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선택 "박근혜가 '소매치기'면 윤석열은 '살인범'"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윤석열, 전 세계 친위 쿠데타 그대로 따라”
“헌재, 만장일치로 '윤석열 파면' 정할 것”
“개헌 급할 것 없다…‘밀실 개헌’은 피해야"
“개헌, 국민이 주도…대선까지 시간 부족”
2025-03-04 17:06:36 2025-03-04 19:28:56
[뉴스토마토 강석영 기자] 윤석열씨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헌법재판소를 향한 공격이 도를 넘었습니다. 특히 일부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들, 헌법학자들까지 최전선에서 “헌재를 부수자”라며 폭력을 선동하고 있습니다. 이에 양심 있는 헌법학자 100여명이 뭉쳤습니다. 곡학아세와 혹세무민을 일삼는 자들에 대항하기 위해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헌법학자회의)를 구성하고, 헌재에 윤씨 파면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지난달 27일 고려대학교에서 헌법학자회의 공동대표인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를 만났습니다. 김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소매치기라면, 윤씨는 살인범”이라며 “재판부는 헌재 공격에 신경쓰지 않고 만장일치로 윤씨 파면을 결정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조기 대선을 앞두고 불거진 개헌 논의에 대해선 “급하게 할 필요 없다”며 “국민이 개헌을 주도해야 한다. 일부 정치인이 밀실에서 개헌을 할 바엔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고려대학교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난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사진=뉴스토마토)
 
다음은 김선택 교수와의 일문일답입니다.
 
지난달 25일 윤씨의 탄핵심판 최후진술을 어떻게 보셨습니까.
 
크게 실망했습니다. 국민이 기대한 내용(계엄에 대한 반성과 사과)이 없었잖아요. 헌재의 결정을 수용하겠단 말도 안 했습니다. 대신 업무에 복귀하면 개헌하겠다고 했는데, 굉장히 어색하고 이상했습니다. 헌법을 공격한 사람이 헌법을 잘 고치겠다니요? 국회 3분의 2가 야당인데 어떻게 개헌을 합니까. 현실성이 전혀 없죠. 타이밍도 너무 늦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최소한 국회가 탄핵소추 하기 전에 개헌을 말했습니다. 
 
윤씨 측이 탄핵심판 과정에서 헌재를 공격하는 발언을 했는데, 수위나 횟수가 심각합니다. 
 
헌재가 가루가 된다? 헌재가 일제시대 재판관보다 못하다? 진영 논리에 빠졌어도 막 나가면 안 되죠. 법률가로서 도저히 할 수 없는 말들입니다. 법을 공부한 사람들이 법을 무시하고 사법부를 공격하는 행위는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겁니다. 특히 사법체계 전반에 불신을 조장해 더욱 문제입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가 되고 말 겁니다. 법조계 오래 일했던 사람들이 앞장서있으니, 그동안 어떻게 법학 교육을 했는지 법조계 전체가 반성해야 합니다. 
 
윤씨 지지자들은 특정 재판관을 지목해 이념 편향성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거꾸로 묻고 싶습니다. 재판관이 진보 성향이라서 빠져야 한다면 보수 성향은 어떻게 하죠? 재판관 3명이 진보라면 나머지 5명은 보수라는 건데, 그럼 5명도 편향돼 있으니 관둬야 하는 거 아닌가요? 그럼 재판하지 말자는 얘기 아닌가요? 재판관 제척·기피 사유는 법에 정해져 있습니다. 윤씨 측이 그 외의 사유로 (재판관 당사자만 할 수 있는) 회피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하는 건 인신공격에 가깝습니다. 
 
헌재를 공격하는 이들은 헌재가 신속성을 위해 공정성을 위반했다고 주장합니다.
 
신속성과 공정성 모두 도모하는 게 재판입니다. 지체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이 있잖아요. 모든 재판은 빨리 해야 합니다. 특히 대통령 탄핵심판은 굉장히 급합니다.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우리가 선출하지 않은 임명직 공무원이 대표자 직무를 하고 있는 자체로 큰 위기입니다. 그렇다고 공정성을 희생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재판부가 일주일에 2번씩 종일 재판하면서 고생한 겁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고려대학교에서 뉴스토마토와 만난 김선택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사진=뉴스토마토)
 
12·3 비상계엄 사태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윤씨는 대통령의 계엄선포권을 오남용해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습니다. 전 세계 친위 쿠데타의 전형적인 패턴과 똑같습니다. 군대와 경찰을 동원해 국회를 봉쇄하고, 정치인들을 체포한 다음 국회를 없애버리는 겁니다. 이후 비상입법기구와 같은 걸 만들어 개헌하고, 결국 영구 집권합니다. 그동안은 1992년 알베르토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이 이 분야에선 교과서적 사례였는데요. 이제는 윤씨가 대표적 사례로 바뀔 겁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심판과 다른 점은 무엇입니까. 
 
박 전 대통령이 소매치기라면, 윤씨는 살인범과 마찬가집니다. 개인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리고선 아무 일도 없었다고 하는데, 황당하기만 합니다. 아무 일도 없는 나라에 핵폭탄을 떨어뜨리고선 '불발탄이라 아무도 안 죽었다'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핵폭탄이 터졌다면 모두 죽었을 겁니다. 계엄이 성공해 독재 정권이 세워졌다면 독재자 한 명만 자유고, 나머지 전원이 노예가 됐을 겁니다. 
 
헌재의 결정을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12·3 비상계엄은 계엄 선포, 포고령 발령, 국회로 군 투입 순서로 끝났습니다. 재판부가 8대0 만장일치로 윤씨를 파면할 겁니다. 재판관은 법률 조문을 통해 말합니다. 저도 기각을 전제로 결정문을 생각해보려고 했는데, 법률 조문과 하나도 맞지 않아 실패했습니다. 다만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가 선고 전 임명된다고 해도 재판부 평의에 참여하긴 힘들 겁니다. 헌법재판소법상 ‘종국 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6인 이상 찬성으로 사건에 관한 결정을 하도록 하는데, 이미 변론은 종결되지 않았습니까. 그렇더라도 파면엔 문제가 없을 겁니다. 
 
조기 대선에서 개헌 논의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흔히들 '87년 체제가 끝났다'라고 하는데, 우리 헌법을 함부로 공격하고 폄훼해선 안 됩니다. 지금 헌법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성공한 헌법입니다. 정상적으로 민주적 헌정 체제가 운영 중인데 급하게 할 필요 없습니다. 내란 사태 이후 권력구조 개편 이야기가 나오는데, 권력 형태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치와 원칙부터 정해야 합니다. 이번 대선까지 하기엔 시간이 부족합니다. 일부 정치인이 밀실에서 논의한 개헌이라면 안 하는 게 낫습니다. 헌법의 주인은 국민입니다. 헌법 초안을 입안한 유진오 박사(1906년 ~ 1987년) 말처럼 국민들 속에 개정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절차는 형식적으로 밟아가야 합니다.  
 
강석영 기자 ksy@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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