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표진수 기자] 관세 리스크를 털어낸 현대차그룹이 연말 사장단 인사를 통해 미래 신사업 중심의 조직 재편에 나설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인공지능(AI)과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는데, 이에 따라 각 사업을 총괄할 ‘미래 신사업형 CEO’ 선임과 이를 뒷받침할 기술·사업 임원 라인업 재편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미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호텔에서 열린 'CES 테크쇼' 현대차 기자간담회에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다. (사진=현대차)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11월 말에서 12월 초 사이 연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번 인사의 핵심 키워드는 AI와 로봇으로, 미래 신사업을 실질적으로 이끌어갈 인재 배치에 집중될 것으로 보입니다.
정 회장은 지난 11월16일 이재명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AI와 로봇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현대차그룹은 미래 신사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지원과 협력을 요청했으며, 특히 AI 인프라 구축과 로봇 산업 생태계 조성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닌 실질적인 투자와 조직 개편으로 이어지고 있어, 이번 인사가 그 구체적인 시작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인사에서는 엔지니어 출신 임원들이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관측됩니다. 미래 신사업의 핵심이 기술력에 있는 만큼,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임원들이 주요 보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과거 영업이나 마케팅, 생산 관리 부문에서 경력을 쌓은 임원들이 주류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연구개발과 기술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인재들의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대차그룹의 이 같은 조직 재편은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과 맞물려 있습니다. 그룹은 AI 모델 학습 및 운영에 필요한 막대한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고전력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AI 기술 개발에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 처리와 학습이 필수적인데, 자체 데이터센터 구축을 통해 외부 클라우드 서비스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인 AI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사진=현대차그룹)
데이터센터 구축은 현대차그룹이 AI 기술을 자동차는 물론 로봇,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전반에 적용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자율주행 시스템 고도화를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방대한 주행 데이터를 학습하고 처리할 수 있는 컴퓨팅 능력이 필수적입니다.
아울러 피지컬 AI 생태계 발전의 중추를 담당할 ‘현대차그룹 피지컬 AI 어플리케이션 센터’도 조성합니다. 피지컬 AI는 실제 물리적 세계에서 작동하는 AI 시스템을 의미하는데, 로봇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이 센터를 통해 AI 기술을 실제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하는 연구개발을 본격화할 계획입니다.
여기에 고객 맞춤형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한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까지 구축해 로봇 사업을 본격화합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 이후 로봇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이를 자동차 사업과 결합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운다는 구상입니다. 로봇 파운드리 공장은 다른 기업들의 로봇 생산도 대행하는 방식으로, 로봇 산업 생태계 전반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리스크 등 어수선했던 그룹의 안정을 취하는 한편, 대규모 투자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할 사람이 필요하다”며 “AI나 로봇 사업을 총괄할 CEO가 선임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표진수 기자 realwat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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