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김성은·김유정 기자] 40억원 규모의 검찰 특수활동비(특활비)가 2차 추가경정예산안(추경안)에 반영된 데 대한 전말이 속속 드러나고 있습니다. 당초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의 추경안 논의 과정에서 검찰 특활비의 필요성을 먼저 제안한 것은 국민의힘이었는데요. 하지만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대통령실 특활비 증액을 요구하자 반발하며 검찰 특활비 제안을 바로 철회했습니다.
국민의힘의 반발로 여야 합의는 불발됐지만, 민주당 주도로 검찰과 대통령실 특활비는 끝내 예결위를 통과했습니다. 특히 검찰 특활비에 대한 예결위 의결 과정은 김병기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선 검찰 특활비 부활에 대해 "결국 원내지도부의 의중이 담긴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핵심은 '대통령실 특활비' 증액 갈등
7일 <뉴스토마토>의 취재를 종합하면, 당초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에는 검찰 특활비가 없었습니다. 특활비 논란의 첫 시작은 대통령실과 검찰, 경찰, 감사원에 대한 여야의 서면 증액 요청이었습니다. 검찰과 감사원 특활비는 국민의힘이 증액 의견을 냈습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가 편성했던 금액의 절반을 제시했는데요. 검찰에 대해선 40억400만원 특활비 증액을 요청했고, 감사원도 예산의 절반인 7억5900만원 증액을 요구했습니다. 반대로 민주당은 대통령실 특활비에 대해 서면으로 증액을 요청했습니다.
이후 국회 예결위 논의 과정에서 검찰과 대통령실 특활비에 대한 의견이 구체화됐습니다. 국정기획위원회 대변인 역할을 맡고 있는 조승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일 국회에서 열린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임기근 기획재정부 2차관에게 "새로운 정부가 출범해서 일을 함에 있어서 특활비의 부족 문제가 일을 하는 데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예산에 있어서도 조금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며 "검찰과 경찰, 감사원, 대통령실 등에 대한 특활비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다음 날인 2일엔 여야가 대통령실 특활비 편성 문제를 놓고 충돌했습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에 대한 특활비 증액을 요청하자 크게 반발했는데요. 자당이 먼저 꺼냈던 검찰 특활비 제안까지 철회하며 대통령실 특활비 증액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예산안조정소위에서 "만약에 법무부 또는 검찰의 특수활동비, 감사원의 특활비가 대통령실의 특활비를 청구하는 빌미가 된다면 우리 다 철회할 것"이라며 "그런 식으로 물타기를 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강력한 유감을 표시하고 이 예산을 편성하는 건 정말 염치없는 짓"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결국 국민의힘의 반대로 여야는 검찰과 대통령실 특활비 증액을 두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어 4일 오전에 열린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에서 특활비 문제에 일치된 의견을 보이지 못하자, 한병도 예결위원장이 "상임위와 본회의에서 계속 이어서 토론하겠다"며 특활비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와 중에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추경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에서 한병도 소위원장(예결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결국 예결위→본회의 강행 처리…당 내부선 "원내지도부 의중" 의심
검찰 특활비를 포함한 예결위 논의 과정은 김병기 원내대표를 포함한 원내지도부 인사들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민주당 원내지도부 내 핵심 관계자는 "예결위 회의에서 검찰 특활비가 논의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검찰 특활비를 추경에 반영하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추경에서 특활비 편성은 항상 있었던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원내대표가 예결위 소위 상황을 보고 받은 이후 강행 지시를 내렸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여러 정황을 봤을 때 추경에 검찰 특활비가 반영된 것은 김 원내대표가 묵인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민주당 내부에서 검찰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한 의원은 "검찰 특활비 문제를 주도한 주체가 원내지도부가 아니고는 설명이 안 된다"며 "책임자는 원내지도부"라고 콕 집었습니다. 예결위에서 추경안 심사를 진행한 민주당 소속의 한 의원도 "지도부 의중 없이 (검찰 특활비가) 확정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민주당 내부에선 조승래 의원이 대통령실 특활비 편성을 위해 선제적으로 나섰고, 이 과정에서 검찰 특활비가 함께 포함됐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또 조 의원이 이렇게 나선 데에는 사전에 대통령실과의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일각의 관측도 제기됩니다. 대통령실에서 특활비 문제를 주도하기에는 껄끄럽기 때문에 조 의원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는 겁니다.
결국 4일 오후에 개최된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의 반발 속에 민주당 주도로 대통령실, 법무부, 감사원, 경찰청 등 4개 기관에 대한 105억원 규모의 특활비 증액 안건이 강행 처리됐습니다. 이어 본회의에서도 최종 의결됐습니다. 4대 기관 특활비 안에는 40억원 규모의 검찰 특활비도 포함됐습니다.
박형수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민주당이 검찰 특활비를 핑계로 대통령 특활비도 필요하다는 논리로 이야기했다"며 "사전 협의 없이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김성은 기자 kse5865@etomato.com
김유정 기자 pyun9798@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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