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미국채 탐나는데 환율 걸림돌…달러선물 매칭해볼까
10년 국채 3.19% 미국채 4.5%…원달러 하락시 ‘도루묵’
환헤지, 채권수익 절반이 비용…그나마 장기채
2025-02-22 06:00:00 2025-02-22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고공행진 중인 미국채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국채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금리는 탐나는데 환율이 걸림돌입니다. 일부에선 달러선물을 활용해 환율 위험을 헤지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개인들도 활용할 수는 있지만 비용을 감안하면 그리 매력적이진 않습니다. 다만 할인 거래되는 미국채 장기물이라면 일정 효과를 기대할 수는 있어 보입니다. 
 
미국채수익 확정용 달러선물 거래?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지난 17일에 청약을 마감한 개인투자용 국채는 또 미달을 기록하며 흥행에 실패했습니다. 10년만기 국채의 경우 연 3.19%를 내걸었으나 투자를 위해 감내해야 하는 제약에 비해 금리 조건이 매력적이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외면받은 결과입니다. 
 
이에 비해 4.5%대에서 고공행진 중인 미국채는 충분히 탐을 낼 만합니다. 선진국인 미국의 국채금리가 한국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데다, 국내에선 제2금융권으로 넓혀도 이를 넘어설 금리형 상품이 없어 더욱 매력적입니다. 
 
현재 일부 국내 증권사들이 판매 중인 미국채만 봐도 대부분 3%대 후반, 만기가 길게 남은 미국채도 연 4%대 중반의 수익률을 내걸고 있습니다. 증권사마다 수수료를 붙여서 중개하고 있지만 그래도 국채금리보다 월등히 높습니다. 
 
하지만 미국채 수익률은 탐이 나도 선뜻 매수 버튼을 누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채권이자 수익은 국채보다 많겠지만, 원달러환율이 하락한다면 거기에서 발생하는 환차손이 이를 훼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환율 변동에 대한 부담이 채권 투자를 망설이게 만드는 것입니다. 
 
환율 변동 위험만 헤지할 수 있다면 미국채를 매수하겠다는 사람은 많습니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도 달러선물을 매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에선 일반적인 주식(현물) 거래 외에 선물 거래도 이뤄집니다. 증시에 상장된 선물상품 중엔 코스피, 코스닥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선물이 대중적이며, 대형주의 경우 개별 주식종목 선물도 있습니다. 
 
또 주식이나 주가지수 외에 상품선물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달러선물입니다. 즉 미래의 원달러환율을 예상해 선물로 거래하는 것입니다. 현재 매월 만기가 돌아오는 달러선물이 상장돼 거래 중이며, 각 월물의 만기는 매월 둘째 주 목요일입니다. 
 
한 달 후 또는 몇 달 후의 원달러환율이 지금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면 달러선물을 매수하고, 반대로 하락이 예상되면 달러선물을 매도하면 됩니다. 물론 주식처럼 선물시세에도 당시 투자자들의 예상치가 어느 정도 반영돼 있습니다. 
 
달러선물의 거래단위는 1계약당 1만달러입니다. 이 돈을 다 주고 거래하는 것은 아니고 증거금률에 해당하는 돈만 내면 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19일 현재 4.17%를 적용 중인데요. 1계약당 약 60만원입니다. 
 
(그래프=뉴스토마토)
 
롤오버 비용이 문제
 
미국채를 3000만원어치 매수하면서 원달러환율 하락 시 환차손 위험을 방지하려면 달러선물을 2계약 정도 매도하면 됩니다. 달러선물 매도는 지금 환율로 다음 달에 달러를 사서 갚겠다는 약속입니다. 이 경우 현재 환율로 미국채가 약속한 수익률을 확정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달러선물을 계속해서 갈아타야 한다는 점입니다. 지금 미국채를 매수하면서 3월이 만기인 달러선물을 매도했다면 다음 달 둘째 주엔 3월물을 매수하고 4월물을 매도해야 합니다. 번거롭게 매도매수하지 않고 만기를 연장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를 ‘롤오버’라고 합니다. 
 
