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이 문명과 라오인 이야기)①따이인은 누구인가?
‘따이’, 동남아 지역 민족적 개념…“다민족 국가 현실 반영 못 해”
자유민 의미 ‘타이’…몬-크메르계와 역사 속 계급적 의미로 발전
2025-03-10 06:00:00 2025-03-10 06:00:00
동남아시아, 인도차이나 반도. 일반적으로 태국과 베트남을 떠올리게 합니다. 온화한 기후 탓에 전 세계 최고의 휴양 국가이자 관광 국가로 알려진 곳입니다. 하지만 이들과 맞닿아 있는 인도차이나 반도 유일의 내륙 국가 라오스’. 낯선 만큼 모든 것이 어색하지만 그 속살을 살펴보면 의외로 우리와 많은 부분이 통할 수 있을 것 같은 친숙한 곳이기도 합니다. 뉴스토마토 K-정책연구소의 글로벌 프로젝트 은사마가 주목하는 해외 거점 국가 라오스의 모든 것을 소개합니다. (편집자)
 
‘따이’, 낯선 단어일 것이다. 오히려 타이라고 하면 쉽게 감이 오지 않을까. 맞다. 타일랜드(Thailand)나 태국이라고 할 때 그 타이다. 타이라고 하면 쉽게 다가올 일을 굳이 따이라고 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따이를 타이라고 하면 소외되는 사람이 수천만 명이 된다. 태국인이면서도 1차적 정체성이 타이인이 아닌 사람은 엄청나게 많다. 태국은 다민족 국가이다. 몬-크마에, 티벳-버마계 어족 언어를 사용하고 혈연적으로도 친연 관계를 따질 수 없이 먼 민족이 많으니 이들은 태국인일 수는 있어도 인족(人族, Ethnic)적 의미에서 따이계일 수는 없다. 심지어 타이어와 같은 계통의 언어를 쓰고 혈연적으로도 친연 관계에 있는 사람들마저도 정체성이 타이인이 아닐 수 있다.
 
(이미지=뉴스토마토)
 
태국 내에는 약 2000만명이 넘는 라오인이 거주한다. 라오인과 타이인은 통역 없이 의사소통이 바로 가능하다. 태국 코랏고원 일대 동북부 지역은 과거 라오스 땅이었고, 이 지역을 이싼(Isan)이라 한다. 이싼이란 지명이 따로 있는 건 아니다. 한국의 영남, 호남 같은 개념이다. ‘이싼인’들은 태국의 짜끄리 왕조에 의해 라오스에서 강제로 끌려오거나, 패전으로 인해 라오스에 있다가 느닷없이 태국인이 돼버렸다. 태국 왕조는 전리품으로 이싼 지역을 영토로 편입하기 전에도 타이인과 구별하기 위해 라오인들에게 강제로 문신을 새기는 끔찍한 정책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런 차별을 경험했던 라오인들이 패전으로 한순간에 태국에 편입됐다고 해서 온전한 타이인일 수도 없고, 없어져버린 라오스 왕국 신민일 수도 없으니 지역명을 받아들여 이싼인이란 정체성을 갖게 된 것이다. 태국 왕실과 정부에서 이싼 지역에 대해 동화정책을 실시했지만 지역 차별과 소외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래서 이싼을 태국의 내부 식민지로 평가하기도 한다. 
 
따이인? 
 
따이인 인구는 전 세계적으로 1억명에 육박한다. 따이인이란 끄라-따이(Kra-Tai) 어족 언어를 사용하고 공동의 조상을 두고 있어 유전적 동질성을 가진 사람들이다. 따이인이 주류가 돼 건설한 근대국가는 앞서 언급한 태국과 라오스이다. 근대국가를 건설하지 못한 따이인은 중국과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그리고 멀리 인도 북동부에서까지 소수 민족으로서 살아가고 있다. 
 
상좌부 불교를 믿는 따이인은 매일 새벽마다 탁발 행사에 참여한다. 사진의 모습은 라오스 수도 위양짠의 탓루왕탑의 탁발 장면. (사진=김재용 작가)
 
‘라오’ ‘깨오’ ‘따이’ ‘타이’ 무슨 뜻?
 
