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가 주식교환 비율과 일정 등 양사의 통합안을 발표했습니다. 당초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고 이튿날 양사 핵심 경영진이 함께 모여 미래 청사진을 밝혔으나 오히려 두나무 등 관련주들이 약세로 돌아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내년 5월로 예정한 주주총회를 넘어 최종 주식교환에 이르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은 탓입니다. 반대로 별다른 문제 없이 예정대로 주식교환이 성사된다는 전제 하엔 신규 투자자들에게 기회가 될 전망입니다.
27일 네이버와 네이버파이낸셜, 두나무 핵심 경영진들이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1784에서 공동 기자간담회를 열고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의 통합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이날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단순히 기업과 기업의 결합을 넘어 다가오는 AI(인공지능)와 웹3 융합의 시대 글로벌 사업의 새판을 짜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경석 두나무 대표도 두나무의 투자·웹3 운영 역량과 네이버파이낸셜의 핀테크 플랫폼, 네이버의 AI 및 IT 인프라의 결합을 통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통합 기자회견에 주가 하락
하지만 이들의 기자회견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사이 장외 주식시장에서는 두나무의 주가가 빠르게 하락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전일 공시에 드러난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 양사의 몸값 산정 및 주식교환 비율 등과는 동떨어진 움직임이었습니다.
26일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은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의 통합안과 내용, 일정 등을 의결했습니다. 두나무 주식 전량을 네이버파이낸셜 신주로 교환, 주주들에게 지급해 두나무가 네이버파이낸셜의 100% 자회사가 되는 방식입니다. 주식교환이 이뤄지면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가 됩니다.
여기에서 핵심은 양사의 주식교환 비율인데요. 두나무 주식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주식 2.5422주를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양사가 해당 내용을 공시하기 전 모기업인 네이버의 공시를 통해 먼저 이 소식이 전해진 26일 오후 장외시장에서 두나무 주가는 크게 출렁였습니다. 그동안 ‘1 대 3’을 예상한다는 보도 일색이었던 터라 그보다 낮은 숫자가 공개되자 이에 실망한 소수 주주들이 주식을 던진 탓입니다.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선 35만원까지 주가가 밀렸습니다.
그러나 몇 분 뒤 ‘1 대 2.5422’란 숫자는 주식교환 비율일 뿐 실제 주가를 산정하는 기업가치로 환산할 경우 1 대 3.064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주가는 다시 반등했습니다. 기업가치를 주식 수로 나눈 두나무의 몸값은 1주당 43만9252원입니다.
이 가격이 민감한 것은 주식교환 비율을 위해 산정한 가치가 곧 주식매수청구가와 같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두나무 주식의 안전판이 약 44만원으로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구체적인 수치가 나오면서 이날 밤까지 이어진 거래가격은 38만원대 중반까지 상승했습니다.
두나무의 지분 7.2%를 보유한 우리기술투자도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습니다. 주식교환 비율은 주식시장 정규장이 마감된 후에 전해졌지만, 우리기술투자 주식은 NXT에서도 거래돼 실시간으로 반응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 내용이 보도되면서 두나무 주가는 다시 35만원 초반까지 추락했습니다.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통합 미래 비전과 함께 나올 것으로 기대했던 미국 나스닥 또는 국내 주식시장 상장 계획이 빠졌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최 대표는 네이버파이낸셜의 나스닥 상장 계획을 묻는 기자 질문에 “정해진 것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나스닥 상장 언급이 중요한 것은 이번 통합안이 주총을 통과하기까지 많은 난관이 잠재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를 넘기 위해 주주 설득용 당근책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됐으며, 그 중에서도 주식 매도를 막는 데 가장 효과가 큰 상장 관련 언급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컸는데 빠진 겁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이 27일 경기 성남시 네이버 1784에서 열린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상진 Npay 대표, 최수연 네이버 대표이사,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송치형 두나무 회장, 오경석 두나무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카카오 찬성해도 소액주주 8% 반대하면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의 통합엔 몇 가지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네이버가 장악한 네이버파이낸셜의 경우 문제가 없으나 두나무의 주주 구성은 통합안 통과를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우선 양사의 주식교환은 특별결의사항에 해당해 이 안건이 논의될 주총에서 참석자의 3분의 2, 또 전체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합니다. 이를 통과해도 주식매수청구금액이 1조2000억원을 초과할 경우 주식교환이 무효화됩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두나무의 주요 주주 명단엔 송치형 회장(25.53%), 김형년 부회장(13.11%) 외에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59%), 우리기술투자(7.2%), 한화투자증권(5.94%) 등이 올라 있습니다. 당초 네이버의 경쟁자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반대표를 행사하고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1조2000억원을 가뿐히 넘어 안건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사회 결의 전에 주요주주를 설득했을 가능성이 크고, 실제로 기자회견에서도 사전 작업이 있었음을 암시했습니다.
