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혜정 기자] 국내 전자 기업들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차량용 전장(전자부품)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LG그룹은 일본 혼다 본사에서 ‘LG 테크데이’를 열고 전장 기술을 선보이며 협력 확대에 나섰습니다. 삼성전기는 멕시코 공장 계획을 철회하고 제3국을 대상으로 한 생산거점 전략 재정비에 나섰습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 LG이노텍 등 LG그룹 수장들이 지난해 3월 독일로 총출동해 메르세데스-벤츠와 전장사업 협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사진=연합뉴스)
7일 업계에 따르면 LG그룹은 이날부터 이틀간 혼다 본사에서 ‘LG 테크데이’를 개최합니다. 이번 행사에서 LG는 배터리,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스플레이, 센서, 조명 등 미래차 핵심 부품과 솔루션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권봉석 ㈜LG 부회장을 비롯해 조주완 LG전자 CEO, 문혁수 LG이노텍 대표,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사장 등 주요 경영진이 총출동합니다. 이들은 미베 도시히로 혼다 CEO 등 혼다 측 주요 인사들과 만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할 계획입니다.
차량용 전장사업은 구광모 회장이 직접 챙기는 LG의 핵심 미래 성장축입니다. LG는 계열사 간 시너지를 바탕으로 전장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테크데이는 글로벌 고객사를 직접 찾아가 LG의 기술력을 소개하고, 이를 실질적인 수주로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활동입니다. LG그룹은 지난해 3월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본사에서 첫 테크데이를 개최한 데 이어, 같은 해 9월에는 일본 도요타 본사에서도 행사를 열었습니다. 이외에도 독일 BMW, 폭스바겐그룹 등에서도 개최 요청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해 10월 필리핀 라구나주 칼람바시에 위치한 삼성전기 필리핀법인(SEMPHIL)을 찾아 적층세라믹콘덴(MLCC) 제품 생산현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삼성그룹 역시 이재용 회장이 차량용 전장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지목하며 선점을 강조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는 2023년 11월 자본금 49억원을 출자해 멕시코 케레타로에 전장용 카메라 모듈 공장 건설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해당 공장 건설 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같은 결정을 두고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삼성전기가 멕시코를 생산 거점으로 선택한 이유는 테슬라 등 북미 전기차 업체들과의 지리적 근접성, 그리고 미국·캐나다·멕시코 자유무역협정(USMCA)을 통한 무관세 혜택 등이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 1월 멕시코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예고한 뒤 부과 예외를 적용하면서 현재 0%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성을 감안할 때, 상황에 따라 멕시코의 대미 수출 관세가 25%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삼성전기는 멕시코 대신 제3국을 새 생산지로 검토 중입니다. 주요 고객사가 밀집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가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되며, 루마니아 등 동유럽 국가도 새로운 후보지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최근 루마니아 서부 티미쇼아라에 판매법인을 신설하고, 동유럽에 생산 거점을 둔 유럽 고객사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박혜정 기자 sunright@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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