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유진 기자] 정부가 30일부터 서민·소상공인 '신용사면'을 시행한 가운데 리스크 관리가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신용사면이 일시적인 부채 경감 효과는 줄 수 있지만 구조적 개선 없이 연체자가 양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위원회는 이날부터 소액 연체 채무를 전액 상환한 서민과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신용사면 조치에 들어갔습니다. 당국은 이번 조치로 수백만 명이 신용 회복 혜택을 누리게 될 것으로 기대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연체율 상승 등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금융위는 2020년 이후 5000만원 이하 소액 연체를 상환한 개인 및 개인사업자의 연체 기록을 삭제합니다. 대상 인원은 약 370만명입니다. 이번 조치로 약 29만명이 신규 신용카드 발급이 가능해지고, 23만명은 은행권 대출 문턱을 넘을 수 있을 전망입니다. 신용평가회사 홈페이지에서 신용 회복 지원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으며, 대상자의 경우 별도의 신청 절차 없이 신용평점이 자동으로 상승합니다.
신용평점 개선 효과도 큽니다. 개인은 평균 40점, 개인사업자는 31점가량 신용평점이 오를 것으로 추산됩니다. 특히 청년층은 최대 50점 가까이 오를 것으로 분석돼 금융 활동 개선 효과가 기대됩니다. 금융권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자영업자의 재기, 소비 진작, 사회적 부담 완화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다만 신용사면으로 연체 기록이 삭제되더라도 차주의 소득 구조나 상환 능력이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면, 신규 카드 발급이나 대출 증가는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결국 금융사의 건전성 지표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특히 고금리와 경기 둔화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득이 안정적이지 않은 차주가 다시 연체로 돌아갈 경우, 은행과 카드사의 연체율 상승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됩니다.
시장 안팎에선 금융권이 공식 신용평점만으로는 위험을 제대로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비공식 평가 항목을 강화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이 경우 도리어 금융 문턱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재기 지원 효과는 분명히 있지만, 구조적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일회성 지원'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때문에 근본적으로는 상환 능력 검증 강화나 모니터링 및 피드백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신용사면으로 연체 이력이 삭제돼 금융 재기의 기회가 열렸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단순히 카드 발급만 허용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고, 취약 차주가 재차 연체에 빠지지 않도록 맞춤형 금융 교육, 채무조정 프로그램, 상환 능력에 맞는 금융상품 제공 등이 함께 추진돼야 제도가 지속 가능하게 운영될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임유진 기자 limyang8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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