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자동차보험을 앞세워 국내 보험 시장을 공략하던 보험사들이 잇따라 인수·합병(M&A) 수순을 밟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치열한 경쟁과 높은 손해율,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고객 기반 확보를 위해 보험사들은 차보험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차보험이 '복합금융 플랫폼'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 관문이란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보험사의 새로운 생존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하이카·더케이·캐롯, 합병 결말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년간 현대하이카다이렉트(하이카), 더케이손해보험, 캐롯손해보험 등 자동차보험을 중심으로 성장한 손해보험사 위주로 M&A가 가속화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대표적인 사례는 한국교직원공제회(공제회) 산하였던 더케이손해보험(현 하나손해보험)입니다. 더케손보는 2003년 공제회가 100% 출자해 설립한 보험회사로, 교직원 대상 자동차보험으로 시작해 2014년 종합 손해보험사로 승격했습니다. 그러나 손실이 지속되면서 결국 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하나금융지주는 2019년 12월 더케이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2020년 1월 이사회에서 인수합병 관련 논의를 거쳐 당해 2월 중순께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습니다. 더케이손보는 하나금융 품에 안기면서 하나손보로 재출범했습니다. 또 하나금융이 공제회 지분 70%를 가져가고, 공제회가 나머지 30% 지분을 쥐고 있으면서 공동 경영 체제를 유지했습니다.
적자 늪을 벗어나지 못한 자회사를 품은 사례도 있습니다. 현대해상은 온라인(다이렉트) 채널을 활용해 저가 자동차보험을 판매해 급성장한 하이카를 흡수했습니다. 하이카는 2005년 현대해상이 100% 출자해 설립한 자회사로 출범 이후 손해율이 악화돼 만성 적자에 시달렸습니다. 이에 현대해상이 해결사로 나서면서 흡수합병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현대해상 이사회는 2014년 12월 하이카 흡수합병을 의결하고, 2015년 3월 주주총회에서 관련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2019년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주목받았던 캐롯손해보험도 마찬가집니다. 타는 만큼만 보험료를 내는 '퍼마일자동차보험'으로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해왔으나, 지난 6년간 3300억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기록하며 사업적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한화손보는 2019년 SK텔레콤(SKT), 현대자동차, 알토스벤처스, 스틱인베스트먼트 등 대형 투자사들과 합작해 캐롯손해보험을 설립했습니다. 당시 지분율 59.57%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선 한화손보는 지난 5월 흡수합병을 결정했습니다. 한화손보는 2000여억원을 들여 주식을 추가 취득해 지분율을 98.3%까지 끌어올릴 계획입니다. 합병 기일은 오는 9월 10일입니다.
초기 진입 관문에 가려진 손해율의 덪
자동차보험은 대중적인 상품인 만큼 고객 모집이 쉽고 진입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아 보험시장 초기 진입에 필요한 필수 관문으로 지목됩니다. 그러나 손해율도 비례해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를 지녔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자동차보험만으로 장기간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보험업계 중론입니다.
의무보험 성격을 띄어 가입자가 꾸준하기 때문에 보험시장 내 가격 인하 경쟁도 극심합니다. 출혈 경쟁 속에 사고 발생률과 정비 비용 상승으로 인해 해마다 손해율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평균적인 손해율은 78%인데, 최근 몇 년 간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80% 안팎을 오르내리는 상황입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대중적이라 고객 모집이 쉬워 보험 시장 초기 입지를 확보하는 데 필수적"이라면서도 "손해율도 그만큼 높아 자동차보험에 특화된 단독 보험사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전했습니다.
보험 판매 외 운용 수익이나 다양한 보험 상품 판매가 병행되지 않으면 수익을 보전하기 어려운 구조적 한계 탓에 자동차보험을 주력으로 삼았던 보험사들이 잇따라 M&A 시장에 떠밀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차보험 매개로 인보험 확대
이처럼 손해율이 높고 적자가 반복되는 시장임에도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객 기반에 있습니다. 대중적인 차보험으로 매년 수백만명에 달하는 신규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의무보험 특성상 고객 이탈도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으로 유입된 고객에 장기보험(실손의료보험, 암보험 등)이나 일반보험(화재보험, 배상책임보험 등) 등 다양한 상품 가입을 유도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여력을 갖게 됩니다.
결국 차보험을 유지하는 보험사들의 최종 목적지는 복합금융 플랫폼과 복합상품 판매를 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장기보험의 경우 자동차보험에 비해 안정적인 손해율과 고객 충성도가 높아 보험사의 핵심 수익원으로 꼽힙니다. 이 때문에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 고객을 대상으로 묶음 보험 할인, 다이렉트 전용 장기보험 특약 등 다양한 연계 상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고객 모집 채널의 역할을 한다"며 "자동차보험 가입자를 기반으로 다른 보험 상품을 추천하고, 이를 넘어 자산관리, 금융상품 연계까지 확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나손해보험,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간판. (사진=연합뉴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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