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수정 기자] 보험업권에 총파업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가교보험사를 세워 사실상 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MG손해보험과 우리금융으로 흡수된 동양생명, ABL생명 노조는 고용 승계를 요구하며 결사항전을 예고했습니다.
배영진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MG손보지부장(왼쪽 세번째)과 이재진 사무금융서비스노조 위원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연 MG손해보험 정상화 촉구 투쟁대회에서 가교보험사 설립 및 계약이전 계획 철회와 정상매각 재추진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MG손보 노조, 고용보장 투쟁 지속
MG손보 노조는 가교보험사 설립을 통한 청산 절차를 반대하고 정상 매각 추진을 요구한 지 한 달여 만에 입장을 바꿨습니다. MG손보 임직원 고용 보장에 대한 합의를 끌어내기 위해 한걸음 물러난 것으로 해석됩니다. 노조도 여전히 고용 승계를 위한 투쟁 의지를 품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MG손해보험지부는 전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조합원총회를 열고 재매각 우선 실시를 조건으로 조합원 281명의 동의를 얻어 금융당국의 잠정 합의안을 수용키로 결정했습니다. 합의안은 민병덕 민주당 의원 등이 활동하는 여당 내 모임인 을지로위원회와 논의를 통해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MG손보 가교보험사 설립 전까지 매각을 재시도하는 것이 합의안의 주요 골자입니다.
직전까지 MG손보 노조는 고용 보장을 사수하기 위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전 직원 무기한 단식농성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었는데요. 이번 합의로 집단단식농성투쟁은 취소됐습니다. 당초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일반 직원들의 자율 참여가 예정됐던 만큼 대규모 집회가 예상됐었습니다.
MG손보 노조는 고용 보장 약속을 받아내려 이러한 결정을 감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향후 금융당국 및 예금보험공사(예보)와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할 경우 다시금 쟁의행위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췄습니다.
현재 가교보험사로는 전원 고용승계가 이뤄지지 않고, 일부 고용이 승계되는 인력들도 가교보험사를 통한 계약 이전이 마무리되면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노조에 따르면 MG손보 직원들에게 제시된 고용 조건은 6개월 단기 계약직이며, 최장 1년 6개월까지 연장 가능하고 급여는 30~40%가량 삭감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동진 사무금융노조 손해보험업종본부장은 조합원들에게 "전원 승계에 대한 담보까지 받아내지 못한 채 일정 부분 중재안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사과했습니다. 김 본부장은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고용 보장과 더불어 근로조건, 고용이 승계되지 않은 인원에 대한 위로금에 대한 합의가 남은 상황"이라며 "이러한 부분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총파업 등 단체 행동에 나설 생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MG손보 단식농성 및 동양·ABL생명 총파업 예고 타임라인
MG손보는 2001년(국제화재보험), 2012년(그린손해보험)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받으며, 재무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았습니다. 사모펀드 자베즈파트너스(2012년)와 새마을금고중앙회(2013년)를 거쳐 JC파트너스(2020년)가 인수해 운영했지만, 결국 경영 정상화에 실패하며 2022년 4월 또 다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습니다.
MG손보는 2023년 예보 주관으로 3차례 공개입찰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무산됐습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MG손보의 경영개선명령 이행 또는 매각·합병 등의 성사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습니다.
예보는 지난 5월 23일 MG손보 정리를 위한 가교보험사 설립에 착수했습니다. 가교보험사는 예보가 부실 금융기관 정리를 위해 100% 출자해 설립하는 임시 회사로, 5대 주요 손해보험사(삼성화재·메리츠화재·DB손해보험·KB손해보험·현대해상)에 보험계약을 이전시키고 자산·부채를 분담해 부실을 털어내겠단 구상입니다.
예보는 잠정 합의안에 따라 노조 요구대로 재매각을 추진하더라도 1년 이내 가교보험사를 통한 계약 이전 계획은 차질없이 진행하겠다고 확인했습니다. 예보 관계자는 "설립 인가만 받으면 가교보험사를 본격 가동할 수 있는 수준으로 준비를 마쳤다"며 "계약 이전 계획을 추진하며 그 사이 매각을 한번 더 진행해보는 방향으로 합의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동양·ABL생명 노조, 총파업 의지 굳건
우리금융그룹으로 자회사 편입 절차를 밟는 중인 동양·ABL생명도 고용 승계와 매각 위로금 지급을 요구하며 사측과 갈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파업 쟁의행위 찬성으로 의견을 모은 동양·ABL생명 노조는 법적 파업권 확보에 이어 총파업 실행 견적을 재보고 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조만간 동양생명과 ABL생명 노조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신청한 쟁의조정 신청에 대한 결과가 나올 예정입니다. 앞서 양사는 지난달 9일 지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했고, 지난달 19일 관련 조정 회의를 진행했다고 알려졌습니다.
결과는 지난달 30일 발표될 예정이었으나 아직까지 조정 중지가 결정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동양·ABL생명 노조는 이날 새로 부임하는 양사 대표와도 의견을 좁히지 못하면 파업권 확보 상황을 전제로 총파업에 나설 생각입니다.
조합원들도 파업에 동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동양생명 노조가 파업 쟁의행위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한 결과 637명의 조합원 중 95.7%가 파업 개시에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투표율은 전체 조합원의 97.8%에 달합니다.
최선미 사무금융노조 동양생명보험지부장은 쟁의조정이 통과하지 못할 경우 대응책을 묻자 "동양·ABL생명 대표내정자가 출근하는 대로 대화를 시도해보고 파업 일자를 결정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이날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주주총회를 열고 동양생명 대표에 성대규 전 신한라이프 사장을, ABL생명 대표에 곽희필 전 신한금융플러스 대표를 선임했습니다.
일각에선 총파업에 따른 업무공백으로 보험계약자 등 고객 피해로 이어질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보험사의 주요 지점이나 보상센터 등을 통해 이뤄지는 상담이나 보험금 지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과 예보는 이를 대비해 인력 70여명을 투입했다고 알려졌습니다.
동양생명과 ABL생명 사옥. (사진=각 사)
신수정 기자 newcrysta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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