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락된 SK그룹 리밸런싱…배터리 부활이 관건
SK이노, 지분 유동화로 3조 조달
배터리 부문 실적 불확실성 지속
하이닉스 의존도 심화 등도 과제
2025-09-30 15:46:25 2025-09-30 17:08:54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전력 사업 자회사를 활용한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면서 SK그룹의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2년간 대수술을 통해 비핵심 자산 매각과 재무구조 개선에 성과를 낸 것입니다. 하지만 성공적인 리밸런싱(사업 구조 재편) 이면에는 우려도 있습니다. 반도체 부문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한 데다, 최태원 회장을 둘러싼 이혼 소송 등도 그룹의 부담으로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울산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인공지능(AI) 글로벌 협력 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액화천연가스(LNG)발전 자회사인 나래에너지서비스(1조6500억원)와 여주에너지서비스(1조3500억원)가 전환우선주를 발행한다고 공시했습니다. 
 
총 3조원 규모의 전환우선주는 재무적투자자에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하며, 유상증자 대금 가운데 약 2조4000억원은 SK이노베이션에 대여할 예정입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기존 영구채 발행(7000억원)과 SK이노베이션·SK온·SK아이이테크놀로지 유증(4조3000억원)을 포함해 올해 말까지 자본 8조원을 조달하겠다는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매듭짓게 됩니다. 특히 CPS는 금융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회계처리를 하기 때문에 부채 비율 감소와 자본안정성을 강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유증은 그룹 사업포트폴리오 재편의 일환입니다. 지난해 SK그룹은 2026년까지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한다는 목표를 내놓으며 SK스페셜티 지분(85%)과 SK렌터카 매각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SK 그룹 부채비율은 사업 재편 작업이 본격화하기 전인 2023년 말 134%에서 올해 6월 103%로 개선됐으며 순차입금은 83조원에서 71조까지 떨어졌습니다. 
 
큰 틀에선 그룹의 리밸런싱 작업이 일단락됐지만 숙제도 있습니다. 배터리 부문의 실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이 전체 그룹의 75%가 넘는 등 의존도가 큰 까닭입니다. 현재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체계에서는 계열사 간 지분 보유가 금지돼 있어 그룹 차원의 추가적인 지원 부담이 발생하더라도 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의 재무 여력을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입니다. 
 
SK서린빌딩 사옥. (사진=SK이노베이션)
 
최 회장을 둘러싼 개인 송사도 변수입니다. 지난해 5월 고등법원 판결 이후 소강 상태에 빠졌던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소송이 수면 위로 부상했기 때문입니다. 해당 사건이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에서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며 올해 안에 결론이 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통상 대법원 전합 회의는 매달 셋째 목요일에 열리는데 재산 분할금 1조3808억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한 원심이 유지될 경우 최 회장은 유동성 압박에 직면하게 됩니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심 유지 시 SK그룹은 이자 비용 충당과 유동성 확보를 위해 배당 정책을 대폭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소송의 최종결과에 따라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대법원 관계자는 “심리불속행 기간이 도과한 사건의 경우 쟁점에 관한 논의를 거쳐 판결 선고기일이 지정되는데 현재 해당 사건은 법리·쟁점에 관해 종합적으로 검토 중인 상황”이라며 “(내달 23일로 예정된) 전합에 회부돼 심리할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