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강세에 증권사 '대체입고 유치전' 치열
팔지 않고 계좌만 옮겨 혜택…대체입고 쏠림 가속
리워드 경쟁 과열…장기 고객 확보엔 한계
2025-07-09 15:23:34 2025-07-09 15:23:34
[뉴스토마토 김주하 기자] 국내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자 증권사들이 타사 고객을 자사로 유치하기 위한 '대체입고' 이벤트를 잇달아 내놓고 있습니다. 증권사들은 거래대금 급증으로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확대에 대한 기대를 걸고 있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단기 성과에 치중한 출혈 경쟁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체입고란 한 증권사 계좌에 있던 주식, 채권, 현금 등을 다른 증권사 계좌로 옮기는 것을 뜻합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보유 자산을 매도하지 않고 계좌를 변경할 수 있어 세금이나 거래 비용 없이 증권사를 바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새 정부 출범과 증시 부양책 기대 속에 6월 한 달간 국내 증시 거래대금이 30조원을 넘어섰습니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를 합산한 일평균 거래대금은 5월 20조5000억원에서 6월 33조원으로 한 달 새 60.9% 급증했습니다. 코스피지수도 5월 5.51% 오른 데 이어 6월에는 14% 가까이 급등하며 3000선을 돌파했습니다. 7월 들어서도 3100선을 넘나드는 강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증시가 활기를 띠자 증권사들도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익 확대를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습니다. 거래가 활발할수록 고객 수와 계좌 잔고를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는 것이 실적을 높이는 가장 빠른 방법으로 꼽힙니다. 이런 이유로 증권사들은 기존 고객을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른 증권사에서 이미 주식이나 채권을 보유한 고객을 자사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체입고 이벤트를 앞다퉈 진행하고 있습니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계좌를 유치하면 해당 고객이 옮긴 자산으로 거래를 시작할 가능성이 높아 위탁매매 수수료, 신용공여 이자 등 다양한 수익원이 발생합니다. 특히 계좌 잔고가 늘어나면 시장 점유율 지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단기 실적 부양과 외형 확장의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무엇보다 증시가 활황인 지금이 고객을 빼앗아올 '타이밍'이라고 판단한 것도 대체입고 이벤트 경쟁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고객 자산은 유지한 채 타사 고객을 흡수하면 바로 거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지금처럼 시장이 활황일 때 고객을 끌어오지 못하면 나중에는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증권사들은 고객 유치전에 속속 뛰어들고 있습니다. 최고 보상 금액을 내건 곳은 교보증권입니다. 교보증권(030610)은 타사 계좌에서 1000만원 이상 주식·채권·현금을 옮기면 최대 황금열쇠 10돈과 세금(22%)까지 부담하는 혜택을 내세웠습니다. KB증권은 이와 달리 비대면·은행 연계 계좌 고객을 겨냥해 일정 금액을 입고한 뒤 거래까지 하면 최대 300만원 리워드와 주간·월간 미션 혜택을 제공합니다. 대신증권(003540)은 연금저축·ISA 만기 자금 입고 시 최대 150만원을 지급하는 이벤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경쟁이 장기적인 고객 확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고객들이 이벤트 혜택만 받고 일정 기간 후 다른 증권사로 이동하는 '계좌 갈아타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타사에서 이벤트를 하면 우리만 하지 않을 수는 없다"며 "출혈 경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장 흐름상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증시 강세에 편승한 단기 실적 확대 전략이 시장 조정기에는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한 학계 관계자는 "이벤트 중심의 마케팅은 단기 실적에는 도움이 되지만 고객을 오래 붙잡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위해 자산관리 서비스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주하 기자 juhah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