당연하게도 이같은 거래엔 비용이 발생합니다. 매달 달러선물을 매매하거나 롤오버를 실행할 경우 연간으로 2~2.5% 정도의 비용이 발생합니다. 
 
물론 처음에 달러선물을 매도할 때 바로 다음달이 만기인 근월물을 선택하지 않고 만기가 길게 남은 원원물을 골라 매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원물의 시세엔 이미 환율 전망치가 반영돼 있어 지금보다 훨씬 높거나 낮은 가격에 거래해야 합니다. 현재 달러선물 시장엔 2027년 12월이 만기인 선물도 상장돼 있는데요. 시세가 1368.80원입니다. 달러선물을 여러번 갈아타는 비용을 치르는 대신 이 선물을 매도한다면 매매하는 순간 현재 환율과 저 시세의 차액만큼 손실을 치르고 시작하는 것입니다. 게다가 원원물은 거래도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자칫하다간 큰 손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달러선물 대신 은행에서 선물환을 매도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선물환 거래는 1년 단위입니다. 1년 후에 생길 달러를 지금 환율로 확정하는 것입니다. 다만 이 거래도 시장 참여자들의 1년 후 전망치가 반영돼 비용이 발생합니다. 원달러환율이 1436원을 기록한 19일 선물환가격은 약 1410원이었습니다. 이대로 거래한다면 2%에 가까운 손실을 안고 시작하게 됩니다. 또 달러선물은 매달 만기가 돌아와 채권을 중간에 매매해야 할 때 적당히 맞출 수 있으나. 1년 단위 선물환은 중도 청산 시 추가 손실이 발생하는 단점도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
 
장기물 아니면 환헤지 실질효과 없어
 
결국 미국채에 투자해 연 4.5%의 수익를 얻는다고 해도 그중 2% 정도는 헤지 비용으로 쓰는 셈이어서 손에 쥐는 돈은 2% 남짓에 그칩니다. 이럴 바엔 3%대 초반의 국채 투자가 낫습니다. 
 
그렇다고 달러선물을 매칭하는 투자가 전혀 쓸모없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채라도 만기가 오래 남은 장기물이라면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장기채권은 시장에서 채권가격이 낮게 형성됩니다. 채권가격이 낮은 만큼 초기 달러선물 계약금액도 줄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미국채는 액면가 100달러로 발행하는데 현재 한국투자증권이 판매 중인 T1.125 08/15/40 채권(2040년 8월15일 만기, 표면금리 1.125%)의 가격은 62.178달러입니다. 발행금리가 낮아도 채권가격 덕분에 세전수익률은 6.43%가 산출됩니다. 이런 장기물에 투자한다면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투자기간 중 미국 내 금리가 하락할 경우 얻게 될 매매 차익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기가 길수록 레버리지 효과도 크게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채권가격이 상승한다면 그때 롤오버 비용은 늘어나게 됩니다. 
 
미국채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어서, 환율 하락 걱정이 큰 주식 투자자도 활용할 수는 있습니다. 물론 2%대의 환헤지 비용을 치르고도 효용 가치를 누릴 수 있는 규모의 투자를 하는 경우에만 해당합니다.  
 
강성훈 한국투자증권 영업부 차장은 “국가간 금리 차를 보고 미국채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환율 변동을 피하려면 사실상 양국의 금리 차가 환헤지 비용으로 들어가는 셈”이라며 “그나마 장기물이라면 금리 하락에 따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활용할 여지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개인투자자가 달러선물 등 선물을 거래하기 위해선 사전교육 1시간, 모의거래 3시간을 이행해야 합니다. 기본예탁금 1000만원도 필요합니다. 전문투자자로 등록한 경우라면 사전교육, 예탁금이 필요 없습니다.
 
김창경 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