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국내 2호 상장 인프라펀드인 KB발해인프라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대규모 청약 미달 사태로 상장 주관사들이 떠안은 공모주 물량이 다음 주부터 시장에 쏟아질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매도 폭탄 우려에 주가는 공모가에서 14%가량 하락했습니다. 다만 펀드의 운용 상황은 양호해 이 고비를 넘을 경우 9%에 육박하는 고배당 매력이 한층 부각될 전망입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발해인프라는 이날 주식시장에서 7230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KB발해인프라는 맥쿼리인프라에 이어 두 번째로 상장한 인프라펀드로 주목받았지만 상장 직후부터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습니다. 상장 후 3개월 동안 제대로 반등 한번 보여주지 못하고 공모가 8400원에서 13.9% 하락한 상황입니다.
보유자산 양호…부채비율 12% 불과
KB발해인프라는 2006년 2월 국민은행과 국민연금 등 17개 기관투자자가 1조1900억원을 출자해 조성한 인프라펀드입니다. 지난해 12월 말까지 19년 동안 8개 자산에 투자했으며, 이중 2개의 도시철도와 1개 항만시설 투자는 회수했고, 지금은 5개 유료도로 자산을 대출과 지분투자 등으로 운용 중입니다.
믿을 만한 기관투자자들이 만들었고 투자한 유료도로 자산들도 안정적으로 운용 중이어서 특기할 만한 내용은 없습니다. 부동산펀드나 리츠(REITs) 중에는 금리 상승으로 대출이자 부담이 커져 주가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있지만 KB발해인프라는 여기에서도 벗어나 있습니다.
이 펀드는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총 1208억원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중 차입금은 두 곳에서 빌린 1008억원이 있습니다. 키스플러스제이십차(주)에서 연 4.80%로 차입한 208억원은 오는 4월4일이 만기이며, 스페이스레드(주)에서 연 3.77%로 빌린 900억원은 2월28일, 이날이 만기입니다. 여기에 지난해 주식공모 직전인 11월6일에 회사채를 사모로 발행해 조달한 100억원이 있는데 금리는 연 4.00%이며 올해 11월6일에 만기가 돌아옵니다.
이중 이날이 만기인 900억원 중 700억원은 같은 곳에서 리파이낸싱했습니다. 이율은 3.59%로 조금 낮췄고 만기는 오는 10월15일로 길지 않습니다. 또 나머지 200억원은 공모자금 중 일부와 투자한 자산에서 상환되는 후순위대출 원본으로 갚을 예정입니다.
리파이낸싱이 마무리되면 전체 부채비율은 12.2%로 소폭 하락할 예정입니다. 담보대출비율(LTV)이 60%를 넘나들어 부담이 큰 리츠와는 달리, 민간투자법상 인프라펀드의 차입한도는 자본금의 30%인데 KB발해인프라는 그보다도 낮은 것입니다. 최소한 이 펀드의 대출에 관해서는 안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일일 거래량 10만주에 983만주 쏟아지나
고금로 대출을 갈아타 우려를 사거나 투자자산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주가가 계속 약세를 보인 배경엔 수급이 있습니다.
KB발해인프라는 지난해 11월 공모 당시 매우 저조한 성적을 냈습니다. 일단 수요예측에서부터 4대 1의 경쟁률에 그쳐 흥행 부진이 예고됐습니다. 당시 의무보유 확약을 한 기관도 한 곳뿐이었습니다. 이에 펀드와 주관사는 당초 계획했던 공모주식 물량을 20%가량 줄였지만 결국 일반청약에서 0.27대 1 경쟁률로 대규모 미달 사태를 기록했습니다.
계약에 따라 일반청약 결과 남은 공모주식은 전부 주관사들이 떠안았습니다. 주관사들이 인수한 미매각 물량은 총 982만9179주, 전체 일반청약 주식의 51% 정도입니다. 미매각 주식의 60%, 약 589만주는 KB증권이 가져갔고, 25%(245만주)는 키움증권, 15%(147만주)는 대신증권이 떠안았습니다. 공모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각각 495억원, 206억원, 124억원어치로 여기에 14% 하락률을 적용하면 현재 KB증권이 약 70억원, 키움증권 28억원, 대신증권 17억원씩 평가손실을 안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들 3사는 미매각 공모주식을 떠안으면서 일정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자발적 의무보유를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약속한 기간이 3개월입니다. KB발해인프라 상장일이 작년 11월29일이므로 2월 말로 3개월이 끝납니다. 즉 다음 주부터는 주관사들이 보유 주식을 매도할 수 있습니다.
올해 KB발해인프라의 일일 주식거래량이 20만주를 넘은 날은 55만주를 기록한 1월9일이 유일했습니다. 평소 하루 거래량이 10만주 안팎에 불과한데 총 982만주가 언제든지 출회될 수 있는 상태가 된 것입니다.
매도하는 순간 손실을 확정한다는 부담이 있지만 마냥 손실을 안고 있기도 어려워 일정 수준의 손절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이 주식을 시장에 내놓을 경우 미칠 충격과 공모주 투자자들로부터 쏟아질 비난을 고려해 다른 기관 등에 블록딜로 매각할 수도 있습니다. KB증권을 비롯해 증권사들은 과거에도 상장을 주관했다가 떠안은 주식을 손실 보고 처분한 사례가 있습니다.
9% 배당 매물 소화되면 ‘못참아’
시장 참여자들도 이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기에 그 우려로 주가가 약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KB발해인프라의 펀더멘털엔 문제가 없고 오직 수급이 관건이라면, 매도 물량이 어느 정도 소화될 경우 오히려 낮은 주가가 주목받을 가능성이 큽니다.
KB발해인프라는 상장 당시 3년간 7.7%를 배당(분배금)하겠다고 자신했습니다. 이는 공모가 기준으로 금액으로 환산하면 주당 연간 646원 정도입니다. 실제로 지난 연말 기준 주당 325원 분배를 결정했습니다. 연간 650원을 현재 주가로 계산할 경우 시가배당수익률이 무려 8.99%에 달합니다. 연간 분배금이 640원인 경우에도 8.85%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현재가 기준 약 6.79% 배당이 기대되는 맥쿼리인프라보다 2%포인트 이상 높습니다.
따라서 대량 매도 폭탄이라는 고비만 넘긴다면 KB발해인프라 주가도 바닥을 딛고 회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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