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이 임박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제재 해제 또는 완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러시아 증시도 꾸준히 상승함에 따라 러시아에 투자했던 펀드들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러시아펀드는 운용이 중단된 상태이지만 매수와 환매 등 거래가 멈췄을 뿐 아직 멀쩡히 유지되고 있습니다. 다만 러시아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는 대부분 청산을 선택해 사정이 다릅니다. 어느 상품을 선택했느냐에 따라 투자자들도 희비가 엇갈릴 전망입니다.
러시아, 어느새 여기까지 반등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발발한 러-우 전쟁이 종전을 향해 가면서 러시아 증시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6일(현지시간) 러시아주가지수(RTS)는 1128.13을 기록했는데요.
러시아 증시는 전쟁 가능성이 커지기 전까지만 해도 고공행진을 하던 중이었습니다. 2021년 10월엔 1891까지 올랐습니다. 승승장구하던 증시에 전운이 드리우며 낙폭이 커졌고, 결국 전쟁 때문에 2022년 2월24일 장중 610까지 추락했다가 742에 마감하는 등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도 충격이 컸습니다. 이후 2022년은 혼돈 속에서 오르내리락하다 970으로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서방의 제재에도 러시아 증시는 2023년 초부터 꾸준히 반등했고, 러시아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자 상승폭을 키워 지난달엔 1120선을 넘어서기도 했습니다. 2021년 당시의 고점 회복은 요원하지만 바닥에서는 충분히 올라선 상태입니다.
이에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종전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방산과 전쟁 재건주 등이 주목받고 있는데요. 투자자들은 한발 더 나아가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풀려 현재 묶여 있는 러시아 투자가 재개되길 바라는 눈치입니다.
키움러시아, 개전 때보다 196% 올라
현재 국내에서 설정된 러시아 펀드들은 2022년 3월 개전 후 거래가 중단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신규 설정과 추가 매수, 환매가 중단됐을 뿐 펀드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펀드는 방치돼 있지만 펀드에 담아둔 주식종목, 뉴욕과 런던 등 해외 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기업의 예탁증서(DR) 등은 멀쩡합니다. 당연히 러시아 증시의 본주 주가가 변함에 따라 펀드 기준가도 바뀌고, 수익률도 집계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펀드들의 성과도 좋습니다. 러시아펀드들은 개전 후 3년이 지나기까지 한때 고전했으나 이후로는 견조한 반등을 이뤄내 수익률은 매우 양호합니다.
특히 주목할 것은 3년 수익률입니다. 3년 전이 개전 직후였던 까닭에 그동안의 펀드 성과를 보여주는 직접적인 성적표이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주식형 펀드 중 3월7일 기준가로 3년 수익률이 가장 높은 상품은 키움러시아익스플로러 펀드로 무려 196.21%를 기록 중입니다. 이 펀드의 2년 수익률(46.89%)과 1년 수익률(14.65%)은 그보다 낮지만, 최근 증시가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3개월 성과(37.12%)는 재차 나아지고 있습니다. 또 3년 성과에선 신한과 미래에셋도 100%를 훌쩍 넘길 만큼 러시아 투자에서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 투자가 금지돼 있어 각사 운용진이 적극적으로 매매해서 얻은 결과는 아닙니다.
방치된 상태로도 수익률이 이만큼 개선됐지만 러시아 펀드를 보유한 투자자들로서는 이 성과를 누리려면 아직 한참 더 기다려야 합니다. 일단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풀려야 관련 상품의 거래가 재개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ETF 청산 중…주가 상승 ‘남의 일’
먹지 못하는 곶감을 쥔 꼴이지만 그래도 이들의 처지를 부러워하는 투자자들도 있습니다. 똑같이 러시아에 펀드로 간접투자했지만, 주가 상승을 누리지 못하고 청산을 기다리는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자들입니다.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된 러시아 투자 ETF는 ACE 러시아MSCI(합성)가 유일합니다. 이 ETF가 담고 있는 미국의 ‘아이셰어즈 MSCI 러시아 ETF(종목기호 ERUS)’는 현재 펀드 청산을 진행 중입니다. 그에 따라 ACE 러시아MSCI ETF도 청산 중입니다.
ACE 러시아MSCI ETF를 운용하는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2023년부터 5회에 걸쳐 보유자산을 처분한 금액을 나눠 지급하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2023년 3월에 1주당 480원을 지급했고, 2024년엔 1월 88원, 6월 61원, 11월 725원, 12월 187원씩 분배했습니다. 지금까지 60% 정도의 자산을 청산해 지급한 분배금이 1541원이므로, 이 기준에 맞춰 남은 40% 정도를 더 회수한다고 해도 투자자들이 돌려받은 금액은 총 2600원 남짓에 그칠 예정입니다.
ACE 러시아MSCI ETF는 전쟁 발발 직전인 2022년 2월 중순경 2만5000원대를 유지하다가 2주간 급락해 주식 거래정지 직전 8535원으로 마감했습니다. 회수금액이 당시 주가의 3분의 1도 안 되는 것입니다. 러시아가 국제무대로 돌아온다고 해도 이 ETF를 끝까지 들고 있던 투자자들은 손실을 회복할 방법이 없습니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를 매수한 투자자들도 같은 처지입니다. ERUS 외에 다른 미국 상장 러시아 ETF인 ‘프랭클린 FTSE 러시아 ETF(FLRU)’, 반에크 백터 러시아 ETF(RSX) 등을 매수한 투자자도 많았는데요. ‘RSX’의 경우 운용사 반에크(VanEck)가 청산을 진행하면서 2023년에 4회, 2024년 3회에 걸쳐 지급한 금액은 1주당 약 1.6달러입니다. RSX의 거래정지 직전 주가는 5.65달러였습니다.
미국 상장 ETF가 거래정지되기 전 2주간 한국 투자자들이 ETF를 순매수한 금액이 당시 환율로 746억원어치입니다. 이들 또한 러시아 주식형 펀드 투자자들과는 다른 결과를 안게 되는 겁니다.
러-우 전쟁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러시아 펀드 투자자들은 다 같이 웃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국 상장 ETF를 매수해 끝까지 보유한 한 서학개미는 러시아의 생환을 두고 ‘만시지탄’이라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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