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SK하이닉스 노사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을 통해 성과급 제도를 노조의 요구대로 변경하자, 삼성전자 노조도 회사의 성과급 제도 개선 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습니다.
삼성그룹노조연대가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본사 사옥 앞에서 ‘투명한 성과급 제도 개선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이승재 기자)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내 13개 계열사가 속한 삼성그룹노조연대는 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본사 사옥 앞에서 이러한 내용의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현재 삼성전자 직원들의 사내 분위기는 분노와 허탈감으로 가득 차 있다”며 “그 핵심에는 수년간 이어져 온 불투명한 성과급 지급 기준인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를 기반으로 한 현행 제도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삼성 계열사들은 성과급 제도인 초과이익성과급(OPI)에 근거가 되는 EVA 방식을 통해 성과급 산정 기준을 삼고 있습니다. EVA는 영업이익에서 자본비용(법인세·투자금 등)을 차감한 금액으로, 회사의 영업이익이 높아도 비용을 많이 사용했을 경우, 낮게 산정될 수 있습니다.
특히 EVA는 경영상 활용을 목적으로 하는 지표로 임직원에게도 공개되지 않습니다. 삼성그룹 노조들의 불만을 제기하는 이유입니다. 삼성그룹노조연대는 이 같은 현행 성과급 제도가 국내 경쟁사인 SK하이닉스의 노사가 올해 합의한 성과급 제도와 크게 대비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기박 전국삼성전자노조 위원장은 “(SK하이닉스는) 직원들에게 영업이익의 명확한 일정 비율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고, 심지어 상한선까지 폐지하는 통 큰 결단을 내렸다”며 “명확한 기준과 파격적인 보상으로 직원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미래 성장의 동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앞서 성과급(Profit Sharing·PS) 기준 상향·상한 폐지와 관련해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던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지속됐던 올해 임단협 교섭을 이달 초 타결한 바 있습니다. 양측은 매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합의를 했습니다. 다만, 개인별 성과급 산정 금액의 80%는 당해 연도에 지급되며, 나머지 20%는 2년에 걸쳐 매년 10%씩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 기준이 한층 간결해지자, 삼성그룹노조연대도 OPI의 산정 근거를 EVA가 아닌 ‘영업이익 15%’로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아울러 SK하이닉스 노사가 이번 교섭에서 PS 상한을 폐지한 것처럼, 삼성전자도 OPI를 개인별 연봉의 50%로 제한하는 상한제를 폐지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삼성전자 직원들도 기업의 이익에 맞는 투명한 보상 기준을 달라고 외치고 있다”며 “삼성전자가 성과급 지급 기준을 영업이익으로 투명하게 개선할 때까지 흔들림 없이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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