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서 금융지주 회장단과 은행장들이 전원 빠지면서 '면죄부 국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가산금리 논란, 금융사고 등 민생과 직결된 현안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은행권 수장이 증인 명단에서 배제되자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이 제기됐습니다. 일부 의원들은 오는 종합감사 전까지 추가 증인 채택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무위는 지난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추석 연휴 직후부터 진행되는 2025년도 국정감사에 출석할 일반 증인 32명, 참고인 9명 등 총 41명의 명단을 의결했습니다. 내달 14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를 시작으로, 20일 금융위원회, 21일 금융감독원, 28일 종합감사를 순차적으로 진행합니다.
금융권 김 빠진 국감 예고
일부 의원들은 정무위 현안을 사실상 외면한 증인 채택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양종희
KB금융(105560)지주 회장, 5대 은행장,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홍원학
삼성생명(032830) 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은행권은 그동안 가산금리 산정 과정의 불투명성, 금융사고 재발, 사회공헌 활동의 책임성 부족 등이 꾸준히 지적돼 왔습니다. 앞서 여당은 5대 은행장을 불러 가산금리 산정 문제를 직접 따져 묻는 방안을 추진해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증인 명단에서 은행권 CEO들이 모두 빠지면서 법안 논의와 국정감사 현안이 단절될 수 있다는 걱정이 많습니다.
민병덕 의원은 "은행장들은 매번 빠진다"면서 "어디 하늘 위에 있는 사람이냐"고 성토했습니다. 그는 "부당한 가산금리 문제는 은행장들이 직접 나와 매듭지어야 한다"며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서도 은행들은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는데 이런 부분을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은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는데 이유 없이 빠졌다"며 "간사들이 여러 사정을 감안했다고 하지만 해당 의원실에는 빠진 이유를 설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금융지주 회장들이 3주 정도 해외 출장을 간다고 했는데 정작 회의가 어디서 열리냐는 질문에도 답하지 못했다"며 "금융지주회사들이 국감을 우습게 알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은 "제가 신청한 증인
한화(000880) 김동관 부회장,
한화오션(042660) 정인섭 대표,
태광(023160) 이호진 전 회장, 수협중앙회 노동진 회장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며 "수협중앙회장은 부당대출 건으로 요청했는데 정치적 연관성이 있다며 뺐는데 그렇다면 도이치모터스와 연관이 있는 것인가. 앞으로 정치권 연관된 부당 대출은 정무위에서 못 부르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남근 민주당 의원은 삼성생명을 겨냥했습니다. 그는 "삼성생명은 유배당 계약자 153만명에게 배당해야 할 돈이 2조8000억원 정도 있다"며 "피해자들이 대부분 70세 이상 고령인데, 돌아가시기 전에 문제를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두면서 회계기준이 바뀌는 문제도 있다"며 "이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삼성생명 대표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같은 당 김승원 의원도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을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빠졌다"며 "해외 부동산펀드를 팔면서 위험 요소를 부실하게 기재하거나 설명하지 않아 피해자가 상당하다. 향후 유사 사례를 막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다만 정무위 간사 의원실 관계자는 "증인 채택 조정 과정이 어떻게 됐는지는 일일이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간사 협의 거쳐 종감 전 세울 것"
정무위 증인 명단에서 금융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빠지면서 업계에선 사실상 '무풍지대'가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정무위 국감에선 증권사 CEO 일부만 증인으로 채택됐고, 은행장들은 국감장에 서지 않았습니다. 금융소비자 피해와 직접 연관된 현안이 여전히 많음에도 금융권 책임자들이 증인 명단에서 배제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다만 추가 증인 채택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실제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전체회의에서 "간사님들이 더 의논해달라. 협의가 되면 한 번 더 의결하고, 정 안 되면 국감 기간 중에도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국감 막판 여야 협상을 통해 증인 명단이 추가되거나 조정되는 경우는 흔합니다. 2023년에도 정무위는 하이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 대표를 추가로 불러 세운 바 있습니다.
이번 국감에서도 종합감사 전까지 여야가 다시 협의에 나서 금융지주 회장이나 은행장을 증인으로 부를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정치권과 금융권 모두 종감에서 어떤 인물이 명단에 오를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입니다. 은행권의 무풍지대가 유지될지, 아니면 국감장에 수장이 출석해 현안을 직접 답을 들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집니다.
올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명단에서 시중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단이 전원 빠지면서 '면죄부 국감'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산금리 논란, 금융사고 등 현안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은행권 수장이 증인 명단에서 배제되자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강한 반발이 제기됐다. 일부 의원들은 오는 종합감사 전까지 추가 증인 채택을 반드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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