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양균·신태현 기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인천·부산·전남광주·경북 지역 등 격전지에서 의과대학과 의료기관 설치 공약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관련 공약들이 현재 작금의 일명 ‘지필공(지역·필수·공공의료)’ 위기를 반영했다는 평가와 함께, 이행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음에도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표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우선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각각 동북권 시립 어린이전문병원, 광진구 시립 어린이병원 및 서부 장애인치과병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인천시장 후보는 영종종합병원·인천공공의대 설립을, 유정복 국힘 후보는 영종종합병원 설립을 약속했습니다.
전재수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와 박형준 국힘 후보는 모두 부산 침례병원 공공병원화를 내걸고 지역 표심을 얻고자 경쟁하고 있습니다. 민형배 민주당 전남광주특별시장 후보는 동서대학병원 및 광주의료원 설립을 내걸었습니다. 오중기 민주당 경북도지사 후보와 이철우 국힘 후보 모두 경북국립의대 설치를 공약으로 내세웠습니다.
이처럼 의대 및 병원을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약속은 단골 선거공약 중 하나입니다. 지역민에게 관건은 공약 이행 가능성일 겁니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인천·부산·전남광주·경북 지역 등지에서 의대와 병원 설치 공약이 쏟아지고 있다.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기존 사업 공약에 집어넣고, 설립 법·제도·예산 확보 방안은 안갯속
서울시장 후보들이 어린이병원을 공약으로 내건 배경은 소아과 의사가 부족하고, 해당 지역의 어린이병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공약에 녹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동북권 시립 어린이전문병원은 이미 서울시가 설립을 추진 중인 사업으로, 공약 추진 배경에 다소 의문이 나옵니다. 이미 하고 있는 사업을 여야 후보 모두 보건의료 공약 중 하나로 내세운 셈입니다.
인천시장 선거에서 후보들이 ‘영종종합병원’ 설립을 강조한 이유는 지역의 숙원사업이기 때문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기준 이곳의 인구는 13만8611명. 인구 유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영종도에는 영종국제병원을 제외하면 병원급 의료기관이 없어 중증 외상이나 뇌졸중 등 치료 골든타임이 요구되는 환자들을 제때 치료를 받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영종도에 종합병원이 들어서지 못한 배경은 이곳이 인천 중부권 중진료권에 포함돼 있어섭니다. 여러 대형병원의 브런치가 들어설 예정이라 병원 수익성 부분도 걸림돌로 지적됩니다. 후보들이 이러한 복잡한 사정을 풀어낼 ‘묘안’은 공약에 잘 보이지 않습니다.
의대 설립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부는 오는 2030년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을 개교한다는 방침입니다. 설립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보건복지부는 의대가 없는 지역에 국립 의대를 설립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후보별로 의대를 설립하겠다는 공약은 이 국립 의대를 본인 지역에 유치하겠다는 겁니다.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방향은 비교적 구체화됐고, 복지부가 지선 이후 관련 세부 계획을 공개하겠다고 나선 터라, 어느 지역을 선택할지는 미지수입니다. 다시 말해 ‘의대를 유치하겠다’는 공약은 현재 기준으로 공염불일 뿐이란 얘깁니다.
선거를 앞두고 단골로 나오는 의대 및 병원의 지역 설치 공약이 지역의 실상을 반영함과 동시에 실현 가능성은 낮은 선심성 공약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사진=김양균 기자)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지역의료 개선을 위한 의료기관 설립 계획에 대해 실효성이 낮다고 봤습니다. 그는 “무조건 응급실 뺑뺑이를 해결한다며 대형 병원을 짓겠다는 발상이나 대형 병원으로 지역의료를 향상하겠다는 것은 일차원적이고 허황된 공약”이라며 “지역에 외상 환자와 배후 진료까지 볼 수 있는 의료시설이 조성되면 좋겠지만 인구구조를 고려할 때 병원 운영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나오는 만큼 현실적인 공약이 아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역에 대형 병원이 들어서면 지역민은 좋아할 것이고, 부동산 가격도 상승하게 된다”며 “지역의 응급의료 인프라 구축은 잘 구축된 일차 의료와 지자체 중심의 소규모 지역의료원을 통해 이른 시일 내 개선할 수 있음에도 대형 병원만 짓겠다는 공약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역 의대 설치 공약에 대해서도 “공공 의대나 지역 의대는 해당 지역만의 산물이 아닌 형태로 설립되고 운영될 것이란 정책 방향이 서있음에도 지역만의 것으로 세우겠다는 식의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유권자에 대한 기만, 나아가 거짓말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제 보름 남짓 남은 지선에서 후보들의 경쟁은 한층 격화될 예정입니다. 후보들이 내세우고 있는 보건의료 공약은 우리 삶과 직결됩니다. 앞으로 공약이 어떻게 이행되고 적용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김양균 기자 kyun@etomato.com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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