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명신 기자] 인공지능(AI) 수요 증가로 메모리 업계가 호황세로 돌아서면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고대역폭낸드플래시(HBF)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AI가 처리하는 데이터 용량이 거대해지고 있는 만큼 현재 메모리 시장의 핵심인 고대역폭메모리(HBM)과 함께 HBF가 차세대 메모리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경기도 이천시에 위치한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 M16 공장. (사진=연합뉴스)
30일 업계에 따르면 HBF는 오는 2027년부터 상용화가 시작돼 2030년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HBF는 실리콘관통전극(TSV)을 기반으로 낸드플래시를 적층한 제품입니다. D램을 쌓아올려 만든 HBM과 구조가 유사합니다. 낸드플래시는 D램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는 느리지만, 저장 용량이 커 SSD같은 저장장치에 주로 활용됩니다. 이에 HBF는 기존 SSD보다 빠르면서도 낸드의 기존 장점을 살릴 수 있습니다. 또 발열도 HBM보다 수월하게 제어할 수 있어 차세대 부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HBF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는 AI가 처리하는 데이터 용량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과거 AI는 텍스트를 중심으로 데이터를 처리했지만, 이젠 텍스트 정보뿐만 아니라 이미지·영상 생성 등 고용량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AI가 발전하기 위해 속도와 용량이 모두 중요해진 셈입니다. 업계에서는 AI가 대용량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HBF가 HBM을 보완하는 형태로 사용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개발에 뛰어든 기업은 미국 샌디스크입니다. 샌디스크는 지난 2월 관련 개발 내용을 발표하면서 1세대 HBF는 16층의 낸드를 적층해 512기가바이트(GB)의 용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엔비디아의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칩 하나에 8개의 HBM을 연결하는 것처럼, GPU에 8개의 HBF를 연결할 경우 약 4테라바이트(TB)의 용량을 확보하는 셈입니다.
미국 샌디스크가 투자 계획을 밝힌 고대역폭낸드플래시(HBF). (사진=샌디스크).
지난달에는 SK하이닉스가 샌디스크와 AI용 HBF 표준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국내 업체도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내년 하반기 시제품을 내놓고, 2027년에는 HBF를 탑재한 AI 추론용 장치 샘플을 공개할 계획으로 알려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역시 HBF 개발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삼성전자가 공식적으로 개발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메모리 시장이 슈퍼사이클에 들어선 만큼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D램과 함께 낸드 분야에서도 성장 전략을 추진한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AI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용량이 큰 장점을 기반으로 HBF를 원하는 수요처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초기 시장인 만큼 자사 제품을 업계의 표준으로 만들어 시장을 선점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명신 기자 si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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