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환율 다시 1450원 위로?…연준·BOJ ‘주목’
한은 금리 인하…한미간 금리차 확대→환율 상승 압력
주요국 다 내리는데 일본만 인상 전망
엔화 강세 시 경쟁업종 기대…엔화자산 빛 보나
2025-02-26 06:00:00 2025-02-26 06:00:00
[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0%에서 2.75%로 내렸습니다. 최근 하락세를 보이던 원달러환율은 다시 소폭 반등했습니다. 관세 카드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 주요국들이 통화 약세로 버티는 분위기입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환율 전쟁 속에서 다음 달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의 통화정책 회의를 앞두고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25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0%에서 2.75%로 0.25%포인트 인하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회견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1.8%로 전망한 것에 대해 “1.8% 이상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는 게 재정을 동원하고 금리를 낮추는 것인데, 이 경우 가계부채와 부동산값이 올라 나라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내년 1.8% 성장률을 우리 실력이라고 생각해 받아들이고, 더 높이 성장하려면 구조조정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연준 금리 인하 ‘물거품?’
 
당초 한은은 지난달 열린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릴 것이란 전망이 많았습니다. 실물경기가 빠르게 악화하며 경제침체 우려가 확대되자 물가 부담을 안고서라도 우선 경기 추락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비등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금리 인하를 미룬 배경엔 환율이 있습니다. 1400원 아래에 머물던 원달러환율이 12월 비상계엄과 이어진 대통령 탄핵 등 정국 불안으로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12월7일 장중 1480원을 돌파하는 등 가파르게 치솟았고, 1월 초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갔습니다. 결국 12월 금통위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정세에 따라 판단하는 게 더 신중하고 바람직하다”고 설명했습니다.
 
다행히 그 후로 환율은 지속 하락해 24일엔 1430원까지 내려왔습니다. 환율이 안정을 찾은 덕분에 한은도 금리 인하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습니다. 더구나 이날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9%에서 1.5%로 대폭 인하조정할 만큼 경제사정이 나빠 금리 인하를 더이상 미루기는 어려웠습니다. 
 
금리 인하는 기업의 투자와 민간 소비를 늘리는 등 우리 경제를 살리는 힘을 보탤 전망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가 미국이 일으킨 관세 무역전쟁에 맞서 금융·통화 정책을 펴고 있어 글로벌 금융시장은 코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혼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당장 미국부터 금리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지난해 일찌감치 올해 기준금리 인하 횟수를 2회로 예고했으나 2회는커녕 한 차례도 내리지 못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각종 지표들이 금리를 내릴 수 없는 상황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2월 첫 주 미국 미시간대 1년 기대인플레이션지수 속보가 전월 3.3%에서 한 달 만에 4.3%로 급등해 시장을 화들짝 놀라게 하더니 셋째 주에 발표한 확정치도 4.3%였습니다. 이는 2023년 11월 이후 최고치입니다. 5년 기대인플레이션은 속보치(3.3%)보다 높은 3.5%로 나왔는데 이는 1995년 이후 최고치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에 금리 인하를 주문하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일각에선 연준이 올해 금리 인하를 포기할 것이란 분석도 내놓고 있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에 대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을 메모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미 관세카드 맞서 앞다퉈 금리 인하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내렸으니 한미 간 금리 역전 폭은 더욱 벌어지게 됐습니다. 이는 원달러환율에 상승 압력을 가하는 요인입니다. 물론 지난 연말과 연초 1450원대 이상의 고환율을 지나온 터라 시장이 버텨낼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제는 주요국들이 모두 완화 기조여서 금리 인하로 우리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 호주중앙은행(RBA)은 지난주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렸습니다. 인도중앙은행(RBI)도 기준금리를 인하했습니다. 호주는 4년만, 인도는 5년만의 인하였습니다. 또 미국으로부터 강한 압박을 받는 멕시코는 한꺼번에 0.50%포인트를 내렸습니다.
 
중국의 경우 기준금리(대출우대금리, LPR)를 작년 10월에 내린 후 유지 중입니다. 다만 지난해 말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지준율 및 금리 인하를 예고해 조만간 변화가 예상됩니다. 금융시장에선 다음 달로 예정된 양회가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다음 달 6일(이하 현지시간) 금리를 결정합니다. ECB는 지난해 4월 이후 7월 한 차례 동결을 제외하고, 매번 금리를 인하해 작년 5월 4.50%에서 현재 2.90%로 크게 내려앉았습니다. 그 사이 물가가 올라 이번엔 금리를 내리기 어려워 보입니다. 
 
대다수 국가가 물가 부담에도 금리를 내려 경제를 부양하려 노력 중인데요. 결국 관건은 미국입니다. 미 연준도 18~19일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엽니다. 금리는 동결 가능성이 높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무슨 말을 할지가 중요합니다. 지난달엔 “지켜보자”였습니다. 
 
FOMC 발표 하루 전엔 일본중앙은행(BOJ) 통화정책회의가 열립니다.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금리를 올리고 있는 곳이 일본입니다. 최근 일본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가계지출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고, 오는 3월 임금 단체협상에서도 주요 기업들이 인상에 합의할 것으로 보여 금리를 올릴 유인이 큽니다. 다만 지난달에 금리를 0.25%에서 0.50%로 인상해 곧바로 올리기보다 상반기 중에 한 차례 인상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주식투자 어려워…엔화강세 수혜주 예외
 
주요국들은 금리를 다 내리는데 일본만 올리고 있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값을 보여주는 달러인덱스 향방도 종잡기 어렵습니다. 달러인덱스는 지난해 9월 100까지 내려왔다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트럼프 폭풍이 일기 시작한 10월부터 강하게 올랐습니다. 지난달 12일 109.81로 고점을 찍은 후 하락해 24일 106.50까지 내려온 후 눈치 보기 중입니다. 약달러를 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금리 인하를 주저하는 연준의 엇갈리는 행보에 달러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엇갈리는 각국의 금리와 환율은 시장 참여자들에게 우려와 기회를 함께 주고 있습니다. 물가상승률은 높은데 성장률이 낮아 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환경, 즉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국면이 장기화할 경우 주식투자는 더욱 어려워지게 됩니다. 또 원달러환율 1400원대 시대는 더 연장되겠지만 경쟁국들도 완화 기조여서 우리 수출기업들이 얻는 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다만 엔화 강세 흐름이 느리지만 꾸준히 진행 중이어서 이와 관련된 투자는 기대할 만합니다. 달러 가치는 하락하다 멈췄고 엔화는 약하지만 오름세를 이어면서 엔달러환율도 다시 하락세로 자릴 잡았습니다. 엔화 역시 트럼프 충격 직전인 9월16일 140엔까지 내려왔다가 올 1월 158엔으로 급등했는데요. 이제 다시 150엔 아래로 내려온 상황입니다. 엔화의 강세와 원화 약세 유지 결과 원엔환율은 2월 들어 100엔당 950원대로 올라왔습니다. 지난해 5월 이후 9개월 만입니다. 
 
엔화 강세가 지속돼 일본 수출기업들이 위축될 경우 이들과 경쟁하는 자동차, 전기전자, 조선 등 국내 수출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 전망입니다. 엔화예금 등 엔화 자산 투자자들의 기다림이 빛을 볼 시간입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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