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람 개혁신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1일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열린 2025년 1차 전국 당협위원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철근 사무총장, 천 당대표 권한대행, 이준석 의원. (개혁신당 제공, 뉴시스 사진)
[뉴스토마토 박주용·차철우 기자] 개혁신당의 '현수막 계약'을 둘러싼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특정 업체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부터 '과다 비용' 책정까지,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습니다. 특히 특정 업체 대표는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최측근인 김철근 사무총장과 가까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특정 업체는 유령 회사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개혁신당은 현수막 작업에 나설 때마다 특정 업체들과 계약했는데요. 이들 업체들의 실질적 대표는 'A씨'로 같았습니다. A씨와 김 사무총장은 '강서구 호남향우회' 소속으로,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김 사무총장의 라인이 특정 업체와 현수막 계약 비용을 과다하게 책정해서 계약을 맺은 뒤 일부 비용을 사적으로 유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까지 삽니다.
'폐업→창업' 바꿔가며 현수막 사업…알고 보니 '온라인 쇼핑몰'
2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개혁신당의 현수막 계약 때마다 A씨란 특정 인물이 등장합니다. 개혁신당이 계약한 특정 업체 2곳(미디어넷·새한)의 실질적 대표는 모두 A씨로 동일 인물이었습니다. A씨는 이준석 의원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철근 사무총장과 가까운 인사입니다. A씨와 김 사무총장은 '강서구 호남향우회' 소속입니다. A씨는 김 사무총장이 과거 국민의힘 소속으로 강서병당협위원장을 맡았던 시절에도 현수막 제작을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A씨는 김 사무총장과 김 사무처장의 친분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김동하와는) 옛날부터 알았다. 김 사무총장도 김동하 사무처장이 소개시켜줬다"고 했습니다.
미디어넷 홈페이지. 상품과 제품명에 대한 설명이 다르게 나와 있다. (사진=미디어넷 홈페이지 화면 캡처)
지난해 4월 22대 총선 당시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의 출마 지역구인 서울 영등포갑 사무실에도 현수막이 게시됐는데요. 당시 '미디어넷'이란 회사와 계약을 진행했습니다. 이전에 '민기획'이 폐업한 이후 미디어넷과 현수막 계약을 맺었는데요. 민기획을 운영한 인물도 A씨였습니다. A씨가 민기획을 폐업시키고 미디어넷이란 업체를 새로 차린 겁니다. 실질적인 계약 당사자는 A씨로 변함이 없었습니다.
미디어넷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사실상 온라인 쇼핑몰이었습니다. 현수막을 제작하는 업체로 보기 어려웠는데요. 개혁신당 한 관계자조차 "전형적인 눈가림용 쇼핑몰"이라며 "유령회사로 의심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미디어넷의 실질적 대표는 A씨입니다. 현재 공식 사장은 B씨지만, 실권은 A씨가 쥐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허 전 대표의 견적서에도 미디어넷과 계약을 맺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습니다.
개혁신당은 지난해 '새한'이란 업체와도 현수막 계약을 했는데, 이 업체의 실질적인 대표도 A씨라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결국 A씨란 인물 한 사람에게 개혁신당의 현수막 계약이 몰려있었던 셈입니다.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 문건. (사진=허은아 전 대표 측)
취재 과정에서 '보은성 인사' 정황도 포착됐습니다. 김 사무총장이 개혁신당의 서울시당 소상공인위원장으로 A씨를 올리려 했었는데요. 당시 허 전 대표가 반려하면서 성사되지 못했습니다. 김 사무총장은 지난해 10월7일 최고위원회의 안건에 서울시당 상설위원장 현황을 보고했는데요. 소상공위원장에 A씨의 이름이 올랐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 사무총장은 "서울시당에서 소상공인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며 "(나는) 안건을 받아서 보고했을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현수막업체도 국회의원실도…"1.5~2.0배 비싸다"
문제는 역시 현수막 비용을 과다하게 책정해 계약했다는 점입니다. 각종 선거에 경험이 있는 국회의원실과 현수막 업체 관계자들을 상대로 확인한 결과, 다른 업체와 비교해 폭리를 취했다는 데 입을 모았습니다.
한 현수막 업체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견적서는 쓰기 나름인데 부풀린 듯 보인다"며 "제가 봤을 때 저렴한 기획사 기준 2배가량 비싸게 받은 것 같다. 우리 회사도 싼 편은 아닌데 우리보다 1.5배 비싸다"고 했습니다. 국회 한 의원실도 같은 의견이었습니다.
허은아 전 개혁신당 대표 현수막 비용 견적서. (사진=허은아 전 대표 측)
허 전 대표 측에선 당시 견적서를 비교할 여력이 없었다고 합니다. 허 전 대표 측 관계자는 "견적이 '이렇게 나왔다'라고 하는데 그냥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사무처장에게) 견적이 좀 비싸다고 하면 '네가 알아봐' 이런 게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동하 사무처장은 "소개시켜 달라고 그래서 소개시켜 준 것밖에 없다"며 "견적서를 본 적 없다. 일절 개입한 게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일각에선 현수막 계약 비용을 부풀려 또 다른 사적유용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데요. 실제 개혁신당 한 관계자는 "선거 등 주요 이슈 때마다 업체를 바꿨지만 사장은 같은 인물이 개혁신당 현수막 작업을 해왔다"며 "김 사무총장이 현수막으로 많이 해먹었다고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김 사무총장은 "나는 전국 단위 선거를 뛰어서 모른다"며 "관계가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한상훈 변호사는 "고의 사실이 입증되면, 배임죄가 성립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박주용·차철우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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