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희 기자]
카카오뱅크(323410)가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5대 시중은행보다 높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가 이어지면서 주담대 잔액을 더 늘리기 어려워지자 고금리로 수익 유지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변동형(신규 코픽스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 24일 기준 4.085% ~ 6.63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과 비교하더라도 상단 금리가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5대 은행의 경우 지난해 10월과 11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 흐름을 반영해 지난해 5%대까지 진입했던 하단금리를 4% 초반대로 돌려놓는 등 대체로 금리를 내리고 있습니다.
국민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주담대 상단 금리는 지난해 12월 6.14%에서 지난 24일 5.86%로 하락했습니다. 같은기간 신한은행도 상단 금리를 6.06%에서 5.65%로 인하했습니다.
하나은행은 상단 금리가 5.046%에서 5.215%로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금리 수준을 보였습니다. 우리은행은 상단 금리 6.46%에서 5.93%로 낮아졌고 농협은행의 경우도 6.58%에서 6.37%로 하락했습니다.
서울의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시민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카뱅, 가산금리 야금야금 올려
카카오뱅크도 주담대 금리를 소폭 내리긴 했으나 여전히 금리 상단이 6.638%에 육박합니다 .이는 시중은행 중 가장 금리가 높은 농협은행(6.37%)과 비교하더라도 0.268%포인트 더 높은 수준입니다. 하단 금리 역시 4%대로 시중은행과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변동금리가 타 행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하는 이유는 주담대 변동형 상품 금리의 기준이 되는 신규 코픽스(COFIX, 국내 8개 은행이 조달한 자금의 가중편균금리)의 4개월 연속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가산금리를 야금야금 올리면서 대출 금리를 상승시키고 있기 떄문입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카카오뱅크의 분활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 기준 평균 가산금리는 0.89%였으나 지난해 12월 말 1.55%까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메기역할 망각하고 이자장사만
금융권 메기 역할을 하겠다며 출범했던 카카오뱅크가 취지를 망각한 채 시중은행과 다름없는 주담대 금리로 이자놀이를 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금융당국 대출관리 규제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대출 한도를 조이고 금리를 높이면서, 3%대 낮은 금리를 내세워 주담대 실적을 올린 만큼, 높은 금리를 유지해 이자를 쌓으려 한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지난해 상반기 시중은행이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주담대 금리를 올리는 동안, 카카오뱅크는 3%대 낮은 금리의 주담대 온라인 갈아타기 서비스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축적했습니다. 지난해 1분기 주담대 대출 잔액만 11조8000억원으로 전년 4분기 9조1000억원 대비 29.67%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지난해 카카오뱅크의 역대 최대 이익을 견인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카카오뱅크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41조3080억원으로, 2023년 말(37조7240억원)보다 9.5% 증가했습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말 주담대(전·월세 대출 제외) 잔액은 12조6520억원으로 전년 대비 38.5%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 증가율이 10% 밑에서 머물렀습니다.
시중은행들이 기준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내리고 있으나 카카오뱅크는 반대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기준금리를 인하한 직후에 비해 상단 금리가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카카오뱅크 대출 창고에서 고객이 상담을 받고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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