
반면 윤씨는 시간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실제 피의자심문 시간인 33시간7분만큼만 연장돼야 한다는 겁니다. 이 경우엔 검찰이 기소한 1월26일 오후 6시52분보다 약 10시간 전인 오전 9시7분 구속기한이 만료됩니다.
재판부는 윤씨 측 손을 들어줬습니다. 재판부는 “늘어나는 구속기간을 시간이 아닌 날로 계산하면 구속기간이 수사 서류가 실제 법원에 있던 기간보다 길어지는 불합리가 생긴다”며 “오히려 피의자의 신체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구속적부심으로 피의자 신체 자유가 보다 장기간 제약되는 모순이 생긴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사기관에 유리했던 기존 관행을 뒤집고 구속된 피의자에게 최대한 유리하게 해석한 겁니다.
체포적부심 기간만큼 구속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검찰 주장도 비슷한 취지로 기각됐습니다. 윤씨 측은 1월15일 체포 직후 체포 적법성을 따지겠다며 16일 체포적부심을 청구했습니다. 체포적부심 기간은 10시간32분가량이었습니다. 형사소송법상 구속적부심뿐 아니라 체포적부심 기간까지 구속기간에서 제외해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체포적부심을 청구한 사례도 많지 않아 전례도 없습니다.
재판부는 이 또한 피의자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했습니다. 재판부는 “체포적부심사와 구속적부심사는 별개의 제도”라며 “수사 편의를 앞세워 형사소송법상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기간인지 명확하지 않음에도 함부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이 윤석열씨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인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모습. (사진=연합뉴스)
윤씨 구속취소에 대한 두 번째 사유는 공수처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의문이 있다는 겁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의 ‘관련 범죄’로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있다면서 윤씨를 내란수괴 혐의로 체포해 수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윤씨 측은 공수처 수사범위엔 내란죄가 포함되지 않고, 공수처는 ‘위법 수사’를 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재판부가 공수처 수사권을 인정하지 않은 건 아닙니다. 다만 법체계 불명확성을 이유로 적법성 판단을 보류했습니다. 재판부는 “공수처법 등 관한 법령은 ‘관련 범죄’ 요건을 갖추기 위해 필요한 인지 절차 및 직접 관련성 등에 관한 세부적 사항이나 신병인치 절차 등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대법원의 최종적 해석과 판단 등이 있기 전까지 구속 위법 여부를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절차의 명확성을 기하고 수사과정의 적법성에 관한 의문의 여지를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므로 구속취소 결정을 함이 상당하다”며 “피고인을 구속할 사유가 소멸됐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에 법원이 윤씨의 구속취소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해서 윤씨가 바로 석방되는 건 아닙니다. 검찰이 7일 내 즉시 항고할 경우 법원 결정은 효력이 정지되고, 상급법원 판단을 받게 됩니다. 서울고법에 이어 대법원 상고까지 가능합니다. 검찰은 즉시 항고를 앞두고 신중을 기하는 모양새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의 결정과 관련해 현재 검토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왜 ‘피의자 윤석열’ 사건에서만 인권친화적인지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지금까지 문제가 없다고 하다가 이 사건에서만 문제가 있다고 했다”며 “이 결정이 유지되면 좋겠지만 법원은 유력 정치인과 재벌 사건에서만 인권친화적 모습을 보여왔다”고 비판했습니다.
공수처 수사권이 문제되면서 형사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서초동의 다른 변호사는 “공수처 수사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1심에서 공소기각 판결이 나올 수 있다”며 “1심 재판부가 공판준비기일에서 빨리 공소기각하고 검경 수사로 다시 기소하면 된다”고 말했습니다.
법원이 중범죄자인 윤씨 석방으로 야기될 사회적 혼란과 갈등을 우려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혐의의 중대성을 고려하지 않고 재판부가 기계적·독단적 판단을 내렸다”며 “윤씨가 석방되면 혼란과 갈등이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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