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디지털 금융 시대에도 투자자의 재산을 보호하는 방안을 점검하고 역할을 확대해 나가겠다."
김정각 한국증권금융 사장이 투자자 보호를 자본시장 신뢰 회복의 핵심 과제로 꼽았습니다. 그는 30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창립 7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히며 자본시장 발전 전략과 투자자 보호 체계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 금융당국과 정책 연구기관, 금융업계 전문가 등 250여 명이 참석했습니다.
김 사장은 "정부의 모험자본 공급 확대에 발맞춰 국내외 영업 인프라를 확충하고 증권업계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자기자본 750만원에서 출발한 증권금융이 70년 만에 자산 10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글로벌 자본시장 변화에 대응해 외화 조달과 운용 역량을 확대하고, 투자자 신뢰를 지키는 금융 안전망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금융당국도 증권금융의 역할 확대를 주문했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시장 안정 기능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생산적 금융 전환, 내부통제 강화 등 본연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 환경 조성과 투자자 보호 노력이 자본시장 신뢰 회복으로 이어진다"고 강조했습니다.
국회에서도 제도 개선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증권금융이 앞으로도 시장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는 기관으로 성장하길 기대한다"고 밝혔으며,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강준현 의원와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자본시장 체질 개선과 코리아 프리미엄 실현을 위한 법·제도 정비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투자자 보호와 금융안정망의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한 1세션에서는 보호 체계의 전면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미국 모델을 참고한 '한국형 페어펀드(공정배상기금)'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며 투자자 신뢰 회복을 위한 제도 개혁 기대감을 높였습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파생결합펀드(DLF)와 사모펀드, 홍콩 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사태는 현 제도의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며 "피해자 중심의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과징금과 벌금이 국고로만 귀속돼 피해자 보상과 연결되지 않는다"며 "제재 수입을 보상 재원으로 활용하는 미국식 모델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해외 전문가들도 신속한 보상과 강력한 안전망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헤멘트 샤르마 미국 증권투자자보호공사(SIPC) 부총괄 법률고문은 "SIPC는 지금까지 77만명 투자자에게 1426억달러를 반환했고 자격 있는 고객의 99%가 전액 보상을 받았다"며 "디지털 자산 등 새로운 위험에 대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스기우라 노부히코 일본 주오대 교수는 "투자자 보호의 핵심은 정보 공시와 신뢰 확보이며 사전 규제와 사후 분쟁조정이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나 부드라자 BNY멜론 글로벌 규제전략 총괄은 "투자자 보호는 성장과 충돌이 아니라 신뢰를 유지하는 토대"라고 강조했습니다.
토론은 블록체인과 생성형 AI, 24시간 거래 등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자 보호 체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 보호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세션에서는 신흥국 자본시장 발전 전략과 증권금융사의 역할이 주요 의제로 다뤄졌습니다. 국제금융공사(IFC), 아시아개발은행(A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관계자들은 신흥국 시장에서 증권금융이 유동성 공급과 투자자 신뢰 구축의 핵심 인프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금융 접근성 확대와 제도적 기반 마련을 통해 신흥국 자본시장의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증권금융은 이번 행사에서 한국·중국·일본·태국·인도네시아 등 주요 증권금융사와 다자간 협력 확대를 발표했습니다. 몽골 금융감독위원회(FRC)와 캄보디아 증권거래위원회(SERC)와의 업무협약(MOU)도 갱신하며 국제 협력 기반을 강화했습니다. 김 사장은 "이번 협약이 더 많은 국제 협력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30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버서더 호텔에서 열린 한국증권금융 창립 7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증권금융)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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