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4000억원 배드뱅크 출연…은행 분담 비율은?
2025-07-08 08:00:00 2025-07-08 08: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 연체채권을 소각하는 '배드뱅크' 프로그램의 재원 절반을 금융권이 부담키로 하면서 배분 규모에 관심이 쏠립니다. 부실채권 보유액이 상당한 2금융권도 책임 이행 차원에서 힘을 보태는 쪽으로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데요. 자산과 이익 규모가 큰 은행권이 더 큰 금액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배드뱅크 재원, 1·2금융권 모두 부담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 정부가 마련한 배드뱅크 규모는 약 8000억원으로, 7년 이상 5000만원 이하 장기 연체 개인 무담보채권이 대상입니다. 이를 통해 소각 또는 채무조정될 채권 규모는 약 16조4000억원(113만000만명)으로 추정됩니다.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에 반영한 배드뱅크 예산은 4000억원에 불과해 나머지는 금융권 분담 등 다른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금융위원회는 이 4000억원을 금융투자, 보험, 여신전문금융회사,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전 금융권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에 채무조정기구를 설립하고 연내 장기 연체채권 매입을 추진할 계획인데,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배분 방식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은행권만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소각 대상 채권의 상당 규모를 2금융권이 보유하고 있는 점이 고려되면서 전 금융권 참여로 방향이 바뀌었습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을 중심으로 전 금융권이 일정 부분 역할을 하는 방향으로 논의를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간 은행권에서도 2금융권의 부실 여신을 은행 출연금으로 소각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면서 2금융권의 참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은행권은 그간 소각 대상이 되는 연체채권을 자체적으로 상당 부분 상·매각했거나 대손충당금을 쌓아놓은 측면도 있습니다. 
 
은행연합회 주도로 회원사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는 상황입니다. 장기 연체채권 매입·소각 프로그램의 재원을 은행들이 어떻게 부담할 지 아직 실무 차원에서는 논의된 바가 없다는 설명입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최소한의 분담금을 받기 위해 저마다 유리한 시점과 기준을 앞세우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금융당국은 오는 9월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산하에 채무조정기구를 설립하고 연내 장기 연체채권 매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배분 방식이 결정될 전망입니다. 민간 부문의 배드뱅크 출연금 배분 방식은 금융권 순익 비중이나 부실채권 보유 비중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금융업권별 매입 대상 연체채권 규모는 카드 1조7000억원, 은행 1조1000억원, 보험 8000억원, 저축은행 5000억원, 캐피탈 3000억원 등입니다. 매각 이익 규모도 카드(850억원), 보험(400억원), 저축은행(250억원), 캐피탈(150억원) 등 제2금융권 전체 1650억원으로 은행(550억원)의 약 3배에 달하는데요. 카드 등 2금육원의 배드뱅크 기금 참여가 적극적일 경우 은행권의 부담은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는 배드뱅크 소요 재원 8000억원 중 4000억원을 은행권을 비롯한 2금융권 등 전금융권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사진은 정부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5대 은행, 각 500억 안팎 예상
 
다만 2금융권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 분담 비율을 둘러싼 논의는 쉽게 매듭을 짓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등으로 리스크 관리 부담이 커진 만큼 출연금을 내놓기가 어려운 실정이라는 게 업계 설명입니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79곳을 대상으로 연체율 관리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배드뱅크 출연금을 순익 기준으로 나눌 경우 은행권의 기여도가 커지게 됩니다. 과거 윤석열정부에서 소상공인에게 이자를 되돌려주는 약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을 마련할 당시 시중은행, 지방은행, 인터넷전문은행 등 모든 은행이 전년도 3·4분기까지 당기순이익을 연간 순이익으로 환산한 뒤 순이익의 10%씩을 부담했었습니다. 
 
지난해 국내 은행들은 전년 대비 1조2000억원 증가한 22조4000억원의 당기순익을 거뒀습니다. 이 가운데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등 5대 은행의 순이익은 약 15조2000억원으로 전체 순익의 약 70%를 차지합니다. 
 
국내 은행권 금융지주사가 민간 분담금 4000억원의 70%를 책임진다고 가정하면 금액은 약 2700억원인데요. 금융지주 한 곳당 500억~600억원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 물론 2금융권이 분담에 동참할 경우 은행권 분담 규모가 더 적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난 2~3년간 금융권이 거둔 순익 규모를 고려했을 때 4000억원 분담이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분석도 나옵니다.
 
7년 이상 5000만원 미만 이하 장기 연체채권을 일괄 매입해 소각하는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배드뱅크)가 가동된다. 사진은 서울 중구 명동 거리에 대출 관련 전단지가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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