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IFRS17 고난기)②자율성 무색…당국 개입에 보험 영업 위축 '불가피'
원칙 중심으로 보험사 자율 부여…가이드라인은 제한 요인
무·저해지 가정 조정은 보험료에도 영향 줘 영업 위축 전망
2025-03-10 06:00:00 2025-03-10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3월 6일 09:4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보험사 새 회계기준인 IFRS17이 도입된 지 3년째지만 혼란은 여전하다. 보험 상품에 적용하는 각종 계리적 가정이 계속 조정되고 있어서다. 보험사 재무 상황은 그때마다 요동쳤다. 업계와 학계 곳곳에서는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 설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들린다. <IB토마토>는 IFRS17의 조정이 보험사에 미치는 영향과 주요 쟁점을 짚어본다.(편집자주)
 
[IB토마토 황양택 기자] 보험업계 새 회계 기준인 IFRS17은 보험사에 회계적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특징이다. 계리적 가정에 대한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측면에서 제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무·저해지 상품의 경우 해지율 산출 강화가 보험 영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율적인 IFRS17 회계…가이드라인으로 제한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IFRS17 회계는 원칙(Principle) 중심의 접근법으로 실질적 가치를 산정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전 회계인 IFRS4가 규칙(Rule) 기반으로 정확한 금액을 산정하는 것과 성격이 다르다. IFRS4에서 부채 계산 방식을 감독 기준으로 규정했다면, IFRS17은 가이드를 제시하되 세부적인 적용 기준은 보험사 자율에 맡긴다.
 
부채 평가 측면에서 IFRS17은 시가 평가를 하는 것이 중요한 특징이다. 보험 부채(보유계약)에 대해 현행 가정에 기초한 평가가 이뤄지는데, 경험 통계에 따른 계리적 가정인 손해율·사업비율·해지율 등을 고려한다. 이처럼 IFRS17은 특정 상황에서 적절한 변수를 결정할 때 보험사 판단과 재량을 허용한다.
 
(사진=금융감독원)
 
금융당국이 제시하는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회계 특성을 제한하는 요소다. 계리적 가정을 조정하면 보험부채부터 상품 수익성 등 갖가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건인 무·저해지 보험의 경우도 자율성이 저해됐다. 앞서 금융당국은 부족한 경험 통계를 보완하기 위한 방책으로 상품 해지율에 적용하는 가정 모형을 ‘로그-선형 모형(완납 시점 해지율 0% 수렴, 실무상 수렴점 0.1%)’으로 결정한 바 있다.
 
이 외에 다른 모형은 ‘선형-로그 모형(완납 시점 수렴점 0%)’이나 ‘로그-로그 모형(완납 시점 수렴점 0.1%)’으로 한정했으며 이를 선택하기 위한 요건을 따로 부여했다. 감사 보고서나 경영 공시에 원칙모형과의 차이를 상세히 공시하고, 금융당국에 분기별로 정기 보고하는 식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이 현장 점검을 실시하며, 계리법인에 대해서도 외부 검증의 적정성을 살펴본다. 현재 업계서는 롯데손해보험 한 곳을 제외하고 모두 원칙모형을 적용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해보험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보험사가 예외 모형을 적용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으로 받아들여진다”라면서 “금융당국 현장 점검도 있지만 원칙 모형과 차이를 비교해 공시하려면 회계 처리를 두 번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많은 인력과 비용이 소모된다”라고 설명했다.
 
보험료 요율에 간접 영향…영업 전망 ‘위축’
 
일률적인 가이드라인이 보험사 영업 차별성과 경쟁력을 결과적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보험사마다 보험 영업 포트폴리오 구성과 상품 전략이 달라 적용하는 통계나 추정 역시 다르게 형성됨에도 똑같은 방향을 고수했다는 것이다.
 
무·저해지 해지율 관련 모형은 상품을 판매하고 나서 향후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어떻게 인식할지에 대한 내용이다. 원칙 모형을 적용하면 기존보다 현금흐름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이는 상품의 보험료 구성에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안으로 꼽힌다. 적정한 보험료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보유하고 있는 경험 통계와 각종 추정에 따라야 해서다.
 
(사진=연합뉴스)
 
생명보험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무·저해지 상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인은 담보, 보험료, 환급금 등이 있는데 다 같은 모형을 적용하게 되면 보험료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라면서 “해지율 모형은 결국 미래 현금흐름을 어떻게 추정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인데, 여기서 발생한 변동은 보험료 요율 산정에 다시 반영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보험 상품은 기본적으로 장기계약이기 때문에 기존에 판매했던 상품과 계약의 영향력이 지속된다”라면서 “보험사 통계와 추정에 따라 향후 판매할 상품에 자체적인 조정이 이뤄진다”라고 덧붙였다.
 
계리적 가정 조정은 결국 무·저해지 보험 영업이 위축되는 방향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 중론이다. 강화된 해지율 가정을 보유계약의 경과 기간 초기부터 낮게 잡아야 하는 만큼 여유가 줄어서다.
 
손해보험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보험계약마진(CSM)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보험사 입장에서도 굳이 강하게 영업 드라이브를 걸 필요성은 없어진다”면서 “여전히 상품 판매가 되고는 있지만 운신의 폭이 줄어든 것과 같기 때문에 영업은 다소 위축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황양택 기자 hy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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