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뱅크 재원 분담' 2금융권 "아직 논의 안해"
2025-07-08 16:18:46 2025-07-08 17:05:14
[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정부가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배드뱅크)' 설립을 추진하면서 2금융권의 출연을 결정하면서 업계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수익성 악화와 재무적 부담과 규제 장벽에 주저앉은 2금융권에겐 ‘팔 비틀기식’ 재원 요구란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데요. 2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업계와 제대로 소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1·2금융권, 재원 분담 샅바 싸움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에서 추진하는 배드뱅크 재원 출연을 두고 1금융권과 2금융권이 샅바 싸움에 돌입할 것이란 분위기가 감지됐습니다. 각 업권이 배드뱅크 재원 8000억원 중 국가 예산을 뺀 나머지 절반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결정된 것이 없는 상황에서, 재원 부담을 최대한 덜어내려는 기싸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배드뱅크는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의 개인의 장기 연체 무담보 채권을 소각해주는 채무조정 프로그램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내건 주요 공약입니다. 배드뱅크를 통해 113만4000여명이 수혜를 받아 약 16조4000억원에 이르는 채무를 탕감 받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금융권 배드뱅크 정책 추진 타임라인. (그래픽=뉴스토마토)
 
금융권의 배드뱅크 재원 출연은 당초 은행만 참여키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소각 채권 대부분이 2금융권에 집중됐는데, 은행만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은행권 항의를 금융당국이 수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2금융권도 사회적 책임을 함께 이행해야 한다는 명분에 당국도 공감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나이스신용평가가 발표한 '배드뱅크 정책이 금융업권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업권별 배드뱅크 매입 대상 연체채권 규모는 △카드 1조7000억원 △은행 1조1000억원 △보험 8000억원 △저축은행 5000억원 △캐피탈 3000억원 규모로 집계됐습니다. 매각 이익 규모는 △카드 850억원 △은행 550억원 △보험 400억원 △저축은행 250억원 △캐피탈 150억원 등입니다.
 
건전성·대출규제·상생금융 삼중고
 
당국 방침에 따라 금융투자(증권), 보험, 저축은행, 여신전문금융사(카드), 상호금융 등이 배드뱅크 기금 출연에 참여하면서 2금융권의 재무적 부담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비롯해 높은 연체율 등으로 건전성 관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강도높은 가계대출 규제와 배드뱅크 같은 상생금융 압박까지 삼중고를 직면한 상황입니다.
 
특히 지난달 27일 갑작스럽게 발표된 대출규제가 미래 수익성을 크게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수도권·규제지역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최대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신용대출 한도도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를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기타대출로 분류돼 대출 규제에서 제외돼 왔던 카드론이 이번 신용대출 규제에 포함되면서, 카드사 주 수익원인 카드론 영업이 급감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저축은행들도 평균 70~90%가량 여신 규모가 빠져나갔다고 전해졌습니다.
 
무엇보다 배드뱅크 재원 마련에 2금융권 참여 방침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을 뿐, 당국과 업권 간 어떠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당국과의 소통이나 회의 요청 등 접촉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이라며 "업계에서도 언론을 통해 상황을 전달받으며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연체율이 높고 부실채권 비율이 높은 것은 업황이 어렵다는 방증"이라며 "금융당국이 은행권 입김에 비교적 연체 채권이 몰린 2금융권 동참을 결정했지만, 막상 존속 기로에 선 2금융권들에게 무리한 재원을 요구하기도 어려운 입장일 것"이라고 했습니다. 
 
배드뱅크 재원 마련, 배임 논란도
 
배드뱅크 설립과 관련해 민간 금융회사의 출연금 동원이 요구되면서 배임 논란도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국회에서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까지 확대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주주 이익에 반할 수 있는 배드뱅크 지원금 출연을 걸고 넘어질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3일 본회의에서 소액주주 권리 강화를 골자로 한 상법 개정안을 가결했습니다. 개정안에는 이사들이 경영 과정에서 회사의 이익 뿐만 아니라 주주의 이익도 부당하게 침해해선 안 된다고 명시됐습니다.
 
이재명정부가 추진하는 배드뱅크 설립이 개정된 상법 아래 배임죄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더해지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업권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외국인 주주들의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어 당분간 논란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저축은행 간판. (사진=뉴시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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