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 가입 원정 가야 할 판… 소비자 선택권 외면
금융당국, 은행 거점점포서만 판매토록
2025-02-26 12:00:00 2025-02-26 16:57: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의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를 거점점포로 제한하면서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크게 제한될 것이란 비판이 나옵니다. 전국적으로 대형은행 거점점포는 수십 곳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대도시에 몰려 있습니다. 지방 거주 소비자들의 경우 광역시나 시·군 단위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합니다.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상품 자체나 판매 채널을 제한하는 규제를 반복하면서 단기적인 대응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거점점포 전국 수십곳 불과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각 은행 거점 점포에서만 ELS 등 고난도 투자상품 판매를 허용하고, 예·적금 등을 파는 일반 창구와 고난도 상품 판매 창구를 분리하도록 했습니다. 고난도 금융상품이란 최대 원금손실 가능금액이 원금의 20%를 초과하는 상품입니다. 당국은 3월부터 관련 규정 개정과 은행 자체점검을 거친 후 이르면 9월부터 개선 내용이 완비된 은행부터 ELS 판매를 허용할 방침입니다. 
 
두 창구 간 정보교류 차단벽을 설치해 물리적으로 완전히 분리하고 고난도 상품 판매 경력이 있는 직원들만 취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점포 수는 지난해 말 기준 3900개이며, 이 중 거점점포는 5~10%입니다.
 
기존 ELS 등 고난도 상품의 대면채널 판매 비중은 90% 이상인데요. 고난도 상품 판매 점포를 제한하는 것은 대면 영업력이 물리적으로 10% 아래로 떨어지는 극단적 처방이라는 평가입니다. 금융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상품 판매와 채널을 제한하는 규제가 반복되면서 금융소비자의 선택권이 지나치게 침해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국이 제시한 판매 채널 원칙을 적용하면 ELS 판매가 가능한 은행 거점점포는 더 줄어듭니다. 같은 건물 내에서 일반 예 ·적금 판매와 고난도 상품을 판매하는 층을 각각 달리하거나 같은 층에 있더라도 출입문을 완전히 달리하고 벽으로 공간을 분리해야 합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완전히 물리적 구분을 갖춘 곳은 거의 없고, 주요 시중은행 기준으로 수십곳에 불과하다"고 말했습니다.
 
금융위는 은행 자율적으로 거점점포를 늘릴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거점점포는 기본적으로 은행이 ELS 판매를 희망할 경우 갖춰야 하는 특수한 판매채널"이라며 "은행이 특정 지역 내에서 거점점포를 운영할 지 여부 등은 영업상 자율에 따라 판단할 사안"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각 은행이 거점점포 요건을 구비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감안 시, 초반에는 일부 소비자의 불편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은행은 지역별 소비자 수요 등을 감안해 거점점포를 균형 있게 배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홍콩H지수 기초 ELS 현황 및 대책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물리적 제한' 임시 처방 불과
 
물리적 창구 분리는 자산관리 강화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하는 PB(프리이빗뱅킹) 창구에서는 원리금 보장, 비보장 상품을 골고루 추천하는데요. 창구 분리 시 상담 중인 고객이 창구들을 옮겨 다녀야 합니다. 같은 금융지주의 은행과 증권사가 공동으로 영업하는 복합점포 내에서도 예·적금 창구와 고난도 상품 판매 공간을 완전히 분리해야 합니다.
 
은행권은 이번 판매 제한 조치로 인해 비이자이익 확대가 어려워졌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대 은행의 신탁 수수료 수익은 전년 대비 약 10% 감소한 상태입니다. 특히 ELS 판매 비중이 높았던 KB국민은행은 신탁 수수료가 24.1% 감소하며 가장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도 각각 3.3%, 3.6%의 감소세를 보였습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판매 채널이 제한되면 고객들의 상품 가입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며 "접근성이 떨어지고 창구 대기 시간이 길어질 경우 판매량 회복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금융당국이 오프라인 판매를 제한하면서 더욱 위험할 수 있는 비대면 환경에서 ELS 수요가 몰릴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대면 창구에서는 고객이 투자상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듣고 판단할 수 있지만, 비대면 가입의 경우 이러한 보호 장치가 부족해 오히려 소비자의 피해 위험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정민 한국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은 "오픈뱅킹 등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은행 창구에서의 판매 금지는 본질적 대안이 아니다"라며 "금융사가 대면 판매 규제를 회피하고자 풍선효과로 비대면으로 넘어갈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사진은 서울시내 한 은행영업점 기업고객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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