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최근 금융권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주식스왑(주식교환) 방식이 다시 각광받고 있습니다. 자본 부담을 줄이면서도 장기적 협력 구조를 구축해 경영상 시너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강점 때문입니다.
주식스왑은 2000년 하반기 금융지주회사 구조 재편과 완전자회사화를 골자로 한 금융지주회사법 통과와 2001년 7월 상법 개정을 계기로 도입됐습니다. 2010년대까지만 해도 대형 은행이나 증권사 중심으로 주식스왑이 활용됐으나, 2020년대 들어서 비은행 금융사나 빅테크·핀테크 등 새로운 업권까지 주식스왑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간의 합병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힙니다. 금융권에선 네이버가 포괄적 주식교환으로 두나무를 자회사로 편입한 뒤, 송치형 두나무 회장과 네이버와 지분을 맞교환해 네이버 대주주 반열에 오르는 시나리오가 유력하게 거론됐습니다. 거래가 성사되면 양사는 단순한 투자 관계를 넘어 빅테크와 가상자산 간 금융 협력의 새로운 지평을 열게 됩니다.
증권가에선 지분스왑을 넘어서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 합병법인을 통한 미국 나스닥 상장 가능성까지도 내다보고 있습니다. 또 네이버의 결제 인프라 플랫폼 파워, 두나무의 블록체인 인프라를 공유해 스테이블코인, 커스터디(가상자산 보관·관리) 등을 아우른 디지털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란 관측도 더해집니다.
교보생명의 SBI저축은행 지분 인수도 사실상 주식스왑으로 해석됩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SBI홀딩스로부터 SBI저축은행 지분 50%와 1주를 2026년 10월까지 단계적으로 인수하기로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보생명은 인수 대금을 할인 받는 대신 인수가 완료되기 전까지 SBI저축은행 배당금 70%를 SBI홀딩스에 지급하는 조건이 붙으면서 주식스왑 성격의 지분 인수란 평가가 뒤따릅니다.
지분 인수와 별개로 SBI 교보생명과 분쟁 중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쥐고 있던 교보생명 지분 9.05%를 인수한 소식도 들렸습니다. 에쿼티와 경영권 분쟁 중인 교보생명의 백기사로 나선 셈입니다.
과거 2007년 SBI홀딩스가 교보생명 지분 5%를 확보한 이후 20여년간 이어져온 전략적 협력을 재확인하는 행보로 풀이되는 배경입니다. 나아가 단순한 자본조달 차원을 넘어서 파트너십 기반의 금융사 지배구조 재편 신호탄으로 읽히고 있습니다.
이처럼 M&A 시장에서 현금 중심에서 주식스왑 중심으로 옮겨 가는 배경에는 시장 불확실성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금리 변동과 금융 규제 강화로 대규모 현금 투입이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주식을 교환해 협력 관계를 공고히 하고 기업가치를 함께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향후에도 주식스왑을 통한 파트너십 모델은 더욱 확산돼 금융산업 전반의 경쟁 구도에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스왑은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의 리스크를 분산하면서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특히 서로 다른 업종 간 결합에서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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