이들 모두 끄라-따이어로 어원은 ‘사람’이라는 공통된 뜻을 갖고 있다. 라오는 ‘끄라(Kra)’에서 된소리 'ㄲ'이 탈락해 라오가 됐다. 중국의 거라오족은 ‘끄라’란 원형을 한자로 음차해서 붙인 이름으로 추측한다. 현대 라오어에서 라오는 3인칭 단수로 ‘그 사람’이란 뜻이기도 하다. 
 
‘깨오(Kaew)’라는 말도 있다. 깨오 역시 라오인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뜻하지 않게 베트남인을 가르키는 단어로 변질됐다. 깨오는 지금도 라오인들이 베트남인을 무시하거나 경멸할 때 쓰는 멸칭(蔑稱)으로 사용한다.
 
이 밖에 ‘따이(Tai)’가 있다, 어원은 역시 사람이란 뜻이다. 따이 담, 따이 르, 따이 야이 등 이런 식으로 사용되는 데 ‘담’은 검다, ‘르’는 북쪽, ‘야이’는 크다는 뜻으로 검은 따이족, 북 따이족, 큰 따이족 등으로 세분화된다. 마지막으로 ‘타이’족이라 명칭이 생긴 이유는 따이족들이 인도차이나 중심으로 들어와 세력을 불려 당시 원주민 몬-크메르족에 대해 우월적 지위를 표현하기 위해 따이에서 ‘타이’라는 개념이 생겨났다고 한다. 
 
중부와 남서 따이족은 이름은 다르지만 신년 축제를 공유한다. 일반적으로 물축제라고 하고, 중국의 따이족 축제는 발수제라 한다. (사진=김재용 작가)
 
“타이의 뜻이 자유”라는 태국인들의 주장 
  
'타이'의 뜻이 자유라는 것은, 사실 꿈보다 해몽이다. 타이는 ‘자유’라는 추상명사가 아니라 계급적 지위인 자유민이란 뜻으로 이해하면 된다. 태국인이 된 타이인만이 아니라 라오인도 타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라오인도 자유민 지위를 점하게 됐으니까 ‘타이’를 사용했다. 라오스 옛 왕국인 란쌍에 2대 왕 이름이 쌈쎈타이다. ‘쌈쎈’은 30만을 뜻한다. 다시 말해 쌈센타이는 ‘30만 자유민의 왕’이란 뜻으로 읽으면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정확하게 표현한 것이다. 
 
따이인들은 인도차이나에 뒤늦게 들어와 몬-크메르 주민에 비해 당연히 모든 면에서 열세였다. 따이인들은 주변부에 있다가 인구를 불려 13~14세기 무렵이 되면 크메르 제국에 대항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게 됐었다. 이 시기에 몬-크메르 주민은 저지대 비옥한 농토를 빼앗기면서 중산간 지대로 밀려나게 됐었다. 일부는 정복을 당해 노예로 전락했다. 따이인들은 몬-크메르 주민을 노예란 뜻으로 ‘카’라는 딱지를 붙였다. 노예와 자유민. 카와 타이. 이것이 따이인이 주도가 된 사회의 커다란 계급제도였다. 
 
이 시기에 널리 퍼진 것이 따이인의 인구 이동 허브였던 베트남의 비엔 디에 푸 지역에서 만들어진 쿤보롬이란 창조신화다. 따이인의 창조주인 쿤보롬이 두 가지 계급이 다른 인간을 창조했는데, 신의 실수로 인해 피부색 차이가 생겼다고 한다. 따이인들의 피부색이 몬-크메르계 원주민보다 피부색이 밝다는 것을 근거로, 이를 ‘지배 이데올로기’로 삼은 것이다. 인도의 카스트제도의 첫 번째 기둥이 바르나다. 바르나는 정결함을 나타내는데, 그것의 기준도 피부색이었다. 
 
라오스=프리랜서 작가 '제국몽'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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