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KB증권, 언제 나아질까
2025-03-07 06:00:00 2025-03-07 06:00:00
보름 전 달러 선물 취재를 위해 KB증권 지점에 방문했다. 미국채 투자에 환율을 헤지할 수 있는 실전 방안을 찾기 위해서였다. 
 
평일 낮, 모 지점에서 투자 목적을 밝히고 달러 선물 활용과 롤오버, 각종 비용 등에 대해 설명해줄 직원을 찾았으나 마주 앉은 직원은 몇 곳 전화를 돌리더니 해당 지점엔 달러 선물 거래에 대해 설명해줄 사람이 한 명도 없다며 본점 영업부 방문을 권했다. 
 
다음날 기사를 써야 해서 바로 여의도 본점을 찾았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답은 같았다. 아는 직원이 없다는 거였다. 다만 이번엔 본사 어느 부서에 전화해 뭔가를 부탁하는 것 같았다. 그는 연락 주겠다며 내 전화번호를 받았으나 결국 전화는 오지 않았다. 
 
고객 신분으로 답을 얻는 건 포기하고, KB증권 홍보부서에 전화해 정식 취재를 시작했다. 담당 직원은 무어라 장황하게 설명하더니 “달러 선물은 전문 투자자만 할 수 있고 그들은 다 알아서 하기 때문에 지점엔 응대 가능한 직원이 없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번에도 알아보고 연락하겠다 했으나 회신은 없었다. 결국 다른 증권사를 통해 설명 가능한 직원을 수배, 근처 지점을 찾아 궁금증을 풀었다.
 
우선 KB증권 측 답변부터 정정하자면, 선물거래의 일종인 달러 선물은 전문 투자자가 아니라도 할 수 있다. 일반인도 사전 교육 받고 예치금 넣으면 된다. 또 누구나 이용하는 HTS와 MTS에 주식 창 닮은 매매 화면도 있다. 즉 거래할 수 있게 해놓고 어떻게 하는지를 아는 직원이 없었던 거다.
 
다른 지점에 전문가가 있는데 하필 거기로 갔느냐 할지 모르겠다. KB증권은 서울에 27개 지점과 센터를 두고 있다. 이중 어떤 질문은 어디 가서 물어보라는 안내, 당연히 없다. 
 
KB증권과의 악연이 처음은 아니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처음 생겼을 당시 배당 잘하는 맥쿼리인프라를 ISA에 담아 배당소득세를 절감하는 투자 전략을 기사화했다. 또 직접 계좌를 열고 실행하기 위해 KB증권을 방문했다. 지금이야 ISA로 주식 매매도 되지만, 그땐 맥쿼리인프라 투자가 가능한 곳이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두 곳밖에 없었다. 
 
제도 도입 초기라 업무가 낯선 것은 직원도 마찬가지였는지, 맥쿼리인프라 매매용 ISA를 만든다고 밝히자 직원은 이곳저곳 전화를 돌려가며 더디 일을 진행해 계좌 하나 여는 데 거진 두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다 끝난 후 문제가 생겼다. “이제 HTS로 맥쿼리인프라 매매하는 데 문제없겠죠?” 재차 물었더니 다시 확인해주겠다며 누군가와 통화한 후 어쩔 줄 몰라 하는 거였다. 그는 “온라인으로 매수는 되는데 매도는 전화로 주문해야 한다”고 답을 바꿨다. 맨처음 방문 목적을 밝혔을 때 이렇게 답했으면 바로 일어났을 텐데, 두 시간을 버렸다. 
 
직원이 진심으로 사과했고, 현대증권을 인수해 KB증권으로 간판을 바꿔 단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기에 아무말 않고 일어섰다. 벌써 8~9년은 지난 기억이 불쑥 떠오른 것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고객 서비스는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구나 싶었다.
 
KB증권 임직원들은 이 글에 화가 나겠지만 동시에 낯이 뜨거웠으면 좋겠다. 뭐라도 느껴야 변할 마음이 생길 테니까. 그리고 다른 증권사 사람들도 함께 느끼길 바란다. KB증권만의 일은 아니므로.
 
매년, 매분기 실적이 늘었다고 자랑한다.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켰다고 홍보한다. 증권사의 서비스는 시스템 장비의 개선에 국한하는가? 고객 불만 ‘0’으로 자랑할 일이 생기길 바란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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