주요주주를 설득했다고 해도 안심할 수 없습니다. 소액주주 지분이 23.71%(2024년 말 기준)에 달해 이 중 3분의 1이 반대하고 주식매수를 청구하면 무효 기준으로 정한 매수청구금액 1조2000억원을 넘습니다. 사측도 이를 감안했는지 공시에 양사가 합의해 매수청구금액 기준을 조정할 수 있다고 단서를 달았지만 실제로 얼마나 나올지 예측할 수 없습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은 통합 네이버파이낸셜의 미래가치보다는 눈앞의 이익을 확정하는 데 관심이 커 매수청구가로 처분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를 막기 위해선 장외 시세를 매수청구가 부근까지 올리거나 또 다른 당근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실제로 두나무는 주식교환 비율을 발표하면서 자사주 소각 계획을 공시하고 배당 가능성도 함게 밝혔습니다. 두나무는 26일 자사주 273만주를 소각하겠다고 공시했습니다. 다만 이는 주식교환 절차 과정에서 발생하는 자사주를 소각한다는 것이므로 주총에서 안건이 통과돼야 실행될 전망입니다.
두 번째론 특별배당 가능성인데요. 양사 합의문엔 두나무가 2000억원 한도로 이익배당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배당이 주식교환 비율엔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도 못 박았습니다. 물론 이는 배당을 할 수 있다는 것이지 배당한다는 약속은 아니어서 주주들의 반응을 지켜보면서 배당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연말 결산배당이 될지 여부도 확실치 않습니다. 당근책으로 활용할 의도라면 주총 시점인 내년으로 미룰 가능성도 있습니다.
주총까지 5개월…그사이 변동성 노출
이보다 더 큰 난관은 주총 시점입니다. 양사는 주식교환 안건을 의결할 주총을 내년 5월22로 정했습니다.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주주를 확정하는 기준일은 내년 4월27일입니다. 앞으로 5개월이나 남았는데요. 그사이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모릅니다. 일단 정부 규제를 통과해야 합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금융산업분리법 등 넘을 산이 큽니다.
또한 5개월 사이 두 회사 어느 한쪽에 큰 변화가 생겨도 문제가 됩니다. 양사 합의서에는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언급한 단서 조항이 있는데요. 여기엔 영업, 자산, 부채, 재무 상태 및 경영 상태에 중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해 기업가치가 30% 이상 감소하거나 감소할 것이 예상되는 경우 교환비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돼 있습니다.
두나무의 경우 변동성이 큰 가상화폐 거래소와 비상장주식 중개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결코 안심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하필 이날 갑자기 나온 업비트 해킹 사태 소식처럼 언제 무슨 일이 생겨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습니다.
특히 이는 서류상의 기준선일 뿐 30% 이내의 변화가 발생하는 경우라도 상대편 주주들이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큽니다. 내년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글로벌 금융시장에 큰 변화가 생기지 않길 바라거나 모든 걸 떠안을 수 있을 만큼 매수청구 여력을 더 키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양사가 그린 미래가 확고하므로 웬만한 변수가 아니고선 통합안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따라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발표로 주가가 하락한 지금이 신규 투자자에겐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예정대로 주식교환이 이뤄진다면 20%가량의 수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단, 장외시장에서 주식을 매수해 매도하든, 매수청구권을 행사해 넘기든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는 점에 주의해야 합니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연간 손익을 통산한 이익금에서 250만원을 공제한 후 22%의 세금이 부과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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