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12·3 비상계엄 직전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비밀 회동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회동에서 오간 대화 내용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참석자 면면을 볼 때 김건희씨 및 명태균 게이트 관련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곧 불법 비상계엄의 직접적 원인을 밝힐 수 있는 대목으로, 특검 또한 이 부분에 주목할 것으로 보입니다.
8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과 내란 특검이 확인한 삼청동 안가 폐쇄회로TV(CCTV)에서 두 개의 결정적 장면이 포착됐습니다. 지난해 11월26일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등 4인이 안가로 모여들었습니다. 회동은 김주현 민정수석이 주도했으며, 윤석열씨 배우자 김건희씨에 관한 각종 의혹과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을 것으로 특검은 추정했습니다. 실제로 이날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정부가 재의요구안(거부권)을 심의·의결한 날이기도 합니다.
12·3 비상계엄 직전 삼청동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비밀 회동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26일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이 안가에 모였다. 12월1일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안가를 찾아 윤석열씨와 독대를 했다. (사진=연합뉴스)
같은 시기 이복현 금감원장은 김건희씨가 연루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국회에서 "신속하고 엄정히 살펴보겠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연루자로 알려진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가 단체 메신저에서 '삼부 내일 체크'라는 메시지를 올린 직후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급등한 정황에서 비롯됐습니다. 2023년 5월 삼부토건 관계자가 폴란드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포럼'에 참석한 이후 1000원대에 머물던 이 회사 주가는 두 달여 만에 5500원 선까지 치솟았습니다. 김건희씨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7월3일 삼부토건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며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습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안가에 간 건 우리기술 주가조작 의혹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걸로 보입니다. 이 사건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주범들이 2010~2011년 우리기술 시세 조종에도 가담했고, 여기에 김건희씨 계좌가 활용됐다는 의혹입니다.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우리기술 주가조작 의혹은 김건희특검의 수사 대상이기도 합니다.
특히 계엄 이틀 전인 12월1일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안가를 찾는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이날은 윤석열씨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비상계엄을 논의하고, 경호처 명의의 휴대전화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통화한 날이기도 합니다. 윤상현 의원은 당시 윤석열씨와 독대를 나눴는데, 명태균 게이트 관련으로 특검은 추정했습니다.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씨가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관련해 김영선 전 의원 공천에 개입하는 내용의 녹취록에 등장합니다. 민주당이 지난해 10월31일 공개한 윤석열씨와 명태균씨 간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윤씨는 "김영선이 4선 의원에다가 경선 때도 열심히 뛰었는데 좀 해주지 뭘 그러냐…(중략)…내가 하여튼 상현이(윤상현 의원)한테 내가 한 번 더 얘기할게. 걔가 공천관리위원장이니까"라는 대목이 등장합니다. 당시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이 바로 윤상현 의원이었습니다.
특검은 또 윤석열씨의 비화폰 통화 내역 등을 종합해, 윤씨와 가장 많은 통화를 한 대상이 김주현 수석과 박성재 장관인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계엄 해제 직후인 12월4일 안가 회동에도 참석했습니다. 당시 안가엔 김주현 수석과 박성재 장관을 포함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등이 모였습니다.
한편, <뉴스토마토>는 계엄 직전 안가를 찾은 걸로 확인된 이들에게 입장과 반론을 요청했습니다. 몇몇은 답변이 없었습니다. 반면 윤석열씨 측 관계자는 "윤상현 의원은 워낙 안가에 많이 드나들어 특별한 일이 아니었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한 위원장 측은 "8월 하순에 강남에서 친목 모임이 있었고, 그때 연말인 11월26일에 한번 더 보자고 약속이 돼서 만나게 됐다"며 "계엄과는 무관한 모임"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이 그 자리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친목 모임이었을 뿐"이라며 "주가조작 의혹 등은 공정위와 업무 관련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일체의 어떤 이야기도 없었고, 한 위원장은 계엄 당일이었던 12월3일 오전에 프랑스로 출장을 떠났다"라고 했습니다.
박 장관 측은 "김주현 민정수석이 자리를 만들었다. 금감원이 금융 수사와 관련이 있고 공정위는 독점 고발권이 있다. 박 장관이 해외 출장 중에 업무 관련해 추진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것 관련해서 협조 구한다고 해서 가볍게 저녁 모임했다"며 "이복현 금감원장이 검찰 한참 후배지만, 박 장관은 11월26일 누구 만나서 밥 먹었는지도 기억 못 하고 삼부토건은 알지도 못한다. 삼부토건 이야기는 당일 나오지도 않았다. 삼부토건과 관련한 은밀한 대화가 있었다면 상식적으로 공정위원장이 거기 있으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이어 "박 장관이 칼 같은 사람이다. 만약 그런 자리였으면 박차고 나갔을 것이다. 삼부토건 연결하는 건 소설이고 기자들이 상상력"이라며 "보통 그런 사안들은 장관이나 기관장들이 실무적인 세세한 이야기는 안 한다"고 했습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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