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한국 평균 관세율이 미국보다 4배 높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계기로 우리나라를 향한 압박을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특히 관세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일본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노골화하고 있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에 대한 압박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높습니다.
전문가들은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 마련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대미 경제적 기여 강화와 동북아 안보 환경에 대한 한·미 동맹의 전략적 중요성, 조선업 협력 강화 등을 통한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대미협상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수출 다변화를 위한 노력 배가 등 급변하는 국제통상환경을 최대한 막아낼 수 있는 대비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스마트딜링룸 모니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략적 대미 협상력 '관건'
9일 '트럼프 2기' 행보에 대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면, 국익 중심의 대미 협상력 등 전략적 마련책이 최대 핵심으로 꼽힙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25% 관세 부과와 관련해 시행과 유예를 번복하는 등 불안과 불확실성을 동시에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멕시코 수입품 50%, 캐나다산 60%만 한 달간 유예됐지만 4월2일 상호관세 부과가 예고된 만큼, 본격적인 '관세 전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합니다. 그동안 호혜적인 관계를 위한 전략적 협상에 균열이 발생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무역 기관 한 관계자는 "캐나다의 경우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국 광업 강화 등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으로 안다"며 "미국에 핵심 광물 공급 제안도 한 것으로 아는데, 양측 간 우호적 분위기와 달리 지난 5일 트뤼도 총리와의 실제 통화가 격렬했고 욕설이 있었다는 외신 보도를 접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의 이성적 협상력이 발휘됐다는 평가도 있지만 트럼프 주변 인사들조차 그를 알 수 없다고 하니 대미 협상 전략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본다"며 "결국 통상과 외교적 전략을 통한 대미 협상력 강화 등 전략적 마련책이 최대 관건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효영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 교수는 경제사회연구원 보고서를 통해 "우리 정부도 우리 기업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으로 트럼프 정부와의 협상을 준비 중"이라며 "미국 시장을 잃을 수 없는 국가들 입장에서는 고율 관세 조치 앞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 교수는 "미국이 투자를 원하는 분야에서의 경쟁력 정도에 따라 협상 전략이 다를 것"이라며 "우리의 경우 미국의 관세 압박 조치에 대해 현지투자 전략을 활용하거나 중국의 우회수출을 차단하는 수입규제 조치의 강화 등 대응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아울러 "미국의 석유·가스 수출 확대 정책 등에 맞춰 미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등을 통한 무역 불균형 해소 요구에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미국, 중국 외 시장으로의 수출 다변화를 위한 노력을 배가해 급변하는 국제통상환경 속에서 최대한 대비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 1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의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 시가행진에서 주한 미군부대 장병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관 시너지…방위비 전략 방법론도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올해 하반기 늦어도 내년 상반기 이후 수출 경기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정책에 대한 대응은 지속돼야 할 것"이라며 "미국 시장에 대한 정보 획득 및 미 통상 당국과의 소통 확대 노력이 요구되며 민·관의 체계적 협력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통해 관세 전쟁에 대한 대응 능력을 배가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천기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신통상전략팀장은 "유럽연합(EU)·미국의 일방주의 공급망 규제로 인해 기업들은 다양한 측면에서 영업비밀 관련 문제들을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며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국내 정책의 설계·발신자 입장에서 새로운 유형의 산업지원정책을 포함한 다양한 신통상 이슈를 두고 우리 국내 법제 및 정책의 대외적 '내구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최완규 경제사회연구원 안보센터 위원(육군사관학교 군사사학과 교수)은 방위비 대응 전략과 관련해 "트럼프가 바이든 정부의 정책을 뒤엎으려는 '애니싱 벗 바이든(Anything But Biden)' 전략의 일환으로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재차 거론할 가능성도 높다"며 "향후 대응에 있어 관련 부처 간 긴밀한 협력이 필수적이며, 상황에 맞춰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전략 마련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향후 트럼프 2기 행정부와의 협상에 대한 전략적 접근 방법으로는 중국의 대국굴기를 견제하기 위한 한·미 동맹의 전략적 중요성을 꼽았습니다. 동북아 안보 환경에서 한미 동맹의 역할을 재조명해야 한다는 판단입니다.
더욱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 땐 '천문학적인 대미 투자 확대'를 경제적 지렛대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트럼프가 높이 평가하는 K-조선업 협력 강화와 미국 방위산업에 기여하는 주요 국가의 이점도 방위비 증액 요구의 정당성을 감소시키는 전략 방안으로 제시했습니다.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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