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오는 9월부터 예금자보호한도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되면서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 ‘머니무브(자금 이동)’ 현상이 감지됩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은행권 예·적금 금리가 1%대까지 낮아진 사이 법적으로 보호되는 자금 규모는 두 배로 늘어나면서 ‘예테크(예금+재테크)’가 늘고 있습니다.
국책은행 직원들, 저축은행 예금 넣는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예금보험공사가 2022년 실시한 연구용역 결과, 예금자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상향되면 저축은행 예금은 16~25%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저축은행 전체 예금 잔액이 100조원 안팎의 규모임을 고려하면 최대 20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신규 유입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금융학회는 최대 40조원까지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예금자보호한도는 금융회사가 파산했을 때 고객이 해당 금융사에 맡겼던 돈을 정부나 위탁기관이 보장해주는 제도로, 예금보험공사(예보)가 금융사로부터 예금보험료(예보료)를 걷어 적립한 돈으로 고객에게 지급됩니다.
과거 2021년 예금자보호한도가 5000만원으로 지정된 이후 예보가 보호한 예금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약 1473조원에 달합니다. 24년간 경제 성장과 국민들의 예금 자산 규모를 고려해 1억원으로 늘리기로 하면서 241조원이 추가 보호돼 향후 총 1714조원에 육박하는 예금이 보호될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기관의 안정성을 누구보다 중요시하는 국책은행 직원들이 저축은행 수신상품을 가입하고 있다는 것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른 머니무브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보인다”며 “이자율이 높은 곳에 예치금을 넣고 싶은 것은 은행 직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실제 국책은행 직원들도 저축은행에 예금을 맡기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이 2달여 앞으로 다가오면서 같은 예치금으로 더 높은 이자를 받는 저축은행 예·적금으로 미리 갈아타는 직원들이 있다고 합니다.
수신금리, 시중은행 1%대, 저축은행 3%대
기준금리 인하와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영향으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간 수신상품 금리 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지방은행 등을 모두 포함한 전체 은행권의 정기예금 상품 12개월(단리) 만기 기본금리는 평균 연 2.15%로 집계됐습니다. 같은 기간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예금 금리는 평균 연 2.30%였습니다.
동일 상품의 한 달 전 평균금리가 연 2.40~2.65%였고,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연 2.78~2.94%에 견줬던 것과 비교하면 최대 0.8%p 가량이 하락한 셈입니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1%대 정기예금을 내놓고 있습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SH수협은행 ‘Sh첫만남우대예금’(1.85%) △iM뱅크 ‘iM주거래우대예금(첫만남고객형)’(1.99%) △BNK부산은행 ‘더(The) 특판 정기예금’(1.90%) △제주은행 ‘스마일드림 정기예금’(1.90%) 등 수신상품 금리가 1%대로 진입했습니다.
반면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전국 79곳 저축은행의 12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평균 연 2.98%로 집계됐습니다. 올 2분기 내내 3%에 육박한 고금리 수신상품을 제공하는 저축은행이 늘고 있습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3%대를 넘긴 수신상품을 제공하는 저축은행은 총 54곳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중 조은저축은행의 정기예금은 최고 연 3.40% 금리를 자랑합니다. 특히 회전정기예금이나 파킹통장을 출시해 신규 수신 유치에 활발히 진입하는 모습입니다.
수년째 이어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타격에 의해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반년째 뒷걸음질 치고 있지만,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조치로 분위기 전환이 예고됩니다. 한은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수신잔액은 4월 기준 98조3941억원으로, 100조원을 밑돌고 있습니다.
저축은행. (사진=연합뉴스)
운용자금 확보 이면에 예보료율 부담도
저축은행에 예금자가 늘면서 수신잔액이 늘어 저축은행의 운용자금도 확대되는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저축은행업권은 마냥 달가워하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예보에 납부하는 예보료 인상 등 후속 조치도 이어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저축은행이 납부하는 예금보험료율은 0.4%입니다. 이는 증권업(0.15%), 보험업(0.15%), 상호금융(0.2%)보다도 높고, 시중은행(0.08%)과 비교하면 5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또한 대출 수요가 받쳐주지 못해 곧장 예금으로 들어온 자금을 굴리지 못하는 것도 수익성의 발목을 잡을 수 있습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예금 유입만으로는 금융사의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히려 예보료 인상이 조달원가 상승 요인으로 이어져 대출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여신 수요 축소 등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진단했습니다.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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