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대출 한파 속 지방은행 틈새 공략
2025-11-28 14:13:43 2025-11-28 16:46:26
 
[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 30대 남성 A씨는 지난달 말 시중은행에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러 갔다 높은 금리의 벽을 느꼈습니다.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이나 모기지신용보험(MCI), 모기지신용보증(MCG)의 신규 접수가 중단돼 계획했던 금액을 대출받지 못하는 데다 지점장 전결 우대금리마저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이후 A씨는 한 지방은행을 방문했는데요. 통상 지방은행이 시중은행 대비 대출금리가 높다는 말과는 무색하게 우대금리 조건을 다 충족하고 나니 최종 주담대 금리는 3.9%였습니다. A씨는 "하반기 시중은행들 대출금리가 4%대 밑을 찾아보기 힘들었던 것에 비해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연말 시중은행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우대금리 등 조건도 없애고 있는 가운데 지방은행은 대출 상품 내놓으면서 대출금리 경쟁력 확보하고 있습니다. 대출금리 상단도 4%대를 유지하면서 대출 영업 확대에 나선 모습입니다.
 
지방은행, 대출금리 경쟁력 확보
 
(그래픽=뉴스토마토)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지방은행이 시중은행보다 낮은 금리를 내세워 공격적으로 주담대를 내주고 있습니다. BNK부산은행과 경남은행 주담대 금리는 25일 기준 변동형 기준 상단 금리가 4.5%이며 전북은행의 경우 4.8%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날 NH농협은행 6.18% 국민은행은 5.33%, 하나은행 5.28%, 신한은행 5.25%, 우리은행 5.02%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방은행의 최고 대출금리가 4%대인데 시중은행 최고 대출금리가 6%대를 기록하며 지방은행이 금리 경쟁력까지 확보한 상황입니다.
 
지방은행은 당초 금융당국에 제출한 가계대출 증가 목표 총량에 여유가 있어 연말 핵심성과지표 마감 전까지 대출 확대를 축소하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방은행 수도권 영업점 중심으로 우대금리 조건을 잘 맞추면 낮은 금리에 대출을 받는 게 가능하다"며 "금리 경쟁력 맛집으로 소문난 인뱅뿐만 아니라 지방은행으로도 수요가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지방은행에 대출 수요가 몰려 창구 지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또한 저신용자 소비자들이 몰려 이른바 '깡통대출'로 불리는 무수익여신이 증가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 부산·경남·광주·전북은행 등 4대 지방은행과 대구·경북에 거점을 둔 iM뱅크(구 대구은행)의 올해 3분기 기준 무수익여신 규모는 1조52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2%나 증가했습니다.
 
이에 지방은행은 대출을 선별해 받거나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부산은행은 12월1일부터 31일까지 실수요자 외 주택담보대출 취급을 중지하기로 했습니다. 재개 여부는 별도로 통지해 변동 가능성이 있습니다. 경남은행은 별도의 제한은 없지만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긴밀히 대응하고 있습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보다는 아직 대출 총량에 여유가 있지만 대출 수요가 지역은행으로 쏠리는 게 느껴지는 상황"이라며 "은행 창구에서 실수요자를 판단하는 게 쉽지 않아 애먹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시중은행 내년에도 대출 압박 지속
 
지방은행과 달리 시중은행은 한꺼번에 대출 문을 닫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총량 관리 때문입니다. 앞서 금융당국은 부동산시장 안정과 갭투자를 막겠다는 취지로 올해 하반기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를 기존 7조2000억원에서 절반인 3조6000억원으로 절반 축소해 관리하도록 지시한 바 있습니다. 이 목표치를 초과하는 은행에는 내년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페널티를 적용하겠다고 경고했습니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당초 금융당국에 제출한 올해 가계대출 증가 목표치(5조9493억원)보다 33%넘게 초과했습니다. 이달 20일 기준만 보더라도 7조8953억원 대출을 내줬습니다. 은행별 초과율은 9.3%에서 최대 59.5%까지 나타났습니다.
 
시중은행은 내년 총량 축소 페널티라도 피하기 위해 모집인 접수는 물론 영업점 대면 신청까지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이달 25일부터 연말까지 영업점에서의 주담대와 전세대출 대면 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지난달 모집인을 통한 신규 접수를 끊은 데 이어 비대면 전세대출까지 제한한 상황에서 추가로 영업점 접수까지 중단하기로 한 것입니다. 다만 내년 1월 이후 실행되는 대출은 접수할 수 있도록 하고 비대면 주담대 신청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KB국민·신한·농협은행도 연말까지 대출 모집인을 통한 신규 가계대출 접수를 모두 중단했습니다. 우리은행은 이달부터 전국 모든 영업점의 가계대출 판매 한도를 월 10억원으로 제한하는 고강도 조치를 시작했습니다. 한 영업점에서 2~3건만 취급해도 한도가 소진되는 수준으로 영업점 대출을 강하게 조이는 모습입니다.
 
내년에도 금융당국은 현재의 강도 높은 기조를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라 시중은행에서 주담대를 받기 어려울 전망입니다. 당국은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명목 GDP 성장률 이내'로 설정하고 은행들의 대출 확대 여지를 줄일 계획입니다. 당국은 연말에 은행들의 경영계획을 받은 뒤 2월경 최종 연간 총량을 확정할 예정인데 이미 각 은행에 "연내 목표치를 반드시 맞추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말 대출은 물론이고 앞으로 대출을 승인해주는 기준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과거엔 새해 총량 목표가 정해지면 1~2월엔 숨통이 트였지만 현재의 당국 기조가 유지되면 내년 초 완화 폭도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연말 시중은행 신규 대출을 중단하고 우대금리 등 조건도 없애고 있는 가운데 지방은행은 대출 상품 내놓으면서 대출금리 경쟁력 확보하고 있다. 대출금리 상단도 4%대를 유지하면서 대출 영업 확대에 나선 모습이다. 사진은 한 시중은행 상담 창구가 텅 비